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대한민국과 일본 축구를 대표하는 이강인(PSG)과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가 '별들의 전쟁'에서 만나는 날을 기다렸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18일(한국시간) 스위스 니옹에 위치한 UEFA 본부에서 2023/24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추첨식을 진행했다.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한 8팀을 결정하는 대진 추첨이 모두 완료됐다. 총 4주간 걸쳐 진행되는 16강은 한국 시간으로 2024년 2월 14~15일, 21~22일에 16강 1차전이 진행된다. 16강 2차전은 3월 6~7일, 13~14일에 진행되며 1, 2차전 합산 스코어를 통해 8강에 올라갈 8팀을 결정한다. 16강전이 모두 끝나면 8강 대진표를 정하기 위해 3월 15일 다시 한번 대진 추첨이 진행된다.
토너먼트에 올라온 16팀 중 살아남는 8팀이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린 가운데 PSG(파리 생제르맹)가 레알 소시에다드와 16강에서 격돌해 눈길을 끌었다.
PSG는 챔피언스리그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강팀이지만 올시즌 조별리그에서 AC밀란, 뉴캐슬 유나이티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함께 '죽음의 조' F조에 편성되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간신히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마지막 6차전인 도르트문트 원정 경기에서 PSG는 1-1 무승부를 거두며 16강 진출에 빨간불이 켜지는 듯 했으나 다행히 같은 시간 열린 AC밀란과 뉴캐슬 간의 맞대결이 밀란의 승리로 끝나 PSG와 AC밀란이 승점 8로 동률이 됐다.
챔피언스리그는 승점이 같으면 상대 전적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PSG와 밀란 간의 상대 전적은 1승 1패로 같았지만 득실차에서 순위가 갈렸다. PSG는 홈에서 밀란을 3-0으로 격파했고, 원정에서 1-2로 패해 득실차(PSG +2, 밀란 -2)에서 앞서 간신히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특히 이강인이 AC밀란과의 3차전 때 후반전 교체로 나와 스코어 3-0을 완성시키는 PSG 데뷔골을 터트렸기에 PSG의 16강 진출엔 이강인의 기여가 적지 않다.
PSG가 어렵게 조 2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함에 따라 이강인은 2019/20시즌 발렌시아 시절 이후 약 4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올라갔다. 당시 발렌시아는 조 1위로 토너먼트에 올라갔음에도 16강에서 아탈란타를 만나 떨어졌기에, 이강인이 이번엔 8강 이상에 올라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다. 또 당시 16강 1, 2차전 모두 결장했던 이강인은 올시즌 생애 첫 16강 진출을 앞두고 있어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조 2위로 진출해 비시드팀에 배정된 PSG는 자칫하다간 16강부터 바이에른 뮌헨, 맨체스터 시티와 같은 우승 후보를 만날 수 있어 긴장감을 높였지만 상대는 D조 1위 레알 소시에다드였다. 소시에다드는 D조에서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팀 인터밀란을 2위로 밀어내고 조 1위로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소시에다드는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6경기에서 단 2실점만 허용하며 최소 실점 1위에 오를 정도로 단단한 수비를 자랑 중인 무시 못 할 강팀이다. 그래도 바이에른 뮌헨, 맨체스터 시티, 레알 마드리드 등과 격돌할 가능성을 우려했던 PSG는 상대적으로 체급이 작은 소시에다드를 만났다는 사실에 안도를 표했다.
특히 한국 축구 팬들은 PSG와 소시에다드가 격돌해 이강인과 구보 다케후사가 16강에서 맞대결을 가질 수도 있다는 소식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강인과 구보 모두 어린 시절에 스페인으로 넘어가 축구를 배우며 성장했다. 2021/22시즌엔 함께 라리가 RCD마요르카에서 뛰면서 호흡을 맞춘 적도 있다.
2001년생 동갑인데다 같은 아시아 선수이기에 이강인과 구보는 빠르게 친해지면서 현재까지도 절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22년 여름에 구보는 소시에다드로 이적하면서 먼저 마요르카를 떠났고, 1년 뒤 이강인도 PSG로 이적했다.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어린 선수 간의 맞대결이 국내 축구 팬들을 흥분시킨 가운데 구보도 이강인과 맞대결을 가진다는 사실에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추첨식이 끝난 후 구보는 자신의 SNS에 소시에다드의 대진 추첨 결과를 올린 뒤 이강인의 이름을 태그 했다. 이를 확인한 이강인도 구보의 SNS 게시글을 캡처해 자신의 SNS에 올리면서 마찬가지로 구보와 8강행을 두고 펼칠 16강전을 기대했다.
