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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현재진행형' 김연아, 비트의 이미지를 뛰어넘다

기사입력 2011.07.13 11:38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동시대에 함께 경쟁을 하지 않은 스케이터를 비교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스케이터가 활동하던 시대의 규정은 물론, 스타일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피겨 여왕' 김연아(21, 고려대)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228.56점이라는 경이적인 점수로 우승을 차지할 때, 많은 이들은 '전설' 카타리나 비트(독일)를 떠올렸다. 관객들을 사로잡는 무대 장악력과 기술과 예술성을 동시에 갖췄다는 점에서 비트와 김연아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외교사절단으로 경쟁을 펼쳤다. 김연아와 비트는 올림픽 유치를 위해 전면에 나서 평창과 뮌헨의 이미지 역할을 수행했다. 결과는 평창을 대표한 김연아의 승리였다. 평창은 63표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동계올림픽 유치 도시로 거듭났다.

'피겨 전설'로서의 김연아와 비트

비트의 업적 중, 가장 높게 평가를 받는 것은 두 번의 올림픽을 제패했다는 점이다. 선수 생명이 짧은 피겨 스케이팅에서 올림픽 2연패를 했다는 점은 매우 의미가 크다. 20대를 넘어서도 전성기의 기량을 유지할 수 있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운대'도 작용해야 한다.

비트는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며 1984년 사라예보 올림픽과 1988년 캘거리 올림픽을 제패했다. 관객들을 사로잡는 무대 장악력과 표현력도 최고였다. 1988년 동계올림픽에서 연기한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인 '카르멘'은 비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무대장악력에서 비트의 대를 이은 스케이터는 미셸 콴(미국)이다. 비트가 활약했던 시대에 태어나지 못했던 김연아는 그 다음 세대인 콴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다. 실제로 김연아는 "비트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 활동했던 스케이터다. 때문에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았던 선수는 미셸 콴이었다. 후에 비트의 연기도 영상을 통해 보게 됐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80년대 이후, 남녀 싱글을 통틀어 올림픽에서 2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는 비트 이외에 없었다. 이와 비교해 김연아는 올림픽 여자 싱글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하며 전 세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2위인 아사다 마오(21, 일본)를 무려 23점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라섰다. 올림픽 역사상 2위 선수와의 점수 격차가 이렇게 벌어진 것은 처음이었다. 김연아의 올림픽 롱프로그램인 '조지 거쉰의 피아노협주곡 바장조'가 연기되기 전까지 올림픽 여자 싱글 최고 프로그램으로 카르멘이 자주 언급됐다.

김연아는 신채점제 이후, 여자 싱글과 관련된 대부분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역대 최고 득점(228.56점)은 물론, 쇼트프로그램(78.50점)과 프리스케이팅(150.06점)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 또한, 노비스 시절부터 국제대회에 출전해 단 한 번도 입상권 밖에 밀려나본 경험이 없다. 이 부분은 비트를 비롯한 그 어떤 스케이터도 이룩하지 못한 업적이다.

이 둘은 평창과 뮌헨의 홍보대사를 떠나 빙판 위에서 연기를 펼친 스케이터였다. 온라인상에서는 김연아와 비트가 토고 로메로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밴쿠버 감동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올림픽 유치로 이어져

비트가 프로 무대에서 완전하게 떠난 것은 지난 2008년이었다. 2번의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비트는 1994년 릴리함메르 동계올림픽에 복귀해 화제를 모았다. 피겨 선수로서는 환갑을 넘은 나이인 29세에 은반에 복귀한 비트는 7위에 오르면서 팬들의 갈채를 받았다.

비트는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남자 싱글 금메달리스트인 브라이언 보이타노(미국)와 함께 아이스쇼에 출연하면서 '피겨 흥행'을 주도했다. 은퇴 후에도 여러 활동을 통해 세계적인 인지도를 다져나갔다. 이번 뮌헨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전면에 나섰던 비트는 국제스포츠계에서 영향력을 지닌 인사였다.



이러한 비트와 비교해 김연아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차별성이 있었다. 비록, 그랑프리 시리즈에는 출전하지 않지만 김연아는 지난 시즌 세계선수권에 출전했다. 또한,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선보인 감동은 이번 평창 유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연이어 세계신기록을 세운 김연아의 연기는 올림픽 여자 싱글 역사상 최고였다.

여기에 3주 동안 집중적으로 연습을 한 프레젠테이션도 성공적이었다. 김연아의 이미지는 평창이 내건 슬로건인 '새로운 지평' 그 자체였다.

김연아가 단순히 점수만 잘 얻어서 이기는 경기를 추구했다면 '감동'은 완성될 수 없었다. 지난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안도 미키(24, 일본)의 여운이 오래가지 않은 점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비트와 김연아의 공통점은 빙판 위에서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현재진행형의 이미지를 가진 김연아가 결국, 평창 유치에 큰 공헌을 해냈다.

지난 8일 남아공 더반에서 귀국한 김연아는 몸살감기로 고생했지만 현재는 많이 완쾌된 상태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는 "아직 완전하게 완쾌된 상태는 아니지만 김연아의 몸 상태는 많이 좋아졌다. 12일 예정된 방송 녹화에 출연했으며 11일에는 태릉실내링크에서 가벼운 훈련을 했다. 점프는 하지 않고 가볍게 스케이팅을 하면서 몸을 풀었는데 앞으로 조금씩 컨디션을 끌어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 = 김연아 (C) SBS방송 캡쳐, 엑스포츠뉴스DB, 카타리나 비트 (C) SBS 제공]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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