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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행' 124승 레전드..."투수왕국 재건이 목표, 최선을 다하겠다" [인터뷰]

기사입력 2023.11.04 09:50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KBO 역사상 최고의 우완 투수 중 한 명이 삼성 라이온즈 마운드 재건의 임무를 안고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정민태 전 한화 이글스 투수코치가 2024 시즌 '사자 군단'의 투수진을 책임진다.

삼성은 3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정민태 1군 투수코치, 이진영 1군 타격 코치, 정연창 1군 총괄 트레이닝 코치, 정대현 2군 감독, 강영식 투수코치, 김지훈 퓨처스 총괄 트레이닝 코치 등 총 6명의 지도자 영입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정민태 투수코치다. 삼성은 올 시즌 정현욱 투수코치가 1군 메인 투수코치를 맡아 정규리그를 시작했지만 투수들의 집단 부진 속에 8월부터 권오준 투수코치가 1군 마운드 운영을 담당했다. 

하지만 삼성이 팀 평균자책점 4.60으로 10개 구단 꼴찌에 그치는 난조 속에 정규리그를 8위로 마감하면서 변화가 불가피했다. 특히 불펜진의 팀 평균자책점이 5.16로 압도적인 최하위였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5점대 평균자책점이었고 리그 평균(ERA 4.27)과도 1점대 가까이 차이가 났다.



3년차 좌완 영건 이승현이 마무리 보직을 맡기도 했지만 시즌 최종 성적은 48경기 1승 5패 5세이 7홀드 평균자책점 4.98로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웠다. 필승조는 1982년생 오승환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심각한 상황이다. 

오승환이 58경기 4승 5패 30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3.45로 건재한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필승조에서 새롭게 등장한 투수가 없었다. 불펜에서 성장하는 유망주가 뚜렷하게 나오지 않았다. 

현역 시절 삼성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내부 코치들 대신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마운드 체질 개선에 나섰다. 정민태 코치가 1군 메인 투수코치로 박진만 감독과 함께 2024 시즌을 준비하게 됐다.

정민태 코치는 '엑스포츠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장 복귀 기회를 준 이종열 단장과 박진만 감독에게 고맙다"며 "한편으로는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최선을 다해 삼성 마운드를 강하게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민태 코치는 긴 설명이 필요 없는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이다. 통산 290경기 1831이닝 124승 96패 3세이브의 기록을 남겼다.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3회(1998, 1999, 2003) 수상, 한국시리즈 MVP 2회(1998, 2003) 수상, 다승왕(1999, 2000, 2003) 3회 등 수많은 트로피를 품었다.



1998 시즌 현대 유니콘스(2008년 해체)에서 17승 9패 평균자책점 2.83으로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역사적인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한국시리즈 1차전과 4차전 선발승을 따냈고 6차전에서는 세이브까지 수확했다. 한국시리즈 MVP도 정민태 코치의 몫이었다.

KBO리그 역대급 타고투저 시즌이었던 1999년에는 20승 7패 평균자책점 2.54로 리그 전체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펼쳤다. 2000년에는 팀 후배 김수경, 임선동과 나란히 18승을 거두고 공동 다승왕을 차지하는 등 전성기를 구가했다.

2003 시즌 17승 2패 평균자책점 3.31로 또 한 번 다승왕 타이틀과 골든글러브를 품었다. 2003 한국시리즈에서는 SK(현 SSG)를 상대로 1, 4, 7차전 선발승을 따내고 현대의 창단 3번째 우승을 이끌었다. 한국시리즈 7차전을 완봉승으로 장식하고 시리즈 MVP까지 따냈다. 

2009년부터는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했다. 키움 히어로즈 1군 메인 투수코치로 2012년까지 투수들을 지도했고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롯데 자이언츠 1군 메인 투수코치를 맡았다. 2015년부터 한화로 팀을 옮겨 2020년까지 1군 메인 투수코치, 2군 투수코치, 육성군 투수코치를 역임했다. 

올해는 SPOTV 야구해설위원으로 팬들과 만났다. 정민태 코치는 1년 동안 마이크를 잡으면서 10개 구단의 경기를 지켜본 경험이 3년 만에 현장 복귀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민태 코치는 "사실 부담은 많이 되지만 삼성에서 나를 부른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책임감을 가지고 내가 그 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선수들과 잘 소통하면서 하나하나 잘 만들어 가려고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삼성 투수진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내놨다. 정민태 코치는 "해설을 하면서 삼성 마운드를 봤을 때 불펜 투수들의 제구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중심 이동도 좋지 않고 구질도 단순했다. 어린 투수들이 경험 부족일 수 있지만 급하게 피칭하는 게 보였다"고 진단했다.

또 "삼성은 내가 현역 시절에도 그렇고 2010년대 중반까지 마운드가 상당히 강한 팀이었고 투수왕국으로 불렸지만 현재는 이런 면모들이 다 사라졌다"며 "이종열 단장님도 육성을 통해 삼성을 지속적인 강팀으로 만들겠다고 하셨는데 나도 삼성 마운드를 재건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진만 삼성 감독과의 호흡에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정민태 코치는 현역 시절 현대에서 박진만 감독과 1996년부터 2004년까지 한솥밥을 먹었다. 정민태 코치가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진출 시기(2001-2003년)를 제외하고도 7시즌을 함께 뛰었다.

정민태 코치가 현대 왕조를 대표하는 에이스였다면 박진만 감독은 '국민 유격수'로 명성을 떨쳤다. 두 사람은 이제 지도자로 삼성 명가 재건을 위해 의기투합하게 됐다.

정민태 코치는 "삼성의 투수력이 약해졌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단점들을 잘 파악해서 개선점을 빠르게 찾아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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