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임재형 기자) 20여년 전 공중파 방송에서조차 '범죄'로 인식됐던 게임, e스포츠가 이제는 당당히 주류 문화로 떠올랐다. 5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리그 오브 레전드(LOL) e스포츠 대회,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이 역대급 흥행성적을 기록하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아울러 이번 '2023 롤드컵'은 정-재계의 늘어난 관심도 눈에 띄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직접 현장을 찾고, e스포츠 팀 T1의 기틀을 마련한 SK텔레콤이 직접 '지속적인 후원'을 약속하는 등 업계에 대한 달라진 시선이 돋보였다.
▲'게임=범죄' 인식 물럿거라... '2023 롤드컵' 결승, 고척-광화문 현장 관람객 7만↑
'롤드컵'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LOL 종목의 최고 팀을 가리는 대회다. 지난 2018년에 이어 5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롤드컵'은 서울 종로 롤파크(플레이-인 스테이지), 서울 KBS 아레나(스위스 스테이지), 부산 사직실내체육관(녹아웃 스테이지 8강-4강)을 거쳐 결승전을 위해 다시 서울을 찾았다. 결승전 장소는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돔 구장인 '고척 스카이돔'으로, 수많은 역사적인 대회가 해당 장소에서 펼쳐진 바 있다.
지난 19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롤드컵' 결승전은 전세계 최고의 인기팀 T1과 '언더독의 반란'을 노리는 WBG와의 대결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T1에는 한국 LOL e스포츠의 산 증인이자, 4회 우승을 노리는 미드 라이너 '페이커' 이상혁이 속해 있다. WBG에는 2018년 롤드컵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린 유명 탑 라이너 '더 샤이' 강승록이 출전했다.
결승전 결과 트로피를 들어올린 팀은 T1이었다. 지속적으로 경기력을 끌어올린 T1은 WBG를 가볍게 3-0으로 완파하고 전무후무한 통산 4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T1의 우승을 맨 앞에서 이끈 선수는 탑 라이너 '제우스' 최우제다. 최우제는 1~3세트 모두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이면서 결승전 MVP에 뽑혔다.
한국-중국의 자존심 대결과 T1의 '최초 4회 우승'이 걸렸기에 결승전 경기가 열린 고척 스카이돔과, 거리 응원이 펼쳐진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추위를 잊은 수많은 관람객들이 찾았다. 먼저 고척 스카이돔은 1만 8000석이 모두 빠르게 매진되면서 '롤드컵'에 대한 상당한 인기를 증명했다. 라이엇 게임즈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결승전은 지난 8월 2일 예매 시작 후 단 10분 만에 모든 좌석이 판매됐다.
광화문 광장은 '선착순 5000명'으로 응원 자리를 마련한 만큼 새벽부터 일부 팬들이 줄을 서기도 했다. 5000명의 선착순 입장 인원은 입장 시작 후 약 5시간 만에 모두 채워졌으며, 거리 응원에 참여하지 못한 팬은 미디 스테이지에서 질서정연하게 줄지어 결승전을 함께 즐겼다. 라이엇 게임즈 추산 19일 거리 응원 포함 행사에 참여한 팬은 4만 8000명에 달한다.
온라인에서도 '2023 롤드컵' 결승전의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 앞서 역대 최고 기록이었던 지난 2021년 결승전 대비 최다 동시 시청자는 약 30% 증가한 1억 명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적 시청자 수는 처음으로 4억 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롤드컵 후광 받나... 정-재계, 韓 'e스포츠 산업' 육성 의지
이번 '2023 롤드컵'이 역대급 흥행 성적을 기록한 만큼 침체된 e스포츠 업계의 분위기도 반등의 씨앗이 싹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11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2 e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는 1496억 원으로, 북미-중국에 이어 3번째다. 다만 최근에는 코로나19 이후 침체기를 겪으면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최근 부산에서 열린 국제 게임 전시회 '지스타'에 더해 이번 '롤드컵' 결승전까지 게임-e스포츠 산업 육성에 대한 많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콘텐츠 산업에서 게임-e스포츠가 가지는 의미가 남다른 만큼, 적극적인 진흥책으로 산업 강화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19일 기자들과의 소규모 간담회에서 "게임업계 간담회, 지스타, 롤드컵 결승전까지 '게임산업'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e스포츠는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상황이다. 지금도 e스포츠가 조금 더 국민과 가까워질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3 롤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T1의 든든한 조력자인 SK텔레콤 또한 업계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의지를 드러냈다. SK텔레콤은 e스포츠 태동기인 2004년부터 팀을 창단하며 업계의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준 기업이다. 스타크래프트 종목 시절 '황제' 임요환 포함 수많은 스타들이 SK텔레콤의 후원 아래 활약을 펼쳤으며, LOL 종목에서도 '페이커' 이상혁이 10년 넘게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동하며 'LOL계의 마이클 조던, 메시' 등의 찬사를 받고 있다.
김희섭 SK텔레콤 커뮤니케이션 담당(부사장)은 “향후 차세대 e스포츠 아이템이 될 수 있는 VR/AR 게임 보급∙확산 등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할 계획이다”며 “e스포츠의 미래 발전 가능성을 보고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박지영 기자, 임재형 기자
임재형 기자 lisc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