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현석 기자) 토트넘 주장 손흥민이 올 시즌 뛰어난 활약과 함께 팀의 우승 가능성까지 이끌고 있다.
영국 매체 스퍼스 웹은 23일(한국시간) "전문가들은 손흥민이 안지 포스테코글루 밑에서 부활했다고 주장했다"라고 보도했다.
올 시즌 포스테코글루 감독 선임과 해리 케인의 이적으로 변화의 시기를 맞이한 토트넘에서 새롭게 주장으로 선임된 손흥민도 팀과 함께 성장했다.
손흥민은 올 시즌을 앞두고 토트넘 주장에 선임됐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서 주장을 맡고 있지만, 1882년에 창단된 토트넘 141년 역사 속에서 비유럽 선수가 팀 주장을 맡은 건 손흥민이 처음이다. 손흥민의 리더십을 통해 하나로 똘똘 뭉친 토트넘은 개막 후 현재까지 리그에서 무패를 기록하며 1위 자리에 올랐다.
토트넘 주장 역할에 대한 질문에 손흥민은 "난 항상 말로 말하고, 말로 이끄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난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려고 노력하지만 선수들이 내 일을 정말 쉽게 만들어 줬다"라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또한 손흥민은 올 시즌 토트넘의 새로운 최전방 공격수로 탈바꿈하며 팀 공격도 이끌고 있다. 지난 9월 2일 번리전에서 올 시즌 처음 원톱으로 배치된 손흥민은 곧바로 파괴력을 선보이며 팀 공격을 견인했다. 손흥민은 번리를 상대로는 시즌 마수걸이 골을 포함해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지난 시즌 부진을 말끔하게 씻어냈다.
3라운드까지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했던 손흥민은 번리전에서 히샤를리송을 대신해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섰는데, 0-1로 뒤지던 전반 16분 왼쪽 측면 공격수 마노르 솔로몬의 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키를 넘기는 칩슛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이후 후반전 두 골을 추가하며 해트트릭을 완성했고, 이전 3라운드에서 득점이 없었던 아쉬움을 완벽히 날려버렸다.
이어진 셰필드전에서는 무득점에 그쳤지만, 아스널전에서 다시 한번 득점포를 가동했다. 손흥민은 팀이 실점할 때마다 곧바로 균형을 맞추는 득점을 두 차례나 터트리며 아스널 원정에서 팀이 승점 1점을 챙길 수 있도록 맹활약했다.
득점은 리버풀전에서도 이어졌다. 원톱으로 다시 출전한 손흥민은 전반 36분 매디슨이 히샤를리송의 침투를 확인하고 패스를 건넸고, 히샤를리송이 곧바로 크로스를 올렸는데, 문전 앞으로 쇄도하던 손흥민이 이를 가볍게 돌려 놓으며 리버풀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손흥민은 루턴 타운전에서 원톱으로 출전해 득점은 없었지만 꾸준한 전방 압박으로 팀 공격을 도왔다.
손흥민의 활약은 이달의 선수상 수상까지 이어졌다. 손흥민은 9월 4경기 6골로 프리미어리그가 뽑은 '2023년 9월 EA스포츠 이달의 선수상' 최종 후보 7인에 선정됐는데, 후보에 올랐던 훌리안 알바레스, 페드로 네투, 모하메드 살라 등을 제치고 이달의 선수상을 거머쥐었다.
프리미어리그는 "손흥민은 2023년 9월 EA스포츠 이달의 선수로 뽑혔다"라며 "토트넘 주장인 손흥민은 토트넘이 번리, 셰필드 유나이티드, 리버풀을 꺾고 아스널과 비기는 동안 4경기에서 6골을 터트리며 리그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번리 원정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손흥민은 '북런던 더비'에서 멀티골을 터트렸고, 리버풀 상대로 선제골을 기록하면서 토트넘이 2017년 이후 처음으로 리버풀전 승리를 거두는 데 일조했다"라고 설명했다.
손흥민은 이번 수상으로 통산 4번째 이달의 선수상 수상에 성공했으며, 2020년 10월 이후 3년 만에 수상했다. 통산 4회 수상으로 손흥민은 월드 클래스 선수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손흥민은 앨런 시어러, 티에리 앙리, 데니스 베르캄프, 프랭크 램파드 등과 이달의 선수상 수상 횟수 동률을 이뤘다.
