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이강인이 벤치에 앉은 가운데 파리 생제르맹(PSG)이 AC 밀란(이탈리아)을 상대로 1골 앞선 채 전반전을 마쳤다.
PSG는 26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밀란과 2023/24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F조 3차전을 치르고 있다. 전반전이 종료된 가운데 전반 33분 터진 킬리안 음바페의 선제골로 1-0으로 앞서가고 있다.
경기 전부터 선발 출전 여부로 많은 관심을 모았던 이강인은 결국 벤치에서 시작하게 됐다.
PSG는 4-3-3으로 나섰다. 잔루이지 돈나룸마가 골문을 지켰고, 아슈라프 하키미, 밀란 슈크리니아르, 마르키뉴스, 뤼카 에르난데스가 백4를 구성했다. 워렌 자이르 에메리, 마누엘 우가르테, 비티냐가 중원을 책임졌고, 우스만 뎀벨레, 랑달 콜로 무아니, 킬리안 음바페가 최전방 3톱으로 출전했다. 직전 경기였던 스트라스부르전에서 우측 윙으로 선발 출전했던 이강인이 벤치로 내려간 대신 뎀벨레가 그 자리를 채웠다.
이에 맞서는 밀란 역시 4-3-3을 꺼내들었다. 마이크 메냥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 테오 에르난데스, 피카요 토모리, 말릭 치아우, 피에르 칼룰루가 수비를 맡았다. 티자니 레인더스, 라데 크루니치, 유누스 무사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고, 하파엘 레앙, 올리비에 지루, 크리스천 풀리식이 득점을 노렸다.
앞서 이강인은 구단 미디어 채널 PSG TV와의 인터뷰에서 "챔피언스리그는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뛰고 싶어하는 무대다. 내게도, 팀에게도 중요한 대회"라며 "(밀란전을) 잘 준비해서 꼭 승리하도록 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이어 "정말 중요한 경기라는 걸 잘 인지하고 있다. 우리는 모든 경기를 항상 이기려는 팀이고, 승리만 생각한다. 준비한 대로만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면서 "정말 기대되고 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 난 어렸을 때부터 꿈꿨던 팀으로 이적해 세계 최고 선수들과 함께 뛰고 있다. 빨리 뛰고 싶다"고 밀란전 출전을 기대했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도 "밀란은 4-3-3으로 플레이한다. 공이 있든 없든 조직적인 플레이를 보여준다. 때로는 5명을 수비에 세워 두고 포메이션을 조정하기도 한다"면서 "우리 또한 상대 전략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밀란이 변화를 가져가면 우리가 준비한 대로 할 일을 할 것이고, 변화가 없다면 우리도 평소대로 플레이할 것"이라고 상대 전략에 맞춰 대응하겠다고 경기 계획을 밝혔다.
엔리케 감독이 로테이션을 가동한다면 이강인은 교체 출전할 가능성이 높았고, 평소 계획대로 준비한다면 이강인이 다시 선발로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결국 엔리케 감독은 로테이션을 돌리면서 이강인은 밀란전에서 벤치 대기했다.
UEFA와 여러 외신들의 예상이 들어맞은 셈이 됐다. 지난 24일 UEFA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PSG-밀란전 예상 선발 명단에는 이강인 대신 5살 어린 워렌 자이르 에메리가 마누엘 우가르테, 비티냐와 함께 중원을 형성했다. 좌우 측면 공격수 자리에도 음바페와 우스만 뎀벨레가 자리했다.
여러 외신들도 일제히 이강인이 벤치로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프랑스 RMC 스포츠는 "자이르 에메리가 부상에서 복귀했다. 다음 경기(밀란전) 출전에 적합한 상태가 됐다. 뉴캐슬전에 결장했던 비티냐도 중원을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며 자이르 에메리, 우가르테, 비티냐 라인이 가동될 것으로 전망했다.
RMC 스포츠와 같은 선발 명단을 예상한 풋볼 이탈리아는 "PSG는 뉴캐슬전 패배 후 중원 강화를 위해 파비안 루이스를 출전시킬 수 있다"면서 이강인 대신 파비안이 교체로 출전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예상했다.
영국 스포츠몰 또한 밀란전에 자이르 에메리, 우가르테, 비티냐 조합을 중원 선발 카드로 예상했고, 통계 전문 업체 후스코어드닷컴은 비티냐, 우가르테, 파비안 조합이 나설 것으로 봤다.
레키프만 유일하다시피 이강인의 선발을 에측했으나 대다수 언론 예상대로 이강인은 벤치에서 출발했고, 자이르 에메리, 우가르테, 비티냐 조합이 가동됐다.
