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 유준상 기자)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던 지난 3월, 매년 그랬던 것처럼 많은 전문가들의 우승 및 5강 후보 팀들이 공개됐다. 역시나 LG 트윈스와 KT 위즈가 가장 많이 언급됐고, '디펜딩챔피언' SSG 랜더스나 FA(자유계약) 포수 양의지와 재회한 두산 베어스를 꼽은 이들도 있었다.
모든 팀이 주목받은 건 아니었다. NC 다이노스도 마찬가지였다. 포수 박세혁이 FA로 새롭게 팀에 합류한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플러스 요인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 여부도 불투명했다. 지난 시즌을 6위로 끝낸 만큼 전망이 밝지 않았다.
시즌 개막 이후 7월까지 NC의 행보는 한마디로 '롤러코스터'였다. NC는 4월 한 달간 26경기 14승12패(0.538)로 선전하다가 5월 20경기 9승11패(0.450)로 주춤했고, 6월 23경기 13승1무9패(0.591)로 +4를 기록했으나 7월 17경기 7승10패(0.412)로 아쉬움을 남겼다. 7월까지의 팀 성적은 44승2무43패(0.506). 팀 순위가 4위라고 해도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를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8월부터 상황이 조금씩 달라졌다. NC는 8월 한 달간 21경기 12승1무8패(0.600)로 승수를 차곡차곡 쌓더니 9월 이후에는 23경기 15승8패(0.652)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덕분에 두산을 제치고 정규시즌을 4위로 마감,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홈에서 치를 수 있게 됐다.
NC의 상승세는 가을에도 멈추지 않고 있다. 두산을 상대로 14-9로 승리하면서 준플레이오프에 오른 NC는 SSG에 3연승을 거두면서 일찌감치 시리즈를 마감했다. 4차전 혹은 5차전까지 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었기에 NC의 3연승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시나리오다.
덕분에 준플레이오프 이후 나흘간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한 NC는 KT와의 플레이오프 첫 경기부터 승리를 차지했다. 3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KT를 9-5로 제압하고 수원 원정에서 값진 1승을 챙겼다. 역대 KBO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기준, 1999~2000 양대리그·1995·2008·2021년 제외) 1차전 승리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이 78.1%(25/32)에 달하는 만큼 NC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베테랑 선수들과 젊은 선수들의 신·구조화가 돋보이는 가운데, 팀에 몇 없는 '원년 멤버' 중 한 명인 박민우도 제 몫을 다하고 있다. 박민우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한 그는 준플레이오프에서 10타수 4안타 4볼넷 1도루로 타격감을 끌어올린 데 이어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4타수 2안타 2득점 1볼넷으로 3출루 활약을 펼쳤다.
특히 손아섭-박민우-박건우로 이어지는 NC의 상위타선은 그 어느 팀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상대에 위압감을 준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손아섭-박민우-박건우가 도합 13타수 6안타 타율 0.462 3타점 5득점을 기록하며 KT 마운드 공략에 성공했다.
이날 경기 전 박민우는 "글쎄, 시즌 막바지에 조금 분위기가 가라앉았다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앞두고 (선수들끼리) '진짜 이건 보너스 게임이다, 우리 진짜 올해 너무 진짜 144경기 너무 잘했고 우리 팀이 올해 (리그에서) 변수의 팀이었는데 진짜 잘했다'고 했다. 즐기자고 했는데,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9월 이후 두산(0.71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승률을 나타낸 것도 선수들의 마음가짐 덕분이었다. 박민우는 "선수들끼리 좋게 생각했던 것 같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 연패에 빠지기도 했는데, 그동안 벌어놓은 걸 까먹는다고 생각하고 더 편하게 생각했다. 또 (손)아섭이 형을 필두로 그런 분위기가 조성돼서 큰 위기 없이 가을야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 포스트시즌에 출전한 박민우는 후배들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2014년부터 10년 가까이 포스트시즌 무대를 누빈 박민우는 이날까지 포함하면 통산 포스트시즌 39경기를 소화했다. 팀 내에서 박민우보다 단기전을 더 많이 경험한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박민우는 "2014~2016년 내가 어렸을 때 막내였고 그때 최고참이 이호준 LG 코치, 이종욱 코치님이었다. 나이 차가 컸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선배님들이 정말 후배들을 편하게 해주셨지만, 경기에 대한 압박감과 함께 눈치도 좀 보게 됐던 것 같다"며 "지금은 정규시즌처럼 형·동생 이런 분위기인 것 같다. 워낙 후배들이 좋은 선수들이지만, 긴장하지 않고 경기에 임하는 이유 중 하나도 그런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선배로서) 최대한 밝게 해주고 후배들이 눈치를 안 보게끔 하려고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아무리 경험이 많은 선수라고 해도 포스트시즌에 대한 긴장감을 느끼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대신 긴장감을 극복하는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가 만드는 결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박민우는 "나도 잘 몰랐는데, 40경기 정도 뛰었더라. 베테랑이 (포스트시즌에서) 40경기에 출전한 거면 정말 많이 나간 거라고 생각한다"며 "사실 긴장이 되긴 하지만, 즐기려고 하는 마음이 생긴 것 같다. 진짜 보너스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하는 것 같다. 실수하더라도 그 실수에 끌려가지 않고 환기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얘기했다.
시즌 전 NC에 대한 평가도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 박민우는 "팀이 시즌 초부터 꼴찌 후보 하위권으로 분류됐는데,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해도 선수들을 봤을 때 절대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예상을 한번 바꿔보자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올랐을 때도 부담감보다는 기대감이 컸던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박민우는 "선수들끼리 '충분히 잘했으니까 지더라도 재밌게 보너스 게임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했다"며 "와일드카드 결정전 이후에도 '(준플레이오프에서) 져도 좋으니까 또 재밌게 하자'고 했고,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훈련할 때도 '우리의 콘셉트는 무조건 후회없이 즐기고 재밌게 하자'고 했다. 한국시리즈 이런 얘기는 선수들이 절대 꺼내지도 않는다. 이 순간을 즐기자는 생각인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1차전 승리에 만족할 수는 없지만, KT에 비해 가능성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이제 NC의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남은 건 단 2승이다. NC는 2016년(준우승), 2020년(우승) 이후 구단 역사상 세 번째 한국시리즈 진출을 정조준하고 있다. 부담감을 내려놓고 경기를 즐기는 선수들의 힘, 올가을 공룡군단의 가장 큰 원동력이다.
사진=수원, 김한준 기자/박지영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