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10월 들어 A매치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득점포에 이어 리그1 첫 공격포인트까지 올린 이강인(파리 생제르맹·PSG)이 프랑스 리그1 진출 후 처음으로 라운드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그가 뛰고 있는 PSG는 다가오는 홈 경기에서 이강인을 매치데이 포스터 모델로 삼아 최근 팀에서 그가 펼치는 활약을 간접적으로 알렸다.
리그1 사무국은 3일(한국시간)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발표한 2023/24시즌 10라운드 베스트11 명단에 이강인을 포함했다.
이강인은 테지 사바니에(몽펠리에), 워렌 자이르-에메리(PSG)와 함께 4-3-3 포메이션의 미드필더로 뽑혔다. 특히 이제 17세가 된 프랑스 축구 초신성이자 PSG 동료인 자이르-에메리와 함께 선정돼 주목 받게 됐다. 자이르-에메리는 한국 나이 고교 2학년생임에도 불구하고 발군의 기량을 과시하며 도핑 양성 반응으로 선수 생활 위기를 맞은 폴 포그바의 뒤를 계승할 이로 꼽히는 중이다.
또 PSG와 프랑스 대표팀 간판인 킬리안 음바페도 왼쪽 측면 공격수로 함께 이름을 올렸다. PSG에선 이강인과 음바페, 자이르-에메리 등 3명이 베스트11에 속했다.
이강인이 올 시즌 정규리그 라운드 베스트11에 뽑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달 29일 정규리그 10라운드 브레스트전(3-2 승)에서 PSG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전반 28분 후방에서 공을 잡고 역습을 전개한 이강인은 PSG 수비 진영 오른쪽에서 한 박자 빠른 왼발 아웃프런트 킥으로 전방에 뛰는 음바페에게 정확한 침투 패스를 전달했다. 이를 음바페가 마무리하면서 2-0을 만들었다.
역습 상황을 맞이한 이강인은 마침 굉장히 빠른 속도로 전방을 향해 질주하는 음바페를 발견, 아웃프런트 패스를 통해 공을 정확하게 배달했다. 이강인 패스를 받은 페널티박스 안까지 쏜살 같이 진입한 뒤 낮고 빠른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출렁였다. 이강인의 패스 능력과 음바페의 골결정력이 동시에 빛난 장면이었다.
음바페는 득점 뒤 자신에게 좋은 패스를 넣어준 이강인을 직접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고마움을 전했다. 이강인도 곧바로 음바페에게 안기며 케미스트리를 자랑했다.
이강인의 PSG 공식전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다. 이강인은 지난달 26일 AC 밀란(이탈리아)과의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3-0을 만드는 골이자 자신의 PSG 데뷔골을 터뜨린 것에 이어 브레스트전까지 2경기 연속으로 날카로운 공격력을 뽐냈다.
브레스트전 후반 29분 비티냐와 교체될 때까지 74분간 그라운드를 누빈 이강인에게 축구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닷컴은 7.63의 준수한 평점을 줬다.
리그1 라운드 베스트11 선정 이전엔 유럽통계매체 후스코어드닷컴에서 역시 리그1 '이 주의 팀'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축구 통계매체 '풋몹(FotMob)'에 따르면, 브레스트전에서 루이스 엔리케 PSG 감독의 공격적인 4-2-4 전형에서 오른쪽 윙어로 선발 출전한 이강인은 후반 29분 비티냐와 교체되기 전까지 패스 성공률 90%(28/31), 기회 창출 1회, 유효슈팅 2회, 드리블 성공률 67%(2/3) 등을 기록했다.
프랑스 매체 '풋 메르카토'는 이강인한테 평점 5.5점을 주면서 멀티골을 달성한 음바페(7점) 다음으로 높은 점수를 줬다. 이강인이 대해 매체는 "이강인은 항상 공정한 플레이를 해왔고, 그의 기술적인 품질은 여전히 매우 인상적"이라며 "그는 음바페의 득점을 돕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공을 많이 만졌지만 후반전에선 기여도가 줄어들었다"라고 평가했다.
각종 매체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이강인은 '후스코어드닷컴'이 뽑은 이 주의 팀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는데 성공했다.
매체는 브레스트전에 공격포인트를 올린 이강인, 음바페, 자이르-에메리 등 PSG 3총사를 모두 포함시켰다. 이 포메이션에선 리그1 라운드 베스트11에서 포진된 중앙 미드필더와 달리 왼쪽 윙어에 배치됐다.
