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논현동, 유준상 기자) '베테랑' 오승환의 시계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다. 자신감도 가득하다.
오승환은 30일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엘리에나 호텔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기록상'을 수상했다. 지난달 14일 SSG 랜더스와의 최종전에서 KBO리그 최초로 개인 통산 400세이브를 달성했고, 그것이 이번 수상으로 이어졌다.
2005년 프로 무대에 입성한 오승환은 20년 가까이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가운데, 올 시즌에는 그 어느 때보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시즌 초반 부진에 데뷔 첫 선발 등판과 2군행 등 다양한 시도를 거쳤고, 6월 중순에는 경기가 풀리지 않아 관중석 쪽으로 공을 던지는 돌발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베테랑의 클래스는 달랐다. 오승환은 8월을 기점으로 안정감 있는 투구를 보여주기 시작했고, 9월 이후에는 이전의 폼을 되찾았다. 이 기간 성적은 13경기 14⅓이닝 1승 1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0.63이었다.
특히 전반기 10세이브에 만족했던 오승환은 후반기에만 20세이브를 수확하면서 3년 연속으로 3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전성기 시절에 비하면 구위도 떨어졌고 성적도 화려하진 않지만, 부침을 겪은 시즌이라 의미가 더 남달랐다.
오승환은 올 시즌 종료 이후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했다. 시상식 이후 취재진을 만난 그는 "조용히 지내고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계속 나가서 운동하고 있다. 시즌이 끝나긴 했지만, 계속 야구장에 나가고 있다"고 자신의 근황을 전했다.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오승환은 "이종열 단장님과 얘길 잘 나누고 있다. 워낙 단장님이 바쁘시다 보니까 오늘도 일찍 와서 말씀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오승환은 FA 시장에 나온 수준급 불펜투수 김재윤의 합류를 반겼다. 삼성은 지난 22일 김재윤과 4년간 계약금 20억원, 연봉 합계 28억원, 인센티브 합계 10억원 등 최대 총액 58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보상선수로 우완투수 문용익을 떠나보냈지만, 김재윤에 대한 팀의 기대치가 높다.
오승환은 "외부에서 우리 팀을 놓고 불펜을 문제점이라고 얘기했던 만큼 김재윤 선수의 합류는 분명 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 그런 선수가 있음으로써 팀이 더 강해질 수 있다"며 "나도 팀이 1승이라도 더 거두기 위해서 어떤 역할이든 팀에 도움이 되는 게 목표다. 내 보직이야 감독님께서 정해주시겠지만, 언제 마운드에 오르는 건 생각하지 않는다. 항상 팬들께 (가을야구를 하겠다고) 약속을 하면서 거짓말을 하는 것 같은데, 그걸 지키기 위해서도 팀이 많이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승환은 "미국에 있을 때 김재윤 선수와 연락을 개인적으로 주고받기도 했고, 엄청 좋은 선수다. 야구 내적으로도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잘 만들어 가려고 생각하고 있고, 그게 내 역할인 것 같기도 하다. 이제는 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덧붙였다.
오승환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SSG 랜더스에서 한화 이글스로 이적한 '1982년생 동갑내기' 김강민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오승환은 "그날 김강민 선수와 통화했다. 본인도 많이 당황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한화에 가서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능력을 갖고 있는 선수"라며 "SSG 팬들께서는 많이 아쉬워하실 것이지만, 반대로 김강민이라는 선수가 한 시즌이라도 더 현역을 뛸 수 있는 게 SSG 팬들께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좀 더 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는 (김)강민이와 통화를 하면서도 어떤 얘길 못하겠더라. 축하한다거나 아쉽다거나 이런 표현을 못했고, 일반적인 통화만 했다"고 밝혔다.
이제 오승환의 목표는 팀이 높은 곳으로 향하는 것이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자꾸 나이 얘기가 나오는데, 내 입으로도 많이 했던 것 같다. 사실 자신 있다고 말하면서도 성적으로 그게 조금씩 드러나는 것 같다.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의 몸 상태에 맞게끔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제는 큰 욕심을 내려놓고 개인 기록보다도 팀의 기록을 신경 써야 할 것 같아서 그렇게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승환은 "(보직에 대한 고집은) 매우 바보 같은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고집을 피울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예전에는 타 팀이 우승한 걸 보면서 별다른 생각이 들진 않았는데, 올해 LG가 우승한 걸 보면서 유독 샘이 나더라. 이런 시상식에 우리 팀 선수들도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LG가 '왕조의 첫 걸음'이라고 하는데, 쉽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LG를 견제했다.
끝으로 오승환은 "FA와는 나이가 잘 어울리진 않는데, 삼성 라이온즈가 없었다면 나라는 선수가 없지 않았겠다.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팀과) 좋은 그림으로 가야 하는 건 당연한 것인데, 아직 욕심이 남아있다. 그래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고, 한 번은 삼성이 1등에 오를 수 있고 그와중에 나이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 않는 그런 시즌을 한 번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사진=논현동, 박지영 기자/엑스포츠뉴스 DB/삼성 라이온즈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