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새 사령탑과 새 출발을 준비 중인 롯데 자이언츠의 사직야구장 펜스 높이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김태형 감독은 일단 주어진 환경에서 선수들과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25일부터 경상남도 김해 상동에 있는 롯데 2군 구장에서 팀의 마무리 캠프를 지휘 중이다. 롯데 유니폼을 입은 첫날부터 투수들의 불펜 피칭을 직접 볼 수 있도록 준비를 요청했고 선수단 파악을 위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일단 젊은 투수들의 구위, 기량에는 만족감을 나타냈다. 몇몇 투수들은 불펜 피칭에서 힘 넘치는 공을 팡팡 뿌려 김태형 감독의 머릿속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야수들도 타격, 수비 훈련에서 김태형 감독에 눈도장을 찍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내년 2월 1군 스프링캠프 초대장을 받기 위해서는 마무리 캠프 기간 사령탑에게 자신의 잠재력, 가능성을 어필해야 한다.
김태형 감독은 야수 파트에 대해서는 "움직임이 빠른 선수들도 있고 힘이 있는 선수들도 보인다"면서도 "월등한 선수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렸다.
롯데는 올 시즌 팀 내 최다 홈런을 기록한 최고참 전준우(17홈런)와 주전 포수 유강남(10홈런)을 제외하면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타자가 없다.
롯데의 올 시즌 팀 장타율은 0.362로 10개 구단 중 8위였다. 장타율은 리그 평균(0.374)에도 못 미쳤고 결국 7위로 밀려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올해 지독한 슬럼프에 시달린 '포스트 이대호' 한동희(5홈런)가 내년 시즌 기대대로 반등하더라도 롯데의 장타력은 김태형 감독에 적지 않은 고민이다.
롯데의 2023 시즌 팀 홈런은 69개로 리그 평균 92홈런과 차이가 컸다. 2022 시즌 23홈런을 책임졌던 이대호의 빈자리를 은퇴 첫해부터 실감했다. 두 자릿수 홈런을 기대했던 FA(자유계약) 유격수 노진혁도 부상과 부진 속에 4홈런에 그치면서 타격에서는 큰 보탬이 되지 않았다.
롯데가 5월까지 단독 3위를 질주했을 당시에도 타선은 방망이는 위력적이지 않았다. 팀 홈런은 17개로 10개 구단 최저였고 팀 타점(185)은 공동 4위였다. 팀 득점(211)은 2위였지만 가뜩이나 강하지 않았던 공격력이 6월부터 더 힘을 쓰지 못하면서 팀이 급격히 추락했다.
일각에서는 롯데의 장타력 감소를 2022 시즌을 앞두고 사직야구장의 펜스를 높였던 여파로 보기도 한다. 성민규 전 롯데 단장은 2022 시즌을 앞두고 외야 펜스 높이를 4.8m에서 6m로 높였다. 홈 플레이트 위치도 뒤쪽으로 이동시켜 외야 펜스까지의 거리도 좌우 95m에서 95.8m, 센터는 118m에서 120.5m로 멀어졌다.
롯데는 2022 시즌 사직에서 타자들이 36개의 홈런을 치고 투수들이 40개의 피홈런을 허용했다. 올해도 팀 홈런은 36개로 동일했지만 피홈런은 27개로 크게 줄었다.
롯데가 담장을 높였던 건 방망이보다 마운드의 강점을 극대화하려는 부분이 컸다. 슬러거 유형의 타자들이 적어 홈런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피홈런 숫자를 줄인다면 성적 상승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롯데가 펜스를 높이고 치른 두 번의 시즌에 대한 손익 계산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변화를 주도했던 성민규 단장이 김태형 감독 선임과 함께 경질된 만큼 변화의 필요성이 주장되기도 한다.
김태형 감독은 일단 "내가 새로 부임했다고 다른 걸 해보려고 이미 지어 놓은 걸 없앨 수 없다. 그냥 두고 가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구단 측에 펜스를 다시 낮추는 부분을 강력히 요구할 의사는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태형 감독은 두산 사령탑으로 마지막 해였던 2022 시즌에도 "사직 야구장 펜스 상단에 타구가 많이 맞고 나오는 팀은 아쉽고 반대로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좋은 건데 결국은 서로 다 똑같은 조건에서 야구를 하는 것"이라며 구장별 특성에 맞춰 게임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다만 롯데의 장타력이 떨어지는 부분은 분명히 고민이다. 김태형 감독은 일단 올 시즌 50경기 타율 0.295(173타수 51안타) 28타점 OPS 0.760으로 기대에 못 미친 외국인 타자 니코 구드럼은 이미 교체를 결정했다.
김태형 감독이 원하는 외국인 타자는 슬러거 유형이다. 게임 흐름을 바꿔줄 수 있는 한방을 쳐줄 선수가 롯데에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상대팀에서 롯데를 봤을 때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타자도 있고 기본적으로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들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장타력이 조금 없다"고 진단을 내렸다.
김태형 감독은 장타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많이 강조하는 사령탑이다. 두산 사령탑 시절(2015-2022) 거포들이 부진할 때도 게임에서 제외하기보다 타순 조정 등으로 어떻게든 타격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를 부여했다.
김태형 감독의 스타일은 롯데에서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슬러거 유형의 외국인 타자 영입을 구상하고 있는 만큼 한동희 등 국내 선수들의 내년 시즌 반등 여부에 따라 롯데의 공격력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FA(자유계약) 권리 행사가 예정돼 있는 전준우, 안치홍을 붙잡는 것도 중요하다. 두 선수 모두 롯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체 불가'다. 안치홍의 경우 올 시즌 주장 역할까지 수행한 만큼 타 팀으로 이적한다면 리더십 공백까지 걱정해야 한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24일 취임식에서 롯데 구단에 전준우, 안치홍의 잔류를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롯데 자이언츠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