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 김지수 기자) KT 위즈 외야수 김민혁을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한 이강철 감독의 결정은 '신의 한 수'가 됐다. 마법사 군단은 김민혁의 멋진 한방으로 '리버스 스윕' 드라마를 쓰고 'V2'를 향한 도전을 이어갔다.
KT는 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 3승제) 5차전에서 NC 다이노스에 3-2 역전승을 거뒀다.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한국시리즈 진출권을 손에 넣고 오는 7일부터 정규리그 1위 LG 트윈스와 우승 트로피를 놓고 격돌한다.
KT의 한국시리즈 진출 과정은 드라마틱했다. 지난달 30~31일 안방 수원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2차전을 NC에 내리 패하면서 업셋(Upset)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KT는 무너지지 않았다. 올 시즌 정규리그 개막 직후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 속에 최하위로 추락해 5월까지 꼴찌에 머물렀던 수모를 딛고 최종 2위로 플레이오프에 오른 저력은 쉽게 생긴 게 아니었다.
KT는 3차전에서 토종 에이스 고영표의 역투로 3-0으로 NC를 꺾고 반격에 성공했다. 4차전까지 타선 폭발 속에 11-2 대승을 거두고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5차전 승리 과정도 극적이었다. KT는 3회초 유격수 김상수의 연이은 실책 여파로 NC에 선취점을 내준 뒤 4회초 추가점까지 헌납해 0-2로 끌려갔다. 타선까지 5회말 1사까지 13타자 연속 범타로 꽁꽁 묶이면서 흐름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KT는 또 한 번 드라마를 썼다. 장성우의 2루타와 문상철의 안타로 잡은 1사 1·3루 찬스에서 KT 벤치가 승부수를 던졌다. 오윤석의 타석 때 아끼고 아꼈던 대타 김민혁 카드를 빼 들었다.
김민혁은 스윙 한 번으로 5차전을 지배했다. 호투하던 NC 선발투수 신민혁에 2타점 2루타를 때려내며 스코어를 2-2 동점으로 만들었다. 빨랫줄 같은 타구를 외야로 날려 보낸 뒤 2루 베이스를 밟고 포효했다.
KT는 김민혁의 2타점 2루타로 게임 리셋과 함께 흐름을 완전히 가져왔다. 6회말 무사 만루에서 박병호의 병살타 때 3루 주자의 득점으로 역전한 뒤 1점의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고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민혁은 5차전 데일리 MVP에 선정돼 상금 100만 원을 챙겼다.
김민혁은 5차전 종료 후 공식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초반에 우리가 공격이 풀리지 않아 답답한 게임이었다"며 "감독님과 타격코치님이 빨리 (대타를) 준비하라고 언질 주셨고 실내에서 타격 훈련을 하고 타석에 들어갔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민혁은 올해 정규리그 113경기에서 타율 0.297(397타수 118안타) 3홈런 41타점 11도루 OPS 0.741로 활약했다. 뛰어난 컨택 능력을 바탕으로 KT 주축 외야수로서 팀의 2위 등극에 기여했다.
자연스럽게 가을야구 무대에서도 활약이 기대됐지만 뜻밖의 '부상'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왔다. 지난 9월 21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햄스트링을 다쳐 팀의 후반기 잔여 경기에서 아웃됐다.
플레이오프 엔트리 합류를 목표로 재활에 몰두했지만 좀처럼 부상이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았다. 이강철 KT 감독도 김민혁의 포스트시즌 기용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장고 끝에 김민혁에게 기회를 줬고 이는 KT의 한국시리즈 진출로 이어졌다.
이강철 감독은 5차전 승리 후 "김민혁이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대타로 나와 안타를 쳤고 4차전에서도 볼넷 출루로 빅이닝의 발판을 놨다. 타격감이 좋다고 생각했다"며 "사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안 넣을까도 했지만 우리 팀에서 가장 컨택이 좋은 타자였기 때문에 포함시켰다.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웃었다.
김민혁은 현재도 100% 몸 상태는 아니다. 다만 타격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만큼 재활 과정에서 스스로 대타 출전에 초점을 맞추고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김민혁은 "부상을 당하고 가을야구 때는 무조건 정상적인 몸으로 출전하기 위해 준비했지만 재검진에서 상태가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다른 건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타격에만 초점을 맞추고 준비했던 게 잘 된 것 같다"고 돌아봤다.
또 "현재 부상에서 회복된 건 60%다. 하지만 타격에는 문제가 없다. 뛰는 거나 외야 수비를 할 때 타구를 쫓아가는 건 조금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혁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당연히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충분히 한국시리즈에도 LG 벤치의 계산을 복잡하게 만드는 '압박 카드'가 될 수 있다.
KT는 야수 백업층이 두텁지 않은 상황에서 앤서니 알포드, 박병호 등 핵심 타자들의 타격감이 썩 좋지 않다. 김민혁 대타 카드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한국시리즈를 풀어가는 열쇠 중 하나다.
알포드는 플레이오프에서 14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 타율 0.143을 기록했다. 4차전에서 멀티 히트와 함께 홈런포를 가동하며 슬럼프 탈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5차전에서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4번타자 박병호도 플레이오프 20타수 4안타 타율 0.200 1타점으로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다. 5차전 6회말 무사 만루에서도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해결사의 면모는 보여주지 못했다.
이강철 감독은 일단 "(6회말 무사 만루 박병호의 병살타는) 불펜 투수들이 긴장하고 던지라고 1점만 낸 것 같다"고 농담을 던지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대신 "김민혁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안 쓰면 안 될 것 같다. 선발로 출전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상태를 보고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사진=수원, 김한준 기자/박지영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