이강인 반대편엔 리그 10라운드 AS모나코전에서 도움 2개를 올리며 2-0 승리를 이끈 코소보 윙어 에돈 제그로바(LOSC릴)가 차지했다. 음바페 파트너 자리에는 음바페처럼 10라운드 툴루즈전에서 2골을 터트리며 3-0 완승의 주역이 된 나이지리아 공격수 아코르 아담스(몽펠리에)가 위치했다.
이강인은 지난 시즌 스페인 라리가 RCD마요르카 시절에 팀 에이스로 활약하면서 후스코어드가 뽑은 '라리가 이주의 팀'에 몇 차례 포함된 적이 있지만, PSG로 이적한 뒤 리그1 이주의 팀 명단에 등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강인은 AC밀란전, 브레스트전을 치르기 전까지는 PSG에서 입지가 다소 불투명한 백업 자원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위르겐 클린스만도 엔리케 감독과 통화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PSG에서는 경쟁을 더 해야 하는 미드필더라고 했다. 그래서 A매치에 기회를 더 주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2연전을 통해 이강인의 입지는 완전히 바뀌었다.
엔리케 감독은 PSG에서 이강인을 미드필더로 분류하고 있다. 음바페, 랭달 콜로-무아니, 우스만 뎀벨레 등 프랑스 대표팀 3총사의 전방 파괴력이 워낙 좋기 때문이다. 특히 왼발을 잘 쓰는 이강인은 반댓발 윙어를 선호해 오른쪽 날개로 뛰는데 FC바르셀로나에서 이적한 뎀벨레의 커리어가 워낙 좋아 이강인이 밀릴 것으로 여겨졌다.
최근 2경기를 하면서 이강인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달라졌다. 이강인이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주전 경쟁 도전장을 과감히 내민 반면 뎀벨레는 리그1 9경기와 챔피언스리그 3경기 등 총 12경기를 뛰었음에도 한 골도 넣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프랑스 언론도 PSG 경기 베스트11을 짤 때 오른쪽 날개로 조금씩 이강인을 집어넣는 중이다.
최근 2경기 활약에 고무된 탓일까.
PSG는 4일 오전 4시 홈구장인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왕자공원 구장)에서 몽펠리에와 11라운드 홈 경기를 치르는데 포스터 핵심 인물로 이강인을 선택했다.
PSG는 셰르 은두르, 브래들리 바르콜라, 밀란 수크리니아르, 마누엘 우가르테 등과 함께 이강인의 모습을 배치했는데 누가 봐도 이강인이 중심 인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만큼 크게 그려놨다. 그러면서 몽펠리에전이 열리는 시간과 장소를 알렸다.
포스터만 놓고 보면 이강인이 리그1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알렸다. 이강인은 A매치에서 돌아온 직후 열렸던 스트라스부르전과 도움을 올린 브레스트전에서 선발로 출전했고 그 사이에 낀 AC밀란전에선 교체로 들어가 골을 넣었다.
이강인이 6일을 푹 쉰 뒤 나서기 때문에 몽펠리에전 선발 가능성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엔리케 감독이 이강인의 최근 좋은 컨디션을 반영해 중요한 경기에 쓰고 싶다고 판단되면 8일 오전 5시에 열리는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4차전 AC밀란과의 원정 경기 선발 출격을 위해 이강인을 몽펠리에전 벤치로 미뤄둘 수도 있다. PSG는 리그1에서도 선두 싸움을 벌이는 상황이지만 당장은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이 더 급하다.
PSG는 앞서 도르트문트를 2-0으로 이겼으나 이후 2차전에서 잉글랜드 뉴캐슬에 1-4로 대패, 충격을 떠안았다. 다행히 AC밀란과의 홈 경기를 3-0으로 완파해 한숨 돌렸다. 하지만 AC밀란이 홈에서 강한 만큼 이번 4차전을 이기지 못하면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다. PSG는 도르트문트, AC밀란, 뉴캐슬과 함께 챔피언스리그 역사를 통틀어도 보기 드문 '죽음의 조'에 편성된 상황이다.
매치데이 포스터 메인을 장식하면서 자신의 최근 상승세를 인정받은 이강인이 몽펠리에전에서 선발일지 교체일지, 또 어떤 포지션에 뛸 지 시선이 쏠린다. 몽펠리에전에서 선발로 나오면 그 만큼 공격포인트 확률이 높아 기대가 모아질 전망이다. 선발에서 빠지면 챔피언스리그 AC밀란 원정 경기 선발 출격 확률이 높다는 의미여서 그것대로 또 의미가 있다.
11월에 써내려갈 이강인의 업그레이드가 시선을 모은다.
사진=연합뉴스, PSG, 리그1 SNS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