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지난 여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이적 대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잔류를 선택한 해리 매과이어에게 분노했던 맨유 팬들이 이제는 "남아서 다행"이라며 180도 바뀐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영국 더선은 27일(한국시간) "웨스트햄 이적설의 핵심 내용이 공개되면서 매과이어를 욕했던 맨유 팬들은 이제 매과이어가 남은 걸 좋아하기 시작했다"고 완전히 뒤바뀐 맨유 팬들의 태도를 조명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 수비수 매과이어는 194cm에 100kg에 달하는 압도적인 피지컬을 자랑하는 센터백으로 2019년 레스터 시티에서 8000만 파운드(약 1313억원)의 이적료로 맨유에 입단했다. 스피드가 빠른 편은 아니지만 강력한 피지컬로 상대 공격수를 제압하고 압도적인 공중볼 경합 능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현재까지 깨지지 않고 있는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 이적료 수비수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매과이어 영입은 실패에 가깝다. 지금까지 맨유 주전 센터백으로 뛰었지만 이적료에 미치지 못하는 경기력으로 비판을 받았고, 2021/22시즌부터는 최악의 부진을 거듭하며 주전에서 밀려났다. 결국 지난 시즌 에릭 턴하흐 감독이 부임한 후 후보로 밀렸고, 방출 후보 1순위로 평가되기 시작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주장직까지 박탈 당하면서 팀을 떠날 가능성이 매우 높게 점쳐졌다. 실제로 첼시, 뉴캐슬 유나이티드, 에버턴 등이 매과이어 영입에 관심을 보였고, 그 중 가장 적극적이었던 팀이 웨스트햄이었다.
웨스트햄은 맨유와 활발히 이적 협상을 이어갔다. 팬들도 드디어 매과이어가 웨스트햄으로 떠나는 거냐며 이적을 반겼다. 하지만 매과이어가 웨스트햄으로 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당시 매과이어가 웨스트햄이 제시한 주급이 맨유 때보다 낮아 이적을 거부했다고 알려지면서 수많은 맨유 팬들이 매과이어를 비난했다.
시즌이 시작한 후에도 매과이어를 향한 비난은 계속됐다. 안 그래도 턴하흐 감독 밑에서 출전 시간이 제한된 데다가 너무 심한 비난이 이어지자 매과이어는 지난 10월 A매치 기간 인터뷰를 통해 "상황에 변화가 없다면 1월에 팀을 떠나겠다"고 선언하며 으름장을 놨다.
당시에도 팬들은 코웃음을 쳤지만 매과이어는 센터백 자원들의 줄부상으로 얻은 기회를 잘 살리면서 조금씩 입지를 다져나갔다. 최근 맨유에서 출전한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던 매과이어는 지난 25일 코펜하겐과의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결승골을 득점하며 영웅이 됐다.
팬들은 매과이어의 이름을 연호했고, 매과이어는 "팬들이 내 이름을 연호해 놀랐다"라면서 달라진 팬들의 태도에 얼떨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매과이어가 웨스트햄 이적을 거부한 것이 아닌 구단 협상 자체가 틀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팬들은 "매과이어가 남아서 오히려 잘 됐다"고 환호했다.
더선에 따르면 매과이어는 "웨스트햄으로 이적할 수 있는 기회는 내게 전혀 없었다. 구단과 나 사이에 합의는 없었다. 구단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직접 가겠다고 말할 기회가 없었다"며 자신에게는 이적을 결정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맨유는 라파엘 바란, 리산드로 마르티네스, 루크 쇼 등 센터백을 볼 수 있는 선수들이 전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전력에 누수를 겪었다. 만약 팬들의 바람대로 지난 여름 매과이어가 웨스트햄으로 떠났다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뻔 했던 상황이었다.
이제 팬들은 팀에 남아 큰 힘이 되고 있는 매과이어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불과 3개월여 만에 180도 바뀐 모습이다.
사진=AP, PA Wire/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