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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패' 토트넘, 아스널에 밀려 3위 추락…손흥민+황희찬 맞대결선 동반 골침묵

기사입력 2023.11.12 05:45 / 기사수정 2023.11.12 06:35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요란했던 '코리안 더비'가 손흥민(31·토트넘)과 황희찬(27·울버햄프턴)의 동반 골침묵으로 끝났다.

다만 승부에선 전력이 다소 뒤지는 것으로 평가받았던 황희찬 소속팀 울버햄프턴이 프리미어리그 2위 토트넘을 후반 추가시간 멀티골로 잡아내는 이변을 일으켰다.

토트넘 입장에선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지난 여름 영입한 뒤 첫 고비를 맞았다. 울버햄프턴은 이번 시즌 맨시티에 이어 토트넘까지 격파하며 '자이언트 킬러'로 명성을 높이게 됐다.

반면 토트넘은 1위였던 순위가 라운드를 할 때마다 하나씩 내려가 3위가 됐다. 4위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생겼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11일 영국 울버햄프턴 몰리뉴 경기장에서 열린 2023/24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 토트넘-울버햄프턴 맞대결에서 나란히 선발 출전해 함께 90분을 전부 뛰었다. 둘은 이전에서 이른바 '코리안 더비'에서 격돌한 적이 있으나 함께 풀타임을 소화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둘의 '코리안 더비'에선 황희찬과 손흥민이 번갈아 가며 교체로 들어가 서로 그라운드에서 만나는 시간이 짧았다.

경기에 앞서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에서 8골을 터트려 득점 공동 2위를 달리고 있었다. 황희찬도 6골을 터트리며 상위권에 올랐다. 그 만큼 둘 모두 이번 시즌 축구종가 최상위리그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날 둘은 활발한 움직임에도 국내 팬들이 기대했던 골을 넣지는 못했다.

손흥민은 이날 한 차례 슈팅을 날렸으나 골과는 거리가 멀었다. 황희찬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괜찮은 골찬스를 잡아 오른발 슛을 날렸으나 이번 시즌 자랑하던 골결정력이 이날은 나타나지 않았다.

경기는 예상밖으로 울버햄프턴의 승리로 끝났다.

홈팀은 전반 3분 상대 왼쪽 날개 브레넌 존슨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후반 추가시간 파블로 사라비아와 마리우 레미나가 연속골을 넣어 홈팬들을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에 빠트리고 2-1 역전승을 거뒀다.



토트넘은 이날 경기 패배로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지난 7일 첼시와의 홈 경기에서 2명이 퇴장당하고 2명이 부상당하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1-4로 역전패했던 토트넘은 울버햄프턴에도 패하면서 8승 2무 2패(승점 26)를 기록했다. 순위도 선두인 맨시티는 물론 북런던 라이벌 아스널(승점 27)에도 밀려 3위가 됐다.

아스널은 이후 열린 번리와의 홈 경기에서 레오나드 트로사르의 선제골과 윌리엄 살리바의 결승골, 올렉산드르 진첸코의 쐐기골을 묶어 3-1 쾌승을 거두고 승점 27을 확보하면서 맨시티에 득실차에 뒤진 2위가 됐다. 토트넘을 제쳤다.

아직 다른 팀들이 12라운드를 치르지 않아 4위까지 추락할 수 있다. 승점 24를 기록 중인 리버풀이 12일 오후 11시 브렌트퍼드와 홈 경기를 치른다.

이번 시즌 맨시티에 이어 또 한 번 대어를 잡은 울버햄프턴은 3승 4무 5패(승점 13)가 되면서 순위를 14위에서 12위로 끌어올렸다.

이날 홈팀 울버햄프턴은 3-4-3 전형을 꺼내들었다. 포르투갈 출신 조세 사 골키퍼가 골문 앞에 선 가운데 토티 고메스, 막시밀리안 킬먼, 크레이그 도슨이 백3를 형성했다. 넬손 세메두와 라얀 아잇 누리가 좌우 윙백을 맡으며, 중원엔 레미나와 주앙 고메스가 배치됐다. 최전방 3톱 라인엔 황희찬, 마테우스 쿠냐, 장-리크너 벨레가르드가 이름을 올렸다.

원정팀 토트넘은 4-3-3 포메이션을 선택했다.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골문을 지키며, 페드로 포로, 에릭 다이어, 벤 데이비스, 에메르송 로얄이 백4를 구성했다. 중원에 파페 사르와 이브 비수마,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가 자리했으며, 공격진은 2선에서 데얀 쿨루세브스키와 브레넌 존슨이 출전해 손흥민과 함께 울버햄프턴 골문을 노렸다.



토트넘을 이끄는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 첼시전에서 수비수 3명을 퇴장 혹은 부상으로 한꺼번에 잃은 뒤 다이어와 데이비스, 로얄 등 그간 경기를 뛰지 않아 실전 감각이 거의 없는 선수들을 백4에 세웠다.

기선을 제압한 쪽은 원정팀 토트넘이었다. 

후방에서부터 착실히 빌드업을 해나가던 토트넘은 전반 3분 만에 첫 골을 터트렸다.

사르가 연결한 공을 쿨루세브스키가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침투하는 포로에게 내줬다. 포로는 낮고 빠른 크로스를 문전 앞으로 올렸다. 수비 뒤에서 웅크리고 있다가 골문으로 재빨리 뛰어든 쇄도하던 존슨이 왼발을 상대 수비수와 함께 쭉 뻗었는데 공에 먼저 닿으면서 방향 바뀌고 골로 인정됐다

하지만 추가골을 넣지 못하고 울버햄프턴의 빠른 역습에 계속 고전한 것이 화를 불렀다.