이강인과 구보는 지난 시즌 각자 소시에다드와 마요르카에서 맹활약하면서 유망주 딱지를 뗐다. 지난 시즌 이강인은 마요르카 에이스로 활약하면서 리그 36경기에 나와 6골 6도움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이강인의 활약상은 2023/24시즌을 앞두고 그를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인 PSG로 이끌었다.
구보도 기량을 월등하게 늘면서 2022/23시즌 라리가를 35경기 9골 7도움으로 마무리했다. 특히 라리가가 경기 후 최우수선수한테만 주는 MOM(Man of the Match)을 무려 9번이나 받으면서 지난 시즌 라리가 선수들 중 MOM을 가장 많이 수상한 선수로 등극했다.
올시즌 구보는 23경기에서 6골 4도움을 기록 중이며, 이강인은 PSG 이적 후 2골 1도움을 기록하면서 적응기를 보내는 중이다. 챔피언스리그 성적은 이강인이 5경기에 나와 1골을 기록하는 동안 구보는 6경기에서 도움 한 개를 올렸다.
PSG와 소시에다드 간의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은 먼저 2024년 2월 15일 PSG 홈구장 파르크 데 프랭스(왕자공원 구장)에서 열린다. 이후 두 팀은 3월 7일 스페인 산세바스티안에 위치한 레알레 아레나에서 16강 2차전을 치른다.
다만 이강인과 구보가 대륙별 컵대회 일정으로 16강 1차전에서 만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내년 1월 카타르에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개최되는데 이강인과 구보 모두 각각 대한민국과 일본 축구대표팀 일원으로 대회에 참가할 확률이 높다.
아시안컵 결승전이 2월 12일에 열리기에 한국이나 일본이 결승전까지 올라간다면 대회를 마치고 곧바로 소속팀으로 돌아가 16강 경기를 소화하는 건 체력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16강 1차전 때 휴식을 취하거나 혹은 후반전에 교체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
마침 한국과 일본 양국 축구대표팀이 아시안컵을 앞두고 역대 최고의 전력을 과시하며 나란히 순항하고 있어 챔피언스리그 격돌에 앞서 둘의 아시안컵 맞대결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강인은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프턴)과 함께 클린스만호 4-2-3-1 전형에서 가장 강력한 2선 공격을 형성하고 있다. 구보는 확실한 주전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은 선발 혹은 교체로 항상 그라운드에 투입해 그의 재능을 대표팀에서도 살리고 있다.
이강인과 구보가 아시안컵에서도 맞대결을 갖게 될지 관심이 쏠린 가운데 '별들의 전쟁'이라고 불리는 챔피언스리그에서도 8강 진출을 두고 격돌하게 된다면 아시아 축구 팬들을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한편, 대한민국 '괴물 수비수' 김민재가 속해 있는 바이에른 뮌헨은 16강에서 올시즌 부진에 빠져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11위를 차지 중인 SS라치오를 만났다.
김민재는 지난 시즌까지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활약한 적이 있어 라치오가 낯설지 않다. 특히 나폴리에서 뛰며 우승까지 일궈낸 지난 시즌 홈에서 라치오에 일격을 당하고 패한 적이 있어 뮌헨 동료들에게 라치오에 대한 경계심이나 전력 등을 잘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2023~2024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대진
FC포르투(포르투갈)-아스널(잉글랜드)
나폴리(이탈리아)-FC바르셀로나(스페인)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레알 소시에다드(스페인)
인터 밀란(이탈리아)-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
라치오SS(이탈리아)-바이에른 뮌헨(독일)
코펜하겐(덴마크)-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라이프치히(독일)
◆ 2023~2024시즌 UEFA 유로파리그 플레이오프 대진
페예노르트(네덜란드)-AS로마(이탈리아)
AC밀란(이탈리아)-스타드 렌(프랑스)
랭스(프랑스)-프라이부르크(독일)
영 보이스(스위스)-스포르팅 리스본(포르투갈)
벤피카(포르투갈)-툴루즈(프랑스)
스포르팅 브라가(포르투갈)-카라바흐(아제르바이잔)
갈라타사라이(튀르키예)-스파르타 프라하(체코)
샤흐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올랭피크 마르세유(프랑스)
◆ 2023~2024시즌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플레이오프 대진
슈투름 그라츠(오스트리아)-슬로반 브라티슬라바(슬로바키아)
세르베트(스위스)-루도고레츠(불가리아)
위니옹 생 질루아즈(벨기에)-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독일)
레알 베티스(스페인)-디나모 자그레브(크로아티아)
올림피아코스(그리스)-페렌츠바로시(헝가리)
아약스(네덜란드)-보되글림트(노르웨이)
FK 몰데(노르웨이)-레기아 바르샤바(폴란드)
헨트(벨기에)-마카비 하이파(이스라엘)
사진=연합뉴스, PSG, 구보, 이강인, UEFA SNS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