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손흥민 1골 1도움과 자책골을 기록한 가운데 토트넘 홋스퍼가 맨체스터 시티 상대로 극적인 무승부를 거두면서 3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토트넘은 4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14라운드 맞대결에서 난타전을 벌인 끝에 3-3 무승부를 거뒀다.
경기에 앞서 토트넘은 지난 3경기 첼시(1-4), 울버햄프턴 원더러스(1-2), 애스턴 빌라(1-2)와의 3연전 모두 선제골을 넣었으나 역전패하면서 3연패 수렁에 빠졌다. 연패 탈출이 시급한 가운데 하필 프리미어리그 4연속 우승을 도전 중인 맨시티 원정을 떠났다.
자칫 4연패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지만 토트넘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으면서 팀의 연패를 끊어냈다. 이날 무승부로 맨시티는 승점 30(9승3무2패) 고지에 올랐으나 리그 3위에 위치했다. 토트넘은 승점을 27(8승3무3패)로 늘리면서 뉴캐슬 유나이티드(승점 26)를 제치고 다시 5위로 올라섰다.
◆ 손흥민 VS 홀란…EPL 득점왕 후보 간의 맞대결 성사
원정팀 토트넘은 4-2-3-1으로 내세웠다.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골문을 지켰고, 데스티니 우도기, 벤 데이비스, 에메르송 로얄, 페드로 포로가 백4를 구성했다. 3선은 지오바니 로셀소와 이브 비수마가 지켰고, 2선에 브리안 힐, 데얀 쿨루세브스키, 브레넌 존슨이 배치. 최전방 원톱 자리에 손흥민이 이름을 올렸다.
홈팀 맨시티는 3-2-4-1로 맞섰다. 에데르송 모라에스가 골키퍼 장갑을 꼈고, 요슈코 그바르디올, 후벵 디아스, 카일 워커가 백3를 형성했다. 3선에서 로드리와 마누엘 아칸지가 호흡을 맞췄고, 2선은 제레미 도쿠, 베르나르두 실바, 훌리안 알바레스, 필 포든이 맡았다. 최전방에서 엘링 홀란이 맨시티 골문을 노렸다.
지난 13라운드 애스턴 빌라전과 명단과 비교하면 토트넘 미드필더 비수마가 징계에서 복귀했다. 비수마는 올시즌 전반기 동안 경고 횟수가 5장이 되면서 한 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아 빌라전에 나서지 못했다.
비수마가 돌아왔지만 장기 부상에서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아 빌라전에서 위험한 태클을 당해 2개월 아웃 판정을 받은 우루과이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결장했다. 세네갈 미드필더 파페 사르도 여전히 햄스트링 부상으로 나서지 못했다.
토트넘은 센터백 조합을 다시 한번 '데이비스-에메르송'으로 내세웠다. 미키 판더펜이 햄스트링 파열로 이탈했고, 지난 11라운드 첼시전 때 다이렉트 퇴장을 당해 3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크리스티안 로메로는 이번 맨시티전까지 나설 수 없다.
주전 센터백 2명이 모두 빠진 가운데 토트넘은 선수단에 전문 센터백인 에릭 다이어가 있음에도 빌라전에 이어 2경기 연속 풀백인 에메르송을 중앙 수비수로 내세웠다. 풀백인 에메르송한테 밀란 다이어는 빌라전 때 벤치에 앉았지만, 맨시티전은 아예 명단 제외를 당했다.
토트넘이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인 맨시티 상대로 베스트 11을 가동하지 못한 가운데 손흥민과 홀란이 나란히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후보 간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경기 전까지 손흥민은 올시즌 리그에서 8골을 터트리며 프리미어리그 득점 3위에 올랐다. 손흥민보다 더 많은 골을 터트린 선수는 홀란(14골)과 리버풀 에이스 모하메드 살라(10골) 단 2명뿐이다. 특히 9월 한 달 동안 4경기에서 6골을 터트리며 프리미어리그 9월 이달의 선수상을 받았다.