이런 가운데 손흥민의 활약에 대해 과거 토트넘을 이끌었던 팀 셔우드 감독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스퍼스웹은 "2021/22 시즌 골든 부츠를 수상한 손흥민은 지난 시즌 토트넘에서 최악의 시즌을 보내며, 영향력이나 득점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그는 포스테코글루가 9번으로 자리를 옮겨준 이번 시즌 6골을 기록하며 자신의 예전 모습으로 돌아왔다"라며 손흥민의 활약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셔우드는 최근 손흥민의 이런 활약에 대해 "그들은 이전과 같은 선수들이다. 제임스 매디슨과 훌륭한 계약을 했고, 손흥민은 부활했다. 아마 사람들은 그들이 계속 이런 식으로 플레이할 것이라고 보장할 수 있다. 그들은 해리 케인과 멀어졌지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라며 손흥민과 함께 토트넘이 우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손흥민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축구에서 새로운 역할과 함께 다양한 부분에서 헌신하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 매체 '스카이스포츠'는 "토트넘 새로운 사령탑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손흥민의 역할을 어떻게 재구성했는지, 그리고 그게 어째서 효과를 보고 있는지 살펴보자"라며 손흥민의 새 역할을 분석했는데, 이 과정에서 손흥민의 부활이 이뤄질 수 있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은 이제 상대 페널티 박스 안에서 많은 작업을 하고 있다"라며 "지금까지 전체 볼 터치 횟수 대비 박스 안 터치 비율이 10% 미만이었던 손흥민은 이번 시즌 터치 비율이 20%에 가까워졌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포스테코글루 감독 밑에서 손흥민의 프리미어리그 6골은 모두 박스 안에서 나왔다"라며 "이번 시즌 엘링 홀란(8골·맨체스터 시티)만 손흥민 득점보다 많으며, 9월부터 손흥민보다 더 많은 골을 터트린 선수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전방 압박에 대해서도 "손흥민의 운동 능력은 여전히 놀랍다. 그는 이번 시즌 현재까지 프리미어리그 다른 어떤 선수보다 상대 수비를 제압하기 위해 많은 거리를 질주하며 커버했다. 이는 토트넘의 분위기를 전방에서 설정했다"라며 토트넘이 전방에서 압박을 통해 경기를 주도하는 데 손흥민의 헌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포스테코글루도 아스널전 이후 손흥민의 이같은 모습에 대해 "손흥민을 그 위치에 두면 정말 열심히 일하고 팀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그의 첫 번째 생각은 팀에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이다"라며 손흥민이 팀의 전술을 위해 희생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뛴다고 인정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준 변화와 손흥민이 본래 갖고 있는 능력이 시너지를 내면서 손흥민의 부활을 이끌어낸 것이다. 지난 시즌 득점 가뭄에 시달리며 리그에서 10골을 넣는데 그쳤던 손흥민은 벌써 6골을 터트리며 부진 탈출에 성공했다. 또 23골을 넣어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던 2021/22 시즌을 연상케 했다.
한편 손흥민의 부활에 대해서는 셔우드뿐만 아니라 최근 계속해서 전문가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ESPN FC의 축구 전문가로 활동 중인 돈 허치슨은 손흥민의 올 시즌 활약을 칭찬하며,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까지 최고의 팀을 선정하며 공격진을 손흥민, 알렉산더 이삭, 모하메드 살라로 구성했다. 이에 대해 동료 전문가들이 항의하자 "홀란이 최고의 폼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스트라이커는 누구인가? 홀란이다. 하지만 시즌 첫 8경기에서 놀라운 모습을 보인 사람은 누구인가? 손흥민, 이삭, 살라 3명"이라며 손흥민이 홀란보다 앞서는 활약을 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홀란은 올 시즌도 리그 8경기에서 8골을 기록하며 엄청난 득점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지만, 경기력면에서는 부족하다. 특히 지난 9월 24일 노팅엄 포레스트와의 경기 이후 4경기 연속 침묵하며 해당 기간 팀이 4경기에서 1승 3패를 기록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직전 브라이턴전에서야 공식전 5경기 만에 득점에 성공했다. 허치슨은 홀란이 최고의 스트라이커지만, 올 시즌 활약에서는 팀을 선두로 이끈 손흥민에 비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매체 더부트룸도 "손흥민은 의심할 여지 없이 이번 시즌 토트넘에서 주연을 맡았고, 몇몇 중요한 경기에서 골을 넣었다. 그는 아스널전에서 득점했고, 리버풀을 상대로 중요한 골을 넣기도 했다. 손흥민은 중앙으로 이동한 후 6골을 넣었고, 시즌 내내 그가 기량을 유지할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울 것이다"라며 손흥민의 활약에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케인의 부재에도 손흥민이 부활하며 토트넘이 다시 리그 상위권을 노릴 수 있는 팀으로 변화한 가운데, 셔우드의 예측대로 손흥민과 함께 우승을 노릴 수 있을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AFP, EPA, 로이터/연합뉴스
이현석 기자 digh122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