(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웨인 루니도 경질당하면서 지도자로서 성공하지 못한 알렉스 퍼거슨의 제자가 또 한 명 추가됐다.
영국 매체 '데일리 스타'는 지난 3일(한국시간) "알렉스 퍼거슨 경은 자신의 옛 제자들이 실패한 감독으로 판정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라고 보도했다.
잉글리시 챔피언십(2부) 소속 버밍엄 시티는 지난 2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버밍엄 시티는 오늘 웨인 루니 감독과 1군 코치 칼 로빈슨과 결별했다"라고 발표했다.
루니는 현역 시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잉글랜드 대표 공격수 출신으로, 13년간 맨유에서 뛰며 559경기 253골 134도움을 올린 구단 역대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이었다.
클럽에서 보여준 뛰어난 활약은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에서도 이어졌다. 루니는 지난 3월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이 A매치 54호골을 터트리며 기록을 경신하기 전까지 A매치 통산 53골로 잉글랜드 대표팀 역사상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선수였다.
루니는 2021년 현역에서 은퇴한 뒤 지도자로 변신했다. 지난 2019-20 시즌 당시 잉글랜드 챔피언십 소속 더비 카운티에 선수 겸 감독으로 지도자 행보를 걷기 시작한 루니는 더비 카운티에서 분전하며 2020-21시즌까지 팀을 2부리그에 잔류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다음 시즌인 2021-22시즌 구단의 여러 문제가 대두되며 승점 21점이 삭감돼 루니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더비 카운티는 3부리그인 리그1으로 강등됐다. 시즌이 끝나고 팀을 떠난 루니는 2022-23시즌 미국 MLS(메이저리그사커)의 DC유나이티드 감독으로 부임했으나 시즌 리그 꼴찌를 기록했다.
이후 2023년 새 시즌 들어 팀을 시즌 플레이오프까지 진출시키는 등 가능성을 보여주나 싶었지만 플레이오프 진출은 최종 실패로 끝나고 결국 지난 7일 보드진과의 불화로 인해 지휘봉을 내려놨다.
DC유나이티드에서 물러난 루니한테 접근한 건 버밍엄이었다. 지난 10월 리그 6위에 위치한 버밍엄은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위해 존 유스테스 감독을 경질하고 루니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계약 기간은 3년 6개월이었다.
버밍엄은 현역 시절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었던 루니가 명성과 더비 카운티 시절 보여준 지도력으로 팀을 성공으로 이끌어 주질 바랐으나, 기대와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졌다. 루니는 버밍엄 지휘봉을 잡은 후 리그 15경기에서 2승 4무 9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부진이 길어지면서 루니가 부임하기 전 6위에 위치했던 버밍엄은 현재 순위가 20위까지 추락해 강등권에 더 가까워진 상황이다. 강등권인 22위 셰필드 웬즈데이와의 승점 차가 6점으로 좁혀졌다.
결국 버밍엄은 2일 영국 리즈에 위치한 엘런드 로드에서 열린 리즈 유나이티드와의 2023-24시즌 챔피언십 2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0-3으로 완패하자 인내심이 바닥나 루니를 경질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루니는 지휘봉을 잡은지 불과 83일 만에 쓸쓸히 팀을 떠나야 했다.
루니가 끝내 버밍엄에서 실패를 거두자 매체는 전설적인 지도자 알렉스 퍼거슨의 옛 제자들이 지도자로 변신했지만 세계적인 선수로 활약하던 현역 때와 달리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매체는 "버밍엄이 루니를 경질하면서 맨유 감독의 저주는 계속됐다"라며 "우린 클럽 회장이 고용하지 않는 게 좋을 거 같은 알렉스 퍼거슨 경 시대의 옛 맨유 스타들을 목록을 조사했다"라고 밝혔다.
목록엔 버밍엄 부임 후 15경기에서 단 2승만 거둔 루니도 포함됐다. 루니에 이어 그들이 뽑은 전 맨유 스타플레이어는 현재 영국 '스카이스포츠' 축구 전문가로 활동 중인 게리 네빌이었다.
네빌도 현역 시절 잉글랜드와 프리미어리그 대표하는 월드 클래스 풀백이었지만 지도자로선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네빌은 지난 2015-16시즌 스페인 전통 명가 발렌시아 감독직을 맡아 지도자로 변신했지만 28경기에서 11패를 기록하며 단 4개월 만에 경질됐다.
특히 재임 기간 중 바르셀로나한테 0-7로 패한 참사는 네빌 감독 커리어에서 가장 치욕적인 경기로 남아 있다. 매체에 따르면, 네빌은 이후 발렌시아 감독 생활에 대해 "난 결코 발렌시아 제안을 받아들이지 말았어야 했다. 난 그 일을 할 자격이 없었다"라며 준비가 되지 않았음에도 감독직을 수락한 자기 자신에 대해 반성했다.
게리 네빌에 이어 매체는 그의 동생 필 네빌도 감독으로서 재능이 없다고 평가했다. 필 네빌은 2018년 잉글랜드 여자 축구대표팀 감독직을 맡았는데, 2019 여자 월드컵에서 준결승까지 올라가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이후 부진에 빠지면서 감독직을 사임했다.
이후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 MLS(메이저리그사커) 인터 마이애미 감독직을 맡았는데 지난 시즌 동부 콘퍼런스에서 꼴찌를 차지해 지난해 6월 전격 경질됐다.
이를 두고 매체는 "게리의 동생 필도 감독으로 세상에 불을 붙이지 않았기 때문에 네빌 가문에 뭔가 문제가 있었던 거 같다"라며 네빌 형제의 감독 재능을 신랄하게 조롱했다.
현역 시절 월드 클래스 미드필더였던 폴 스콜스도 목록에 포함됐다. 스콜스에 대해선 "스콜스를 실패자라고 부르는 건 가혹한 일이지만 그는 지금까지 한 직장에서 오래 버티지 못했다"라며 "스콜스는 2019년 2월 위기에 빠진 올드햄 애슬레틱에서 단 31일 동안만 머물렀고, 당시 구단주와 의견 차이로 떠나기로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맨유 레전드 미드필더 중 한 명인 폴 인스도 감독으로서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하부리그 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던 인스는 2008년 블랙번 로버스 감독이 되면서 프리미어리그 무대에 도전했지만 17경기에서 단 3승만 거두며 경질됐다.
마지막으로 매체가 언급한 선수는 지난 2021년 11월까지 맨유를 지휘했던 올레 군나르 솔샤르였다. 2018년 12월 경질 당한 조제 무리뉴 감독을 대신해 잔여 기간 동안 임시 감독직을 맡으며 맨유로 돌아온 솔샤르는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정식 감독으로 선임됐다.
정식 사령탑으로 치르는 첫 풀타임 시즌인 2019/20시즌 때 솔샤르 감독은 무관으로 시즌을 끝내긴 했지만 프리미어리그 3위로 마무리하면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얻었다. 다음 시즌인 2020/21시즌 땐 리그 2위를 차지했지만,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세비야한테 승부차기 끝에 패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트로피는 없지만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던 솔샤르 감독은 결국 2021/22시즌 도중에 성적 부진으로 경질을 당했다. 부진한 경기력이 지속되고 리그 12라운드 왓포드전 때 1-4로 참패하자 인내심이 바닥난 맨유 수뇌부는 솔샤르 감독과 이별했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