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준플레이오프 3연패부터 1·2군 사령탑 교체, 예상치 못한 베테랑 선수들의 이별, 단장 교체까지 SSG 랜더스는 한 달 동안 정말 많은 일을 겪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변화의 움직임'이었지만, 다르게 보자면 가장 '소란스러웠던 팀'이었다.
통합 2연패를 목표로 내걸고 시작한 2023시즌, SSG는 우여곡절 속에서도 정규시즌을 3위로 마감했으나 포스트시즌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이자 큰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한 달간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PO 3연패, 우승감독이 물러났다
정규시즌 3위 팀 SSG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승리한 NC 다이노스와 준플레이오프에서 맞붙었다. 하지만 로에니스 엘리아스와 김광현을 차례로 선발로 내세운 1차전과 2차전을 모두 내준 뒤 3차전마저 패배하면서 3경기 만에 가을야구를 마감했다. 팬들도, 선수들도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SSG는 팀을 이끌고 있던 김원형 감독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한다. 2022시즌 이후 3년 재계약을 체결한 만큼 계약 기간이 2년 남은 상태였지만, SSG 구단은 변화와 혁신을 이유로 새 사령탑을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감독은 팀을 정상으로 이끈 '우승 감독'이면서 올해 크고 작은 부상 선수들이 나오는 가운데서도 상위권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구단이 김 감독과의 동행에 마침표를 찍게 되면서 'SK 색깔 지우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PS 기간 도중 감독 내정설에 휩싸인 SSG
SSG는 이달 들어 본격적으로 코칭스태프 구성에 변화를 줬다. 지난 1일 채병용 투수코치, 손지환 수비코치 등 일부 코치에게 재계약 불가 의사를 전달했다. 이튿날에는 손시헌 퓨처스 감독을 선임했다.
김원형 감독의 뒤를 이어 1군에서 지휘봉을 잡게 될 인물은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NC와 KT 위즈가 플레이오프가 끝난 이후 이호준 LG 트윈스 1군 타격코치가 신임 감독으로 내정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SSG도, LG도, 이름이 언급된 이 코치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당시 김성용 단장은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 한국시리즈가 끝나면 최종 면접 후보를 추린 뒤 그때 면접을 하고 나서 감독을 뽑으려고 했다"며 "아무래도 한국시리즈를 앞둔 상황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기사가 나와서 우리도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결과적으로 SSG는 17일 이숭용 신임 감독과 2년 총액 9억원에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령탑 선임을 마무리했지만, 그 과정은 결코 매끄럽지 않았다.
◆베테랑 예우 없었다‥원클럽맨의 충격 이적
정점을 찍은 건 2차 드래프트였다. SSG는 22일 2차 드래프트를 통해 각각 1라운드와 3라운드에서 포수 박대온, 신범수를 지명하며 안방을 보강했다. 하지만 내야수 최주환(1라운드·키움), 최항(3라운드·롯데), 조성훈(4라운드·키움)과 함께 베테랑 외야수 김강민(4라운드·한화)과 작별을 고했다.
2001년 이후 23년간 한 팀에서 뛴 '원클럽맨' 김강민은 인천 야구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었지만, 이번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35인 보호 명단에서 제외됐다. 구단과 선수 모두 은퇴와 현역 연장을 놓고 고민했고, 구단은 지도자 연수와 은퇴경기 등을 생각 중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은퇴가 확정된 것도 아니었고 구단 차원에서 어떠한 '보호장치'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였다. 베테랑 외야수가 필요했던 한화가 빈틈을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김강민을 품었고, 선수 본인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한화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SSG 선수들은 준비하지 못한 이별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김강민과 함께 5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투수 김광현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하지만, 오늘은 해야겠다. 누군가의 선택은 존중하지만, 23년 세월은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잘 가요 형. 아 오늘 진짜 춥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외야수 한유섬은 '이게 맞는 건가요?', '강민이 형, 조만간 집에 갈게요'라는 문구와 함께 김강민과 함께 찍힌 사진을 올렸다.
한화 구단을 통해 본인이 직접 작성한 편지를 공개한 김강민은 "23년 동안 원클럽맨으로 야구를 하며 많이 행복했다. 신세만 지고 떠나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라며 "보내주신 조건없는 사랑과 소중한 추억들을 잘 간직하며 새로운 팀에서 다시 힘을 내보려고 한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다"고 전했다.
◆단장, 1년 만에 전격 사퇴…풀어야 할 과제 한가득
결국 SSG는 25일 구단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감독 및 코치 인선과 2차 드래프트 과정에서 생긴 논란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성용 단장을 R&D센터(구 육성팀) 센터장으로 보직을 변경한다"며 김 단장에 대한 인사 조치를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김강민을 떠나보낸 여파가 단장 교체로 이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구단은 "빠른 시간 내로 객관적인 인선 기준을 마련해 후보군을 선정한 뒤, 신규 단장을 선임할 계획"이라며 "신규 단장이 선임될 때까지 단장 역할은 민경삼 대표를 중심으로 진행하며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준플레이오프가 끝난 시점부터 김성용 단장의 보직 변경까지 한 달의 시간이 흘렀지만, SSG는 스토브리그 기간에 풀어야 할 과제를 절반도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로선 외국인 선수 재계약 및 신규 계약이 가장 큰 문제다. 게다가 연봉 협상도 순조롭게 흘러갈지, 아니면 난항을 겪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다.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한 주전 포수 김민식과의 협상도 남아있다.
베테랑 선수들이 팀의 주축인 만큼 평균 연령이 높고, 젊은 선수들의 발견과 성장 등을 통해 변화가 필요했던 시기이긴 했다. 하지만 선수들도, 팬들도 납득할 만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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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