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새 둥지를 찾고 있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7)이 미국 언론의 예상처럼 만족할만한 계약을 따내고 빅리그에 남을 수 있을까. 시장 분위기가 마냥 류현진에게 불리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2023 시즌을 끝으로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맺은 4년 총액 8000만 달러(약 1085억 원)의 FA(자유계약) 계약이 종료됐다. 원 소속팀 토론토가 류현진을 붙잡지 않은 가운데 류현진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메이저리그 내 타 구단 이적과 KBO리그 친정팀 한화 이글스 복귀 두 가지였다.
류현진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달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한국시리즈 5차전이었다. 류현진은 이 자리에서 "일단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제안을) 들어봐야 한다"며 "윈터 미팅이 끝난 12월 중순쯤 뭔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일단 기다리고 있다"고 짧게 자신의 거취 관련 계획을 밝혔다. 이후에는 개인 훈련과 휴식을 병행하며 2024 시즌을 준비 중이다.
윈터미팅은 끝났지만 류현진의 계약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류현진은 1987년생으로 올해 만 37세가 되는 적지 않은 나이와 부상 경력 탓에 류현진을 원하는 구단이 없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일단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꾸준히 선발투수가 필요한 팀들에게 가치 있는 선수로 여겨지고 있다.
미국 매체 'SNY'는 지난 31일(이하 한국시간) '뉴욕 메츠가 고려해야 할 4명의 선발투수'에 류현진을 이마나가 쇼타, 션 마네아, 마이클 로렌젠과 함께 거론됐다.
'SNY'는 "일본의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지난주 역사적인 12년 계약으로 LA 다저스와 계약한 뒤 메츠는 선발 로테이션을 채우기 위해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며 "타깃 중에는 우완투수 루카스 지올리토도 있었다. 그러나 지올리토는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을 맺었고 다른 투수를 찾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류현진은 토론토 유니폼을 입은 첫해였던 2020 시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에 단축 시즌을 치렀다. 12경기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로 빅리그 최정상급 선발투수의 면모를 보여줬다.
2021 시즌은 31경기 14승 10패 평균자책점 4.37로 다소 기대에 못 미쳤다. 2013년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부상 없이 풀타임을 치른 시즌의 평균자책점이 4점대를 기록한 건 처음이었다.
류현진은 2022 시즌을 의욕적으로 준비했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팔꿈치가 탈이 나면서 수술대에 올랐고 선수 커리어 최대 위기를 맞았다.
류현진은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냈다. 재기에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았지만. 1년 넘게 구슬땀을 흘린 끝에 다시 메이저리그 마운드로 돌아올 수 있었다.
류현진은 올 시즌 11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으로 준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로 경쟁력이 있다는 걸 입증했다. 직구 평균 구속이 140km 초반대를 기록하면서 전성기 시절 구위가 아님에도 부상 복귀 첫 시즌 6경기에서 5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류현진의 장점인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은 여전했다.
류현진이 노장이기는 하지만 계산이 서는 선발투수는 여전히 시장에서 가치가 높다. 마운드 보강이 필요한 메이저리그 구단들 입장에서도 류현진은 영입을 고려해볼 수 있는 카드다.
'SNY'도 "류현진은 부상 위험이 다소 있지만, 마운드에 올랐을 때는 가장 믿음직스럽고 효과적인 좌완투수 중 한 명이었다. 베테랑으로서 메이저리그 통산 10시즌 동안 평균자책점 3.27,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18을 선보였다"고 강조했다.
또 "류현진은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마치고 (2023년) 복귀해 11차례 선발 등판에 그쳤다. 하지만 그중 8경기서 2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 3.46, WHIP 1.29를 기록하는 등 상대적으로 효과적이었다"고 류현진의 게임 운영 능력을 호평했다.
구체적인 몸값도 제시했다. 최근 메츠가 영입한 우완 루이스 세베리노와 비슷한 1년 1300만 달러(약 168억 8700만 원) 수준이면 류현진을 데려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SNY'는 "36세인 류현진은 마운드에서 빅리그 타자들을 상대로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고 있다"며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일 뿐이다. 류현진은 메츠에 남은 최고의 중급 투수 중 한 명이다. (최근 메츠가 FA로 영입한) 우완투수 루이스 세베리노와 비슷하게 1~2년 계약을 맺는 것이 훨씬 합리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SNY'가 류현진 몸값의 기준점으로 삼은 루이스 세베리노는 1994년생 우완이다. 2015년 뉴욕 양키스에서 메이저리그 데뷔에 성공한 이후 2017년 31경기 193⅓이닝 14승 6패 평균자책점 2.98, 2018년 32경기 191⅓이닝 19승 8패 평균자책점 3.39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부상으로 2019년 1경기 등판에 그쳤고 2020년에는 아예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2022년 4경기 6이닝 무실점, . 2022 시즌 19경기 102이닝 7승 3패 평균자책점 3.18의 호성적을 찍었지만 2023년은 19경기 4승 8패 89⅓이닝 6.65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빅리그 통산 성적은 141경기 727⅓이닝 54승 37패 평균자책점 3.79다.
세베리노는 2023년 부진 여파로 장기계약은 따내지 못했지만 1300만 달러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손에 넣었다. 젊은 나이와 메이저리그 전체에 투수 기근 현상 덕분이었다.
'SNY'의 주장처럼 메츠가 류현진 영입에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면 세베리노가 계약을 맺은 규모에서 짧게는 1년, 최대 2년 수준의 입단도 가능하다.
'뉴욕포스트'도 "뉴욕 메츠는 이번 겨울 선발투수에게 엄청난 돈을 쓸 수 있다. 류현진은 내년 3월 만 37세가 되고 2022년 토미존 수술을 받았지만 이 베테랑 좌완투수는 지난 시즌 11차례 선발 등판에서 토론토에 많은 기록을 안겼다"며 "볼넷과 타구 속도 등을 전반적으로 억제하며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신시내티 레즈, 워싱턴 내셔널스 단장 출신 칼럼니스트 짐 보든은 일찌감치 류현진의 계약 규모를 인센티브 포함 800만 달러(약 103억 9200만 원)로 예측했었다.
짐 보든은 지난해 11월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을 통해 "수술 이후 복귀한 류현진은 11번의 선발등판에서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했다. 9번의 선발 등판에서 3자책점 이하를 마크했다"며 "6번의 선발 등판에서 5이닝을 던졌고 6이닝을 투구하기도 했다. 패스트볼은 시속 87~89마일(약 140~143km)대에서 형성됐고 체인지업과 컷 패스트볼의 피안타율은 각각 0.276, 0.238이었다"고 분석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잔류가 아닌 KBO리그 복귀를 선택한다면 행선지는 오직 친정팀 한화 이글스다. 류현진은 2006년 인천 동산고를 졸업하고 한화에 입단해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류현진은 현역 선수로 마지막 공은 친정팀 한화에서 던지겠다는 뜻을 수없이 강조해왔다.
류현진은 한화에서 통산 190경기 98승 5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0의 기록을 남기고 2012 시즌 종료 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했다. LA 다저스로 떠나면서 무려 2573만 7737달러(약 331억 3733만 원)라는 포스팅 금액을 한화에 안겨줬다.
류현진은 2013년 메이저리그 진출 당시 FA 자격이 아닌 한화 구단의 동의 속에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나갔다. KBO리그 규약에 따라 한국 내 소유권은 한화가 가지고 있다. 류현진은 한화에서 4년을 뛰어야만 FA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AP/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