◆ 손흥민의 시즌 9호골…그러나 EPL 최초 4G 연속 역전패 불안감 엄습
프리미어리그 14라운드 최고의 빅 매치가 열린 가운데 토트넘이 전반 6분 만에 선제골을 터트리면서 리드를 잡았다. 선제골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토트넘 주장 손흥민이었다.
맨시티 코너킥 공격을 막아낸 토트넘은 곧바로 역습을 진행했다. 이때 쿨루세브스키가 중앙선부터 전방으로 쇄도 중인 손흥민을 발견해 앞으로 침투 패스를 넣었다. 공을 잡은 손흥민은 빠른 속도로 페널티 박스를 향해 달렸다. 도쿠가 손흥민을 막기 위해 끝까지 따라붙었으나, 이를 이겨낸 손흥민은 박스 안까지 들어오는데 성공했다.
박스 안으로 들어온 손흥민은 지체 없이 오른발 슈팅을 날렸고, 이 슈팅은 맨시티 수문장 에데르송 옆구리를 뚫고, 그대로 골망을 흔들면서 토트넘의 선제골로 이어졌다. 맨시티전 선제골로 손흥민은 리그 9호골을 달성하면서 홀란과의 득점 차를 좁혔다.
또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통산 112호골을 달성하면서 사디오 마네(111골)를 제치고 프리미어리그 통산 득점 단독 24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토트넘은 손흥민의 선제골이 터진 지 불과 3분 만에 동점골을 내줬다. 심지어 동점골은 손흥민의 자책골이었다.
전반 8분 맨시티 프리킥 상황에서 키커로 나선 알바레스가 박스 안으로 오른발 크로스를 올렸다. 이 크로스는 점프한 홀란의 머리를 그냥 지나쳤는데, 뒤에 있던 손흥민의 허벅지를 맞고 그대로 토트넘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손흥민 선제골과 자책골이 짧은 시간 안에 나오면서 '토트넘-맨시티'전 스코어는 1-1.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동점을 만든 맨시티는 경기 주도권을 쥐면서 토트넘을 계속 몰아치면서 역전골까지 터트릴 뻔했다. 전반 13분 완벽한 득점 찬스를 잡았지만, 이를 홀란이 놓치면서 맨시티 팬들을 탄식하게끔 만들었다.
박스 안에서 기회를 엿보던 홀란은 실바의 패스를 받아 슈팅 찬스를 가졌다. 이때 토트넘 수문장 비카리오 골키퍼 위치가 한쪽으로 쏠린 상태라, 홀란은 그대로 비어 있는 공간으로 공을 밀어 넣으면 됐다.
경기를 보던 모두가 홀란의 골로 이어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홀란의 왼발 인사이드 슈팅은 골대 밖으로 향하면서 토트넘의 골킥으로 이어졌다. 완벽한 득점 찬스를 놓친 홀란은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었다.
행운이 따르면서 실점 위기를 넘긴 토트넘은 다시 앞서가는 골을 터트리기 위해 분투했다. 전반 23분 로셀소의 패스를 받은 존슨이 오른쪽 측면 돌파에 성공했고, 골문 바로 앞에 있던 손흥민을 향해 컷백패스를 시도했다. 연결만 됐다면 득점으로 이어졌겠지만, 손흥민한테 공이 닿기 전에 디아스가 슬라이딩 태클로 차단에 성공했다.
전반 29분엔 맨시티 돌격대장 도쿠가 왼쪽 측면을 휘저으면서 박스 안으로 들어와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먼 포스트 상단 구석을 노린 도쿠의 슈팅은 골대를 때리면서 토트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토트넘 골문을 두드리던 맨시티는 전반 31분 기어코 역전골까지 만들었다. 박스 인근에서 공을 잡은 도쿠는 빈 공간으로 쇄도하는 알바레스를 발견해 공을 넘겨줬다. 공을 잡은 알바레스는 모두가 자신한테 시선이 쏠린 점을 활용해 직접 슈팅을 하기 보다 좀 더 좋은 위치에 있던 포든한테 패스했다.
