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에릭 턴하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승리 뒤에도 심드렁한 반응이었다. 다만 돌아온 수비수 해리 매과이어의 활약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맨유는 22일(한국시간) 열린 셰필드 유나이티드와 2023/2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9라운드 원정 경기서 2-1 승리를 거뒀다. 셰필드 홈인 브라몰 레인에서의 원정승이라 더욱 값지다. 턴하흐 감독 또한 원정에서 거둔 귀중한 3점에 일단 만족감을 드러냈다.
턴하흐 감독은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전반전엔 경기를 지배하겠다는 목표로 인해 과도하게 나섰지만, 하프타임 이후로 전열을 가다듬고 후반전에서 매우 잘 대응했다"고 밝혔다.
맨유는 전반 28분 스코틀랜드 국가대표 스콧 맥토미니의 골로 앞서나갔지만 곧바로 셰필드 올리버 맥버니에 페널티킥 실점해 1-1 동점을 허용했다. 득점을 올린 주인공 맥토니미니가 저지른 페널티박스 내 핸드볼 반칙 때문이었다.
후반에도 맨유는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셰필드와 맨유의 공세가 번갈아 이어지던 와중 후반 32분 맨유의 사이드백 디오구 달로가 일을 냈다. 빅토르 린델로프의 감각적인 패스를 받은 달로가 박스 바깥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셰필드 골망을 가른 것이다. 달로의 골에 힘입은 맨유는 2-1로 적지에서 승점 3점을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턴하흐 감독은 "전반전은 우리의 기준에 맞지 않았다"며 "A매치를 치르고 돌아온 직후라 지친 상태라는 것이 느껴졌다"고 했다. 이어 "정돈이 잘 되지 않은 모습"이었다고 자평하며 전반전에서의 부진을 자책했다.
후반전은 달랐다. 턴하흐 감독은 "하프타임 이후 변화를 주려고 노력했다"며 "더 침착하게 패스를 주고 받기 위해 시도했다. 직접적으로 찔러주는 패스를 자제하도록 노력했다"고 전했다.
축구 통계 전문 플랫폼 '풋몹'에 따르면 확실히 턴하흐 감독이 준 변화는 효과적이었다. 조금 더 깊숙한 공간으로 찔러주기 위한 패스 시도가 많았던 전반전에서는 볼 점유율을 셰필드가 44%, 맨유가 56% 가져가며 만만치 않은 45분을 보냈다. 후반전에선 맨유가 69%의 점유율을 바탕으로 더 많은 공격 기회 창출에 노력했다.
맨유의 패스 성공률 또한 전반전의 79%에서 후반전에서는 82%로 소폭 상승했다. 과감하고 급하게 경기를 치르는 것이 아니라 여유를 주고 진영 정비에 더 힘을 쏟은 턴하흐 감독의 맨유가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날 경기에선 방출 대상이었던 잉글랜드 국가대표 수비수 매과이어가 90분 풀타임을 뛰며 힘을 보냈다. 턴하흐 감독은 매과이어를 언급하며 이러한 승리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턴하흐 감독은 주장이었던 매과이어를 지난해 겨울부터 사실상 매치며 올 여름 주장 완장까지 빼앗아 방출 대상에 올렸다.
그러나 리산드로 마르티네스가 부상을 당하고 라파엘 바란 컨디션도 좋지 않게 되자 최근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꾸준히 뛰는 매과이어를 투입했다.
그는 "매과이어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해줬다"며 "포지션에서 나와 점유율 유지에 힘을 쏟았다. 또한 단단한 수비력을 보여주기도 했다"며 매과이어의 상승세에 찬사를 보냈다. '풋몹'에 따르면 매과이어는 해당 경기서 76회의 패스를 성공하며 셰필드와 맨유를 합친 모든 선수들 중 가장 많은 패스를 성공한 선수로 꼽혔다. 또한 점유 회복 수치(리커버리) 또한 8번을 기록하며 '철벽'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다. 턴하흐 감독이 중시하는 빌드업의 단초를 수비라인에서부터 제공한 셈이다.
한편 맨유의 레전드이자 잉글랜드 역사상 최고의 공격수 중 하나로 꼽히는 바비 찰턴 경이 경기 전 사망했다. 맨유의 유스에서 시작해 맨유 1군에서 17시즌을 보낸 레전드의 부고에 턴하흐 감독 또한 "큰 영향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찰턴이 "많은 트로피와 경기를 승리했음에도 내가 만난 찰턴은 매우 겸손했다"며 "축구계에 있어 큰 손실"이라고 전했다.
또한 경기 양상에도 부고가 영향을 끼쳤다고 전했다. 턴하흐 감독은 "선수단은 바비 찰턴의 사망에 승리하는 경기로 보내드리고 싶었다"며 "(승리해야하는) 더 큰 동기부여가 생겼다"고 밝혔다.
맨유는 이번 경기 승리를 통해 10위권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승점 15점으로 8위에 오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다시 반등의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맨유는 기세를 몰아 오는 25일 2023/2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3라운드 덴마크의 FC 코펜하겐과의 홈 경기를 갖는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