이번 시즌 PSG는 대회 최악의 대진표를 받아들었다. 이탈리아 전통 명가 밀란을 비롯해 지난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준우승을 기록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프리미어리그 신흥 강호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함께 죽음의 조에 묶였다.
1차전에서는 도르트문트를 만나 음바페와 하키미의 골로 2-0 승리를 거두며 산뜻한 출발을 보였다. 당시 이강인은 허벅지 부상에서 막 회복해 후반 교체 출전해 팀 승리를 도왔다. 그러나 2차전 뉴캐슬 원정에서 1-4 참패를 당했다. 3골을 먼저 내주며 끌려간 PSG는 뤼카의 추격골이 터졌으나 후반 추가시간 한 골 더 실점해 무너졌다.
1승1패로 승점 3을 기록한 PSG는 2무를 거둔 밀란에 앞서 조 2위를 유지했다. 16강 진출을 위해 이번 밀란과의 맞대결에서 격차를 더 벌릴 필요가 있었다.
PSG는 경기 초반부터 밀란을 몰아붙였다. 밀란은 크루니치와 치아우가 경기 시작 6분 만에 옐로 카드를 받으며 이른 시간부터 위험부담을 안게 됐다. PSG는 이강인 대신 우측 윙으로 선발 출전한 뎀벨레를 이용해 측면 공격을 펼쳤다.
밀란도 부지런히 PSG를 공격했다. 전반 10분 2차례 코너킥 공격을 만들면서 PSG 골문을 겨냥했다. 풀리식이 낮고 빠른 코너킥을 올렸고, 수비 시야 뒤로 돌아 들어간 레앙이 오른발 논스톱 슈팅을 때렸으나 골대 옆으로 벗어났다.
밀란이 조금씩 점유율을 늘려갔다. PSG는 밀란의 공격을 조직적으로 막아내지 못했다. 계속해서 공간을 노출하며 불안한 경기력을 이어갔다. PSG는 전반 16분 위험 지역에서 프리킥을 내줬다. 레앙의 돌파를 하키미가 저지하다가 페널티 아크 지역에서 반칙을 범했다. 레앙이 직접 프리킥을 처리해봤으나 슈크리니아르 머리에 맞고 골라인 아웃됐다.
전반 20분 PSG가 오랜만에 공격에 나서봤다. 전방압박으로 밀란의 공을 탈취한 뒤 역습에 나섰다.. 하지만 뎀벨레를 향한 비티냐의 패스가 너무 길었다. 뎀벨레가 빠르게 쫓아가봤지만 공은 이미 경기장 밖으로 나간 후였다.
음바페가 기습적인 슈팅으로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했다. 전반 22분 뎀벨레의 슈팅이 수비 맞고 나오자 하키미가 잡아 음바페에게 연결했고, 음바페는 반박자 빠른 슛으로 이어갔다. 기습적인 슈팅에 메냥 골키퍼가 약간 역동작에 걸렸지만 잘 잡아냈다.
직후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경기장에 관중이 난입해 보안 요원들이 총출동했다. 양 팀 선수들 모두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1분 조금 넘게 소동이 벌어졌고, 보안 요원들이 간신히 끌어낸 후 경기가 다시 재개됐다.
전반 26분 레앙이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후 성큼성큼 안으로 치고 들어오며 오른발로 감아찼다. 공은 골대 옆을 살짝 벗어났다. 음바페도 역습 상황에서 오른발 발등에 정확하게 얹는 슈팅으로 득점을 노려봤지만 아쉽게 빗나갔다.
전반 30분이 지나는 동안 팽팽하게 부딪힌 두 팀의 균형을 깬 건 역시 PSG 최고 에이스 킬리안 음바페였다. 전반 33분 자이르 에메리가 하프라인에서부터 전진 드리블로 공간을 만들었고, 음바페에게 연결했다. 음바페는 토모리를 앞에 두고 스텝 오버(헛다리)로 안쪽으로 치는 척 하며 페인팅을 줬다. 토모리의 무게 중심이 무너지자 오른발로 니어 포스트에 찔러넣었다. 역동작에 걸린 메냥 골키퍼가 몸을 날릴 시간조차 없었을 정도로 제대로 허를 찌른 슈팅이었다. 음바페의 골이 터지자 경기력이 조금 더 우세했던 밀란 선수들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레앙이 멋진 개인기를 펼쳤다. 전반 40분 중원에서 마르세유 턴과 양발 드리블로 PSG의 압박을 벗겨냈다. 하지만 결국 공을 빼앗기면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추가시간 2분이 주어졌고, PSG가 한 골 앞선 채 전반전이 종료됐다.
사진=EPA, AP/연합뉴스, PSG, 밀란 SNS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