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선수의 눈물을, 그것도 한 시즌에 세 번이나 보는 건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그만큼 고우석의 2023년은 다사다난했다는 뜻이었다.
LG 트윈스의 '클로저' 고우석은 지난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 팀이 6-2로 앞서 있던 9회초 박경수를 3루수 파울플라이, 조용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뒤 배정대에게 2루수 뜬공을 이끌어내고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 LG의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그리고 통합우승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우승이 확정되고, 고우석은 또 한 번 눈시울을 붉혔다. 3월 열린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회에서 담 증세로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고, 정규시즌 개막 후 회복을 마치고 팀에 합류해 복귀전을 치른 뒤 인터뷰에서, 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후, 그리고 이날 세 번째 눈물이었다.
고우석은 "항상 질 때마다 울었는데, 올해는 금메달도 따고 우승도 해서 기쁨의 눈물을 흘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만큼 부상이 많았던 시즌이 없었는데, 그래도 팀원들이 시즌을 잘 치렀다. 내가 크게 도움이 된 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야구를 하면서 한 번 찾아올까 말까한 이런 순간에 내가 마무리를 할 수 있어 팀원들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몇 번의 부상으로 시즌 자체도 평탄하지 않았지만, 한국시리즈 역시 순조로운 길을 걷지는 않았다. 한국시리즈 직전 허리 근육통이 찾아 왔고, 중요했던 1차전 동점 상황에서 결승타를 허용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3차전에서는 한 점으로 앞선 상황 박병호의 투런포 포함 3점을 허용하면서 무너졌다 오지환의 드라마같은 역전 스리런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그럼에도 염경엽 감독은 고우석에게 단 한 번도 믿음을 거둔 적이 없었다. 고우석은 "컨디션을 떠나서 결과가 좋지 않으면 아무래도 팀원들도 그렇고, 나를 기용하는 감독님, 코치님들도 불안함에 빠질 수밖에 없는데 불안해 하시지 않고 나에게 그런 임무를 부여해주셔서 감사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얘기했다.
유독 다사다난 했던 한해, 가장 힘들었을 때가 언제였냐고 묻자 한참을 생각하던 고우석이 답했다. 그는 "모르겠다. 1년을 너무 전투적으로 치러 오다 보니까, 힘든 것도 모르고 지나간 것 같다. '오늘이 특별히 힘들다' 이런 순간 없이, 그냥 항상 똑같은 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고 얘기했다.
어느 한 순간이 특별히 힘들다 느껴지지 않을 만큼 오래 힘들었거나, 그럼에도 이겨냈거나. 어느 쪽이든 고우석이라는 투수가 단단한 선수라는 것을 말해주는 답변이었다.
고우석은 "우승을 이렇게 할 수 있는 거였으면 작년에도 할 수 있었을 것 같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냥 기뻐야 하는데 또 그런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아쉬운 순간들이 많이 기억에 난다"면서 "시상대에 섰을 땐 또 우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고 전했다.
올해 고우석은 겪어보지 못한 많은 것들을 겪었다. 고우석은 "마지막에 좋은 공을 던지고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년 시즌을 준비에는 회복도 중요할 것 같다"면서 "김용일 코치님과 잘 상의해서 시즌을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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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