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한국 축구가 유럽파 클래스를 앞세워 6년 8개월전 중국 원정 아픔을 설욕하기 위해 나선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이달 한국과 중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앞두고 뽑은 엔트리 23명을 6일 발표했다. 한국은 오는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동남아 싱가포르와 2026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1차전 홈 경기를 벌인다.
이어 중국 선전으로 이동해 21일 중국과 아시아 2차 예선 2차전 원정 경기를 치른다. 아무래도 관심이 쏠리는 경기는 중국 원정일 수밖에 없다.
비록 2차 예선이지만 클린스만은 월드컵 예선이라는 무게감을 반영해 유럽파 스타플레이어들을 총동원, 2연승에 도전한다. 지난 10월 A매치 2연전과 비교하면 2명이 빠지고 한 명이 새로 포함됐다. 다시 들어간 멤버가 백업 골키퍼 송범근(쇼난 벨마레)여서 기존 명단을 거의 유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장 손흥민(토트넘), 핵심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알토란 미드필더 이재성(마인츠), 중원 조타수 황인범(즈베즈다), 돌격대장 황희찬(울버햄프턴), 스트라이커 조규성(미트윌란), 테크니션 이강인(PSG) 등이 유럽파 최정예 멤버들이 전원 포함됐다.
또 김영권, 정승현, 김태환, 설영우(이상 울산 현대) 등 창단 후 첫 K리그1 2연패를 일궈낸 울산 현대 수비라인에 경험 많은 풀백 김진수(전북 현대)까지 포함시켰다.
한국 축구 입장에선 아시아 2차 예선 2연승을 통해 3차 예선 진출, 더 나아가 조기 진출이라는 목표를 위해 유럽파들을 모두 소집했다. 아울러 중국과의 월드컵 예선 패배를 설욕한다는 의미도 갖게 됐다.
한국은 지난 2017년 3월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중국 원정에서 패한 적이 있다. 당시 독일 출신 율리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할 때였는데 코너킥 위기 때 상대 장신 공격수 위다바오에 한 골을 내준 뒤 이를 만회하지 못해 고개를 숙였다. 경기가 열린 도시였던 중국 창사를 차용해 '창사 참사'란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마침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이 경고누적으로 뛰지 못해 전력에 큰 공백이 생긴 가운데 중국에 결과는 물론 내용에서도 앞서지 못하는 굴욕을 당했다.
패배 충격은 대단했다. 2016년 10월 열린 이란전에서도 0-1로 패한 터라 최종예선에서의 순위가 위태로웠다. 결국 이란전 및 우즈베키스탄전 등 마지막 2연전 앞두고 기술위원회가 책임을 물어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하고 신태용 감독을 새로 선임할 정도였다. 중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첫 본선 진출의 꿈에 부풀어 올랐다.
이후 이란, 우즈베키스탄과 모두 비기면서 조 2위 자리를 유지해 본선행에 성공하기 했지만 중국전 패배는 한국 축구에 큰 치욕이 됐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선 두 팀이 아시아 예선에서 만나지 못했다. 결국 이번 2차 예선을 통해 태극전사들은 당시 패배를 갚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한국은 6년 전 0-1 패배 이후 중국전 3승 1무를 기록 중이다. 이번 2차 예선에서도 제 실력만 발휘하면 하락세인 중국을 충분히 누를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 2017년 1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컵에서 2-2로 비긴 한국은 2019년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열린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황의조와 김민재의 연속골이 터져 2-0 완승을 챙겼다.
2019년 12월 부산에서 벌어진 동아시아축구연맹컵에선 김민재가 결승포를 넣어 1-0으로 이겼다. 2022년 7월 일본 도쿄에서 치른 동아시아축구연맹컵에서는 조규성, 권창훈의 득점과 함께 상대 자책골이 나오면서 3-0 완승을 거뒀다.
물론 동아시아축구연맹컵은 최정예 멤버가 나오는 경기는 아니다. A매치 기간이 아니다보니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뛰는 선수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유럽파는 나설 수 없다. 2019년 1월 열린 아시안컵 한중전 역시 아시안컵이란 대회 자체는 유럽파까지 모두 소집돼 치르는 대회였으나 당시 두 팀이 조별리그에서 2연승을 기록한 터라 힘을 다소 빼고 나온 측면이 있었다. 특히 한국에 밀릴 것을 두려워한 중국이 그랬다. 당시 중국대표팀 감독이었던 이탈리아 출신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은 주전급 선수들을 빼는 등 눈에 보일 정도로 한국전 비중을 낮췄다.
결국 이번에 선전에서 열리는 2차 예선 중국 원정은 '창사 참사' 이후 6년 8개월 만에 한국과 중국 양국 축구대표팀이 최정예 엔트리를 꾸려 제대로 붙는 경기가 됐다. 일단 기운은 한국 쪽에 있다. 비록 24세 이하 대표팀에 와일드카드 3명이 포함된 팀간 격돌이었으나 한국은 지난달 항저우 아시안게임 8강에서 일방적인 공격을 펼친 끝에 2-0으로 완승을 거두고 금메달 초석을 닦은 적이 있다.
이번 국가대표팀에서 뽑힌 홍현석은 당시 중국전 선제골 뒤 "경기장이 도서관처럼 조용했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클린스만호가 싱가포르전에서 몸을 제대로 푼 뒤 중국에서 쾌승할지 주목된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11월 A매치 참가 선수 명단(23명)
GK : 김승규(알샤밥), 조현우(울산현대), 송범근(쇼난벨마레)
DF : 김영권, 정승현, 김태환, 설영우(이상 울산현대),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김진수(전북현대), 이기제(수원삼성)
MF :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박용우(알아인), 이재성(마인츠), 홍현석(KAA헨트), 황인범(FK 츠르베나 즈베즈다), 정우영(VfB 슈투트가르트), 황희찬(울버햄튼), 이순민(광주FC), 문선민(전북현대)
FW : 오현규(셀틱), 조규성(미트윌란), 황의조(노리치 시티FC)
사진=대한축구협회 SNS,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DB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