맨시티의 훌륭한 연계 플레이를 마지막에 포든이 깔끔하게 마무리 지으면서 맨시티는 역전에 성공했다.
전반 6분 만에 손흥민의 선제골로 앞서가던 토트넘은 다시 한번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을 내주면서 4연패 공포가 엄습했다.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4경기 연속 역전패를 당한 클럽은 전무했기에, 토트넘은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최초로 작성할 위기에 처했다.
맨시티는 전반 36분 토트넘의 추격 의지를 꺾어버릴 수 있었으나 홀란이 다시 한번 유효슈팅에 실패하면서 스코어 차를 벌리는데 실패했다. 박스 안에서 실바가 넘어지는 와중에도 홀란한테 공을 넘겨주는데 성공했는데, 홀란의 왼발 인사이드 슈팅이 이번엔 허공으로 날아갔다.
맨시티의 파상공세가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토트넘은 좀처럼 슈팅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전반 42분 손흥민, 쿨루세브스키, 힐로 이어지는 롱패스로 슈팅 기회를 만드는 듯했지만,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고 속력 1위 워커가 힐보다 먼저 공을 차지하면서 수비에 성공했다.
전반 추가시간이 3분 주어진 가운데 토트넘은 결국 동점골을 넣지 못하면서 전반전을 1-2로 마쳤다. 불운이 따르면서 자책골을 내준 손흥민은 얼굴이 굳은 채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전반 45분 동안 맨시티는 사실상 토트넘을 일방적으로 두들겼다. 공 점유율을 64%나 차지했고, 무엇보다 슈팅 횟수가 12 대 2로 큰 차이를 기록했다. 토트넘이 전반전 동안 시도한 슈팅은 손흥민의 선제골과 전반 36분 포로의 슈팅까지 단 2번뿐이었다.
◆ 1도움 추가한 손흥민…기어코 연패 끊은 토트넘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토트넘은 교체 카드를 한 장 사용했다. 힐을 빼고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를 투입하면서 공격수 숫자를 한 명 줄이는 대신 미드필더 숫자를 늘렸다.
후반전 시작 휘슬이 울리자마자 맨시티가 추가골을 터트릴 뻔했다. 비카리오의 패스가 박스 바로 앞에서 차단됐고, 실바가 왼발 아웃프런트 슈팅으로 추가골을 노렸다. 이때 비카리오가 실바의 슈팅을 선방하면서 자신의 실수를 만회했다.
맨시티도 후반 7분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전반전 골대를 때리는 등 왼쪽 측면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던 도쿠를 빼고, 잭 그릴리쉬를 투입했다.
후반 8분 존슨이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으로 후반전 토트넘의 첫 번째 슈팅을 장식했다. 비록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면서 에데르송이 안전하게 잡아냈지만, 답답했던 토트넘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경기가 소강상태에 들어간 가운데 후반 24분 토트넘이 경기 균형을 맞췄다. 토트넘의 동점골의 주인공을 로셀소로, 손흥민이 마지막 패스를 하면서 도움을 기록했다.
동점골의 시발점은 데이비스의 헌신적인 수비였다. 홀란을 향해 롱패스를 데이비스가 몸을 날려 머리로 걷어냈다. 이 공은 박스 앞에 위치했던 손흥민한테 배달됐고, 손흥민은 바로 옆에 있던 로셀소한테 넘겨준 뒤 박스 안으로 침투했다.
이때 로셀소는 맨시티 수비수들이 손흥민을 따라가면서 생긴 빈 공간으로 이동했다. 슈팅 공간이 나오자 로셀소는 지체 없이 왼발 슈팅을 날렸고, 로셀소의 슈팅은 골대를 때리고 그대로 골망을 흔들면서 토트넘의 동점골로 이어졌다.
