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 김지수 기자) KT 위즈 우완 영건 손동현이 플레이오프를 지배하는 역투로 팀을 한국시리즈 무대로 이끌었다. 마법사 군단의 '리버스 스윕' 드라마의 주연으로 우뚝 서며 시리즈 MVP까지 차지했다.
KT는 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 3승제, KT-NC 2승 2패) 5차전에서 NC를 3-2로 이겼다. 한국시리즈 진출 티켓을 손에 넣고 오는 7일부터 정규리그 1위 LG 트윈스와 한국시리즈(7전 4승제)에서 우승 트로피를 놓고 격돌한다.
KT를 한국시리즈로 이끈 건 손동현이었다. 손동현은 이날 팀이 2-2로 팽팽히 맞선 6회초 무사 1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KT 벤치는 예상보다 빠르게 투수 교체 타이밍을 가져가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손동현은 특유의 '강심장' 기질을 뽐냈다. 권희동의 희생 번트로 1사 2루 득점권 위기에 몰렸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제이슨 마틴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쉽게 아웃 카운트를 늘렸다. 이어 곧바로 오영수를 1루수 땅볼로 솎아내면서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손동현의 호투로 고비를 넘긴 KT는 곧바로 이어진 6회말 공격에서 역전에 성공했다. 선두타자 김상수, 황재균의 연속 안타, 앤서니 알포드의 볼넷 출루로 잡은 만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4번타자 박병호가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물러났지만 3루 주자 김상수가 홈 플레이트를 밟아 3-2로 경기를 뒤집었다. 5차전 시작 후 KT가 처음으로 리드를 잡는 순간이었다.
손동현은 7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라 더 위력적인 공을 뿌렸다. 선두타자 김형준을 중견수 뜬공, 김주원을 삼진으로 잡으면서 위력적인 구위를 뽐냈다. 2사 후 손아섭에 2루타를 내주면서 또 한 번 고비를 맞았지만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발휘했다. 서호철을 우익수 뜬공으로 솎아 내고 포효하며 이닝을 종료시켰다.
KT는 이후 박영현이 8회초, 김재윤이 9회초 NC의 저항을 무실점으로 막고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플레이오프 1, 2차전 패배를 딛고 3, 4, 5차전을 내리 따내는 저력을 발휘하며 '리버스 스윕'의 드라마를 썼다.
역대 5전 3승제 KBO 플레이오프에서 리버스 스윕이 나온 건 1996년 현대 유니콘스, 2009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이어 역대 3번째다.
KT는 정규리그 개막 후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 여파로 5월까지 꼴찌로 쳐졌지만 6월부터 반등한 뒤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치는 기염을 토한 데 이어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성공, 말 그대로 '마법' 같은 2023 시즌을 보내게 됐다.
손동현은 플레이오프 5경기에 모두 등판해 7이닝 3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 1승 1홀드 맹활약을 펼친 공로를 인정받았다. 시리즈 MVP에 선정돼 상금 300만원을 챙겼다.
손동현은 경기 종료 후 "모든 경기에 등판했는데 KT가 (시리즈 탈락) 위기에서 리버스 스윕에 성공해 행복하다"며 "전혀 힘들지 않았고 팀 승리에 보탬이 된 것 같아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팀이 1, 2차전을 져서 2패를 했을 때는 다음날 (어깨가) 뭉쳤는데 이기니까 몸이 무거운 게 없었다. 계속 등판해도 좋았다"고 웃었다.
손동현은 프로 데뷔 5년차를 맞은 올해 유망주 껍질을 완전히 깨뜨렸다. 정규리그 64경기 8승 5패 1세이브 15홀드 평균자책점 3.42로 활약하며 리그 정상급 필승조로 거듭났다.
셋업맨 박영현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으로 자리를 비운 후반기 막판에는 마무리 김재윤에 앞서 8회를 책임졌다. 값진 경험과 자신감을 쌓은 상태로 플레이오프에 돌입했고 맹활약을 펼쳤다.
손동현은 "시즌 막판 셋업맨 역할을 했던 게 좋은 영향이 있었고 플레이오프 준비 기간 몸 상태가 좋아서 자신감이 있었다"며 "포스트시즌에서 던지니까 더 힘이 생기는 걸 느꼈다. 시즌 때는 멀티 이닝을 던지면 결과가 안 좋은 게 있었지만 가을야구에서는 투구수가 많아져도 힘든 걸 못 느꼈다"고 설명했다.
플레이오프 MVP에 대해서는 "거짓말이 아니라 전혀 생각을 못했다"고 쑥스럽게 웃은 뒤 "제발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날 밤에는 긴장돼서 잠도 잘 못 잤다"고 강조했다.
생애 처음으로 밟게된 한국시리즈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손동현은 KT가 창단 첫 통합우승의 역사를 썼던 2021 시즌에는 상무에서 군 복무 중이었기 때문에 동료들과 함께하지 못했다.
정규리그에서는 한국시리즈 상대 LG에 6경기 8이닝 8피안타 1피홈런 4볼넷 5탈삼진 5실점(4자책) 1승 1패 평균자책점 4.50으로 다소 고전했다. 다만 손동현의 최근 구위와 상승세를 고려하면 시즌 때보다 더 좋은 피칭이 충분히 기대된다.
손동현은 "일단 플레이오프를 팀이 이겼다는 자체가 너무 꿈만 같다. 한국시리즈가 시작돼야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다"면서도 "팀 분위기가 현재 굉장히 좋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강철 KT 감독도 "사실 손동현이 이렇게까지 많이 던질 거라고는 생각을 안 했는데 시즌 막판 박영현 빈자리를 막은 게 큰 경험이 됐던 것 같다"며 "연습경기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손동현이 던지는 걸 보면 구위 좋은 게 눈에 들어오더라. 많이 활용했는데 고맙게도 잘해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KT는 오는 6일 하루 휴식을 취한 뒤 7일 LG의 홈 구장 잠실야구장에서 한국시리즈 1차전을 치른다.
사진=수원, 김한준 기자/박지영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