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논현동, 김지수 기자) 생애 첫 타격왕 타이트를 손에 넣은 NC 다이노스 손아섭이 사령탑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재치 있게 전했다. 내년 시즌 반드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겠다는 굳은 각오도 밝혔다.
손아섭은 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엘리에나호텔에서 열린 2023 일간스포츠·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시상식에서 재기상을 수상한 뒤 "꽃다발을 많이 받았는데 내년에는 이 자리에서 대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타격왕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늦게 하게 됐다. 이 부분이 내게 동기부여가 됐는데 앞으로 더 잘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손아섭은 2021 시즌을 139경기 타율 0.319(542타수 173안타) 3홈런 58타점 OPS 0.787로 마친 뒤 생애 두 번째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했다. 원 소속팀 롯데 자이언츠가 손아섭을 적극적으로 붙잡지 않은 가운데 지역 라이벌 NC 다이노스가 러브콜을 보냈고 4년 총액 64억 원의 조건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NC는 1988년생인 손아섭이 여전히 리그 최정상급 교타자로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 손아섭 특유의 성실함과 근성이 팀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했다.
손아섭은 2022 시즌을 의욕적으로 준비했지만 138경기 타율 0.277(548타수 152안타) 4홈런 48타점 OPS 0.714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타율은 첫 1군 풀타임을 소화한 2010년 이후 가장 낮았고 선구안까지 흔들리면서 출루율(0.347)까지 커리어 로우를 기록했다.
올해 시범경기에서도 출발이 좋지 못했다. 13경기 타율 0.231(49타수 9안타)로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았다. 장타도 2루타 2개에 그치면서 우려가 컸다.
하지만 강인권 NC 감독은 손아섭에게 꾸준히 강한 신뢰를 보냈다. 손아섭이 '슬로 스타터(Slow Starter)' 기질이 있는 만큼 정규시즌에 돌입하면 제 기량을 발휘할 것이라고 믿었다.
손아섭은 강인권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4월 26경기 타율 0.294(102타수 30안타) 12타점으로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었고 5월 20경기 타율 0.318(85타수 27안타) 14타점, 6월 20경기 타율 0.375(80타수 30안타) 1홈런 15타점으로 시즌을 거듭할수록 방망이가 뜨거워졌다.
손아섭의 최종 성적은 140경기 타율 0.339(551타수 187안타) 5홈런 65타점 14도루 OPS 0.836. 2007년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타격 1위에 오르면서 지난해 부진을 깨끗하게 씻어냈다. 오는 11일 열리는 2023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도 지명타자 부문 수상이 유력하다.
NC는 손아섭의 리더십과 활약을 앞세워 정규리그 4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손아섭은 롯데 소속이던 2017년 이후 6년 만에 다시 밟은 가을야구 무대에서도 펄펄 날았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등 총 9경기에서 39타수 15안타로 맹타를 휘둘렀다. 비록 한국시리즈 진출은 아쉽게 불발됐지만 내년을 더 기대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았다.
손아섭은 "개인적으로 올 시즌은 100점 만점에 80점 정도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20점이 모자른 건 장타력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다"며 "장타력을 비 시즌 더 보완하면서 내 장점도 유지하려고 한다. 내년에도 올 시즌 성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또 "플레이오프가 끝나고 너무 쉰 것 같다. 살도 조금 쪘고 다시 빨리 운동을 하고 싶다"며 "내년 시즌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손아섭은 이날 시상식에서 수비상을 수상한 두산 베어스 포수 양의지가 "내년에는 이승엽 감독님에게 감독상을 안기겠다"고 말하자 "나 역시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가 목표다. 우리 강인권 감독님이 감독상을 받으실 수 있게 선수들에게 파이팅을 불어 넣겠다"며 사령탑을 향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손아섭은 "선수는 정말로 이렇게 나를 믿어주는 감독님을 만나면 마음이 안정된다. 강인권 감독님이 나를 신뢰해 주셨기 때문에 시즌 초반 개인 성적이 안 좋았지만 마지막에 웃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인권 감독님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반전을 만들고 2023 시즌을 잘 마무리하는 게 가능했다"며 사령탑을 향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제 손아섭의 내년 목표는 한국시리즈다. 아직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가을의 가장 높은 무대를 2024년에는 반드시 밟고 NC의 'V2'를 견인하겠다는 각오다.
손아섭은 "한국시리즈를 뛰어보지 못하고 우승 반지가 없는 게 야구 선수로서는 커리어에서 옥에 티라고 생각한다"며 "하루빨리 우승 반지를 꼈으면 좋겠다. 내 야구 인생도 훨씬 더 성장할 수 있고 뿌듯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절친한 후배 노시환이 "내년에는 타격왕을 해보고 싶다. 손아섭 선배가 긴장해야 할 것 같다"고 장난 섞인 도발을 날린 부분은 재치 있게 되받아쳤다. 노시환은 올 시즌 31홈런, 101타점으로 홈런, 타점 타이틀을 따내며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거듭났다. 손아섭은 평소 고향 후배인 노시환을 살뜰히 챙기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손아섭은 "노시환이 이번 생애에서는 타율로 나를 이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그런 자신감은 내가 좋아하는 동생으로서 리스펙한다"고 덧붙였다.
사진=논현동, 고아라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