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K리그 아시아 쿼터제가 15년 수명을 다하고 사라진다.
앞으론 국적에 관계 없는 외국인 쿼터가 늘어난다.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시아 경쟁 리그들이 비아시아 쿼터를 늘리는 것에 대한 맞춤형 행보로 여겨진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4일 제8차 이사회를 열어 외국인 쿼터제 변경 등 안건을 심의·의결했다고 5일 밝혔다.
이사회 논의 결과에 따르면 2025시즌부터 아시아 쿼터가 폐지되고, 대신 국적 무관 외국인 선수가 추가로 1명씩 등록·출장할 수 있게 됐다.
아시아 쿼터제는 지난 2009년 K리그에 도입됐다. 2007년 동남아 4개국에서 공동으로 열린 아시안컵 때 현지 축구 열기가 확인된 뒤 K리그의 시장성을 늘리고 아시아 국가의 우수 선수들을 받아들이자는 차원으로 아시아 쿼터제가 생겼다. 이웃 일본이 한 발 먼저 아시아 쿼터제를 채택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이후 아시아 쿼터제는 어느 정도 순기능을 했다.
2009년 수원 삼성에 중국 레전드 수비수 리웨이펑이 입단한 것을 비롯해 사샤 오그네브스키, 제이드 노스 등 호주 국가대표 수비수들이 각각 성남(당시 일화)과 인천에 입단해 K리그 선수의 수급처를 늘렸다.
2010년 세르베르 제파로프(서울·우즈베키스탄), 2015년 알바로 실바(대전·필리핀), 2016년 르엉 쑤언 쯔엉(인천·베트남) 등으로 아시아 쿼터제를 통해 K리그에 오는 선수들의 국적도 다양해졌다.
이를 통해 지난 2017년엔 K리그 올스타가 베트남 올스타와 친선 경기를 하노이 현지에서 벌이기도 했다.
부작용도 있었다. 한국이 아시아 축구의 맹주를 자처하다보니 실력 맞는 선수들이 많지 않았다.
아시아 쿼터제는 갈수록 브라질과 아시아 국가 2중 국적 갖고 있는 선수들을 편법으로 영입하는 수단이 됐다. 2016년 당시 K리그2에 있던 강원은 시리아와 브라질 이중 국적자였던 세르징요가 시리아 위조 여권을 갖고 있다는 혐의를 받자 시즌 막판 그를 출전시키지 않기로 한 적이 있었다.
2020년 이후엔 아시아 쿼터제로 오는 선수들이 일본인 미드필더 혹은 호주 국가대표급 수비수들로 한정되는 양상이었다.
이렇게 도입 취지에 맞지 않게 변해가는 아시아 쿼터제가 이번 기회에 정리된 셈이다. 이번 이사회를 통해 K리그1은 국적 관계 없이 구단당 최대 6명의 외국인 선수를 등록하고 4명까지 경기에 내보낼 수 있게 됐다.
다만 K리그2에선 국적 무관 외국인 선수 4명 외에 동남아시아(ASEAN) 쿼터 선수 1명을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등록된 외국인 선수는 모두 경기에 출전이 가능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번 결정은 최근 아시아 주요 리그들이 아시아 쿼터를 폐지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일본, 중국, 호주, 카타르 등 아시아 주요 리그들은 아시아 쿼터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도 2024/25시즌부터 아시아 쿼터제를 폐지하고 외국인 선수 등록과 출전을 무제한 허용한다. 세계적인 선수들을 계속 영입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구단들이 당장 ACL에서 큰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다만 이사회는 상당수 구단이 현재 아시아 쿼터 선수와 2024년까지 계약한 점을 고려해 1년 유예 기간을 두고 2025시즌부터 변경된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번 이사회에선 아시아 쿼터제 폐지 외에 '홈그로운'(homegrown) 제도 도입도 결정됐다. 홈그로운은 자국에서 육성된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잉글랜드와 미국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2025년 시행 예정인 K리그의 홈그로운 제도는 외국 국적 유소년 선수가 국내 아마추어팀 소속으로 일정 기간 이상 활동했다면 신인 등록 때 국내 선수로 간주하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론 만 18세가 될 때까지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국내 아마추어팀 소속으로 합계 5년 이상 또는 연속 3년 이상 활동한 선수가 첫 프로팀으로 K리그 구단과 계약해 신인 선수 등록을 할 경우 국내 선수로 간주해 외국인 선수 쿼터에서 제외된다.
신인 선수 등록 이후로도 K리그 등록 시에는 국내 선수로 인정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시행 초기 구단당 1명씩의 홈그로운 쿼터를 부여하고 향후 확대를 검토할 예정이다.
K리그1 22세 이하(U-22) 선수 의무 출전 제도를 다소 완화하는 방안도 결정됐다.
기존엔 U-22 선수가 선발 출전하지 않으면 2명 교체 가능, U-22 선수가 1명만 선발 출전하고 추가로 교체 투입이 없을 땐 3명 교체 가능, U-22 선수가 2명 이상 선발 출전하거나 1명 선발 출전 후 1명 이상 교체 투입되면 5명 교체로 운영됐다.
2024시즌부터는 U-22 선수가 아예 출장하지 않으면 3명 교체 가능, U-22 선수가 1명 선발 출전하고 추가 교체 투입이 없는 경우 4명 교체 가능, U-22 선수가 선발 출전하지 않고 교체로 2명 이상 투입되는 경우에도 4명 교체가 가능하다.
U-22 선수가 2명 이상 선발 출전하거나, 1명 선발 출전 후 1명 이상 교체 투입되면 5명을 교체할 수 있는 건 예전과 같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21시즌부터 교체 인원이 3명에서 5명으로 늘었고, 2024시즌부터는 K리그1의 교체 대기 선수 수가 7명에서 9명으로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해 제도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K리그2는 현행 U-22 의무 출전 제도가 유지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