후반 초반엔 황희찬에 결정적인 찬스를 내줘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후반 9분 코너킥 상황에서 아크 정면으로 흐른 공을 고메스가 잡아 중거리 슛을 시도했다. 슈팅이 수비에 걸린 뒤 페널티지역 오른쪽 절묘한 위치에 있던 황희찬에게 연결됐는데 곧장 오른발 발리슛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들어 곧잘 들어가던 황희찬의 오른발 발리슛이 이번엔 제대로 맞지 않아 골문 오른쪽을 벗어났다. 울버햄프턴 입장에선 땅을 칠 순간이었다.

하지만 주전 수비수 3명이 빠져 호흡이 맞지 않는 토트넘을 줄기차게 괴롭히던 홈팀은 후반 추가시간에 기적 같은 멀티골이 터져 웃었다.

교체투입된 사라비아가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크로스를 받은 뒤 각도가 없는 곳에서 기가 막힌 왼발 발리슛을 시도, 비카리오와 왼쪽 골대 사이 빈 틈으로 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이 때 추가시간이 6분 남은 상태였는데 남은 시간 웃은 팀은 울버햄프턴이었다.



동점포 주인공 사라비아가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볼을 잡은 뒤 골문으로 전진 패스를 배달했다. 이를 레미나가 골문 구석을 향해 오른발로 밀어넣어 버저비터와 같은 역전 결승포를 작렬시켰다. 오닐 감독은 터치라인을 따라 펄쩍펄쩍 뛰며 환호했다.

토트넘은 1~10라운드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으나 2연패를 당하면서 4강권도 위협받을 수 있는 신세가 됐다.

이날 경기 뒤 손흥민은 축구통계매체 '풋몹'으로부터 6.4점의 평범한 평점을 받았다. 총 24차례 패스를 뿌려 20개를 성공시키는 등 패스성공률 83%를 기록했다. 드리블은 2번 시도해 한 번 성공했으며, 지상볼 경합은 7번 다퉈 3번 따냈다.

황희찬은 6.8점을 얻어 손흥민보다 0.4점 높았다. 풋몹은 이날 경기 선발로 나선 필드플레이어 중 황희찬이 가장 적은 볼터치(35회)를 기록했다고 알렸다. 패스는 14번 뿌려 11번 성공, 79%의 성공률을 드러냈다. 드리블은 8번 시도해 2번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지상볼 경합은 17번 시도해 7번 성공했다. 태클 2번 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이날 양팀 선수 중엔 결승포 사나이 레미나가 8.7점으로 최고 평점을 기록했다. 토트넘 선수 중엔 첫 골 주인공 존슨이 7.7점으로 최고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날 경기 뒤 선수들의 노력을 칭찬하면서도 전반전 1-0으로 앞서고 있을 때 다소 소극적이었음을 지적했다.

"우리는 전반전에 더 긍정적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일찍 골을 넣고 소극적으로 경기를 했다. 우리가 승부에 쐐기를 박을 수 있는 몇 번의 기회가 있었다"고 전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울버햄프턴 원정 자체가 매우 힘들다. 또 전에 많이 뛰지 못한 선수들이 있었다. 마지막에 우리가 무너졌다기 보다는 이해할 만한 것들이었다"며 데이비스 등 경기 막판 실수한 선수들을 감쌌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역전패에 대해서도 "경기 막판에 일어난 일이라 더욱 실망스럽다. 하지만 이게 축구의 고통 중 일부다. 그냥 감수해야 한다"며 선수들을 격려하고 다음 단계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백4 4명 중 페드로 포로를 제외한 3명이 기존 주전이 아니었던 것에 대해선 오히려 이번에 출전한 선수들을 칭찬했다. "후반전에 우린 이기고 있었으나 오랜 기간 뛰지 않은 선수들이 있다보니 자기 보호적인 측면에서의 플레이가 있었다"고 해석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아마 모처럼 나온 선수들은 힘이 빠졌을 것으로 본다. 이에 반해 울버햄프턴 선수들은 뒤에서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홈팬들이 있다. 그래서 스스로 일어설 수 있었다고 본다"며 홈에서의 열광적인 응원이 앞서 맨시티를 무너트리고 이번에 강팀 토트넘까지 제압한 맨시티의 힘이 되었다고 전했다.



그는 아울러 "졌지만 긍정적인 점들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경기를 뛰지 못했던 선수들은 오늘의 경험으로 더 나아지고 강해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승장인 오닐 감독은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지도자를 시작한 뒤 가장 자랑스러운 날이 됐다"며 "우린 (실점한) 첫 5분을 제외하고는 더 나은 팀이라고 생각했다. 0-1로 뒤진 상황에서도 우리 선수들이 자랑습게 플레이했다 85분간 잘 싸웠다"고 울버햄프턴 선수들을 칭찬했다.

이어 "계속 나아가려는 정신력도 훌륭했습니다. 사실 '잘했지만 운이 없다'는 말을 경기 뒤 해야한다는 사실에 실망했다. 그러나 동점골을 넣었고 이후에도 승리를 얻으려고 다가간 마인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훌륭했다. 우린 충분히 이길 자격이 있다"고 알렸다.

상대팀에 대해선 "토트넘은 최고의 팀이다. 몇몇 선수가 빠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우리가 일치단결해서 이겨냈다. 승리했고 팬들도 즐겼을 것"이라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울버햄프턴 SNS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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