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종합운동장, 권동환 기자) 수원FC 베테랑 미드필더 윤빛가람이 프로 경력 13년 중 올시즌을 가장 힘든 한 해로 꼽았다.
수원은 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부산 아이파크와의 하나원큐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023 2차전에서 120분 혈투 끝에 5-2 역전승을 거두며 합산 스코어 6-4를 달성. K리그1 잔류에 성공했다.
올시즌 K리그1을 리그 11위로 마무리해 승강 플레이오프에 참가한 수원은 지난 6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1차전에서 1-2로 역전패하면서 4년 만에 강등될 위기에 처했다.
설상가상으로 올시즌 10골 3도움으로 팀 내에서 가장 많은 골을 터트린 이승우가 1차전 때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해 1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아 2차전을 결장하는 악재까지 겹쳤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2차전을 홈에서 시작한 수원은 전반 16분 만에 선제골을 실점하면서 강등에 더 가까워졌다.
그러나 수원은 투혼을 발휘하면서 기적을 써냈다. 이날 관중 6987명 앞에서 수원은 후반 34분과 41분에 각각 김현과 이영재의 득점이 터지면서 합산 스코어 3-3을 만들어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강등되기 일보 직전에서 다시 기회를 얻은 수원은 연장전에서도 파상공세를 펼치며 기어코 역전에 성공했다. 연장 전반 6분 이광혁이 멋진 왼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수원에 리드를 가져왔다. 이후 5분 만에 정재용이 추가골을 넣으면서 수원이 잔류를 목전에 뒀다.
부산은 연장 후반 10분 김정환이 추격골을 터트리는 등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지만, 3분 뒤 로페즈가 부산의 추격 의지를 꺾어버리는 쐐기골을 터트렸다.
홈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수원은 2차전에서 5-2 대승을 거두며 1차전 1-2 역전패와 이승우의 부재라는 악조건을 딛고 잔류에 성공해 다음 시즌도 K리그1에 참가하게 됐다. 반대로 4년 만에 승격을 노리던 부산은 유리했던 고지를 끝내 지키지 못해 승격에 실패하면서 눈물을 삼켜야 했다.
경기가 끝나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윤빛가람은 "우리들끼리 이런 드라마가 있냐고 표현했다"라며 경기 결과에 놀라운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관중들은 재밌었을 거 같고, 우린 살 떨리는 경기였지만 마무리가 잘 돼서 기쁘다"라며 "힘든 상황에서 선수들이 끝까지 하고자 하는 의욕이 강해 승리할 수 있었던 거라 본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득점이 필요했기에 선수들이 내게 슈팅을 최대한 많이 하라고 해 기회를 잡으려고 했는데 잘 안 들어가더라"라며 "내가 골을 못 넣어도 다른 선수들이 골을 넣어 승리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선제골을 내준 상황에 대해 윤빛가람은 "힘들어진 건 사실이지만 경기 전부터 (김도균)감독님이 상황이 어떻게 되는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는 말을 많이 하셨고, 선수들끼리도 한 골씩 따라가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라고 밝혔다.
이날 승부를 가른 분기점에 대해선 "2번째 골을 넣은 (이)영재 골이 다음 연장까지 끌고 갈 수 있는 중요한 골이라 생각한다"라며 "이후 (이)광혁이와 (정)재용이 골이 부산 선수들을 퍼지게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승우의 부재 영향을 묻는 질문엔 "누가 있든 중요하지 않다. 누구 하나 빠지더라고 경기력이 안 좋아지는 그런 팀은 아니다"라며 수원이 이승우 원맨팀이 아니라는 걸 강조했다.
이날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잔류에 성공하자 수원을 이끄는 김도균 감독은 경기 후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서 화제가 됐다.
김 감독의 눈물을 본 윤빛가람은 "감정을 표출하시는 분이 아니라 얼마나 힘드셨을까 생각했다. 선수들도 감독님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내년을 더 잘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라고 전했다. 윤빛가람도 눈물을 흘렸는지 묻는 질문엔 "울컥하기 보다 힘든 걸 마지막 경기에서 보상을 받아 기뻤다"라며 기쁜 감정이 앞섰다고 말했다.
길었던 올시즌을 되돌아본 윤빛가람은 "상무 때보다 더 힘든 거 같다. 1년 동안 정말 많은 일을 겪었고, 프로 생활을 10년 넘게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시즌인데 좋은 경험이 될 거 같다"라며 "내년에 더 잘 준비해서 이렇게 힘든 상황이 벌어지지 않게끔 해야겠다"라고 다짐했다.
다음 시즌에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선 "선수 보강은 구단과 코칭스태프가 알아서 할 문제이고, 올해 조직력이 제일 아쉽다"라며 "좋은 선수들이 많기에 이 부분을 가다듬으면 더 좋은 경기를 할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즌 시작 전 주장을 하면서 이기고 있다가 비기고, 비기고 있다가 지는 경기를 많이 줄이자고 이야기했는데 뒤로 갈수록 늘다 보니 힘들어졌다"라며 "이길 수 있는 경기는 확실히 이기고, 지고 있는 경기도 비길 수 있는 경기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사진=수원종합운동장, 권동환, 고아라 기자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