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지난 2022/2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8월 개막 후 11월까지 3달간 총 5명의 감독이 경질됐다. AFC 본머스의 스콧 파커, 첼시의 토마스 투헬, 애스턴 빌라의 스티븐 제라드 등 여러 감독이 실적이 나오지 않자 해임 통보를 받았다.
2023/24시즌은 다르다. 전체 일정의 26%라는 꽤나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20개 구단 감독들 모두 명줄을 잘 부여잡고 있다. 자진 사퇴를 물론이고 구단 수뇌부가 직접 '칼'을 빼드는 경우는 없었다는 얘기다.
왜 이렇게 잠잠한 기류가 이어지는 것일까. 글로벌 스포츠 미디어 매체 '디 애슬레틱'은 2일(한국시간) 자사의 팟캐스트에서 심도있는 토론을 통해 이유를 분석했다.
'디 애슬레틱' 소속 기자 덩컨 알렉산더는 "상위팀과 하위팀간의 간극이 많이 좁아진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전하며 이를 통해 하위권 팀들 감독이 아직도 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알렉산더는 "실제 득점에서 기대 득점 지표를 뺀 값(G-xG)이나, 라이브볼 상황에서의 득점 지표 모두 하위권 팀들과 상위권 팀들의 격차가 얼마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중하위권 구단들의 구단주는 '잘 만하면 상위권 팀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품을 수 있다. 굳이 감독 교체를 단행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G-xG는 실제 득점에서 기대 득점 값을 뺀 지표로, 해당 수치가 높을수록 기대보다 더 많은 골을 넣었다는, 골결정력이 높다는 의미가 된다. 마무리가 좋거나 운이 좋았다는 이야기다. 반면 해당 수치가 낮을수록 생성된 기회에 비해 넣은 골이 없다는 이야기로, 운이 없거나 마무리가 좋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FB레프' 또한 알렉산더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현재 프리미어리그의 G-xG 순위가 가장 낮은 팀은 강등권 루턴 타운과 번리, 셰필드 유나이티드 등 하위권 팀들이 아니다.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3.7), 에버턴(-5.7), 첼시(-6.2)로 '빅6'의 두 팀(맨유, 첼시)이 최하위 3팀 중에 끼었다.
맨유와 첼시, 에버턴은 기대보다 더 낮은 득점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 약팀들이 '해볼만 하다'라는 생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셈이다.
이어 알렉산더는 "(1992/93시즌)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한 이후 1998/99 시즌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승격 3팀이 전부 바로 다음 시즌에 강등당한 적은 없다"고 밝히며 현재 리그 순위 강등권에 위치한 루턴 타운과 번리, 셰필드 유나이티드 중 한 팀 이상은 역사적인 측면에서 반등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했다.
역사적인 징크스와 객관적 수치에 입각했을 때, 하위권 구단주들은 당장 팀을 이끄는 감독을 교체하는 것보다, 힘을 비축한 다음 상위권을 잡아야겠다는 계획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연합뉴스, FB레프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