지난 빌라전에도 선발로 나와 득점을 터트렸던 로셀소는 맨시티전에서 귀중한 동점골을 터트리며 2경기 연속골에 성공했다. 제임스 매디슨, 로드리고 벤탄쿠르 등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2골을 터트린 로셀소의 활약은 토트넘에 큰 힘이 됐다.
한편, 로셀소한테 패스를 하면서 손흥민은 이날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이는 손흥민의 시즌 2호 도움으로, 지난 9라운드 풀럼전때 기록한 어시스트 이후 5경기 만에 기록한 도움이다. 오래간만에 도움을 적립하면서 손흥민은 올시즌 공격포인트를 9골 2도움으로 늘렸다.
동점골을 터트리며 기세가 오른 로셀소는 곧바로 추가골을 노렸다. 후반 26분 코너킥 상황에서 박스 밖으로 흘러나온 공을 로셀소가 왼발 발리 슈팅으로 연결했는데, 이 슈팅은 그릴리쉬 발에 맞으면서 유효슈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경기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후 맨시티는 또 결정력 부재로 득점 찬스를 놓쳤다. 후반 30분 교체로 들어온 리코 루이스가 박스 안에서 시도한 컷백 패스를 로드리가 제대로 발에 맞추지 못하면서 관중석으로 슈팅을 날렸다.
경기가 뜨거워진 가운데 맨시티가 후반 36분 다시 앞서가는 골을 터트리면서 리드를 되찾았다. 비수마의 터치가 길자 맨시티가 전방 압박으로 공을 탈취한 뒤 곧바로 공격을 전개했다.
골을 탈취한 로드리는 박스 안으로 들어가는 홀란을 향해 패스를 넣었고, 홀란은 공이 라인 밖으로 나가기 전에 컷백 패스를 시도했다. 홀란의 컷백 패스는 정확히 골문 바로 앞에 있던 그릴리쉬 앞으로 배달됐고, 그릴리쉬는 그대로 공을 골대 안으로 집어넣으면서 리드를 가져왔다.
이 골은 그릴리쉬의 시즌 첫 골이다. 중요한 순간에 그릴리쉬가 결승골이 될 수 있는 득점을 터트리자 맨시티 사령탑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두 손을 불끈 쥐었다. 홀란도 득점왕 경쟁자인 손흥민이 1골 1도움을 기록하자 이날 도움 한 개를 올리면서 공격포인트를 달성했다.
후반전 늦은 시간에 득점을 허용해 패배가 가까워졌음에도 토트넘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으면서 후반 45분 기어코 다시 동점을 만들었다.
추가시간을 앞둔 시점에서 오른쪽 측면에 위치한 존슨인 박스 안으로 크로스를 높게 올렸다. 이 크로스를 슈팅으로 연결하기 위해 쿨루세브스키는 몸을 아끼지 않았고, 쿨루세브스키의 회심의 헤더 슈팅이 골대 상단을 때리고 그대로 라인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토트넘의 천금 같은 동점골로 이어졌다.
경기는 그대로 종료되면서 이날 6골이나 터진 프리미어리그 14라운드 최고의 빅 매치는 3-3 무승부로 끝나 토트넘과 맨시티가 승점 1점씩 나눠가졌다.
토트넘은 맨시티전까지 패했지만 4연패를 달성할 뻔했지만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인 맨시티 상대로 분전하면서 연패를 끊고 맨시티 원정에서 승점을 챙기는데 성공했다.
반대로 맨시티 선수들은 경기 결과에 불만이 많았다. 특히 홀란은 후반 추가시간 어드밴티지가 주어지지 않은 점에 분노해 심판을 향해 언성을 높였고, 불만을 쏟아낸 뒤 그대로 라커룸으로 돌아갔다.
사진=연합뉴스, 토트넘, 맨시티 SNS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