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월드컵경기장, 권동환 기자)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지휘하는 필립 트루시에 감독이 한국전 대패를 인정하면서도 2~3골은 넣을 수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위르겐 클린스만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친선 경기 베트남전에서 전반 2골, 후반 4골을 합쳐 6-0 대승을 거뒀다.
한국은 전반전엔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프턴)이 득점했고, 후반전엔 자책골을 시작으로 손흥민, 이강인(PSG), 정우영(프라이부르크)가 골을 넣었다.
이날 승리로 클린스만호는 지난달 영국 뉴캐슬에서 열린 중동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전 1-0 승리, 지난 13일 열린 북아프리카 강호 튀니지전 4-0 대승에 이어 A매치 3연승을 기록했다. 이달 홈 2연전에서 10골을 쏟아부으면서도 김민재가 중심을 잡고 있는 수비라인은 전부 무실점으로 마쳤다.
한국 축구는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직전 열린 한국-프랑스 친선경기에서 2-3으로 진 뒤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매치에서 13경기 무패(11승2무) 기록하는 성과도 이어갔다.
반면 이번 A매치 기간 중 아시아 강팀들과 3연전을 치른 베트남은 전패했다. 앞서 중국 다롄에서 중국대표팀에 0-2로 진 베트남은 같은 장소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중립 지역 평가전에서도 0-2로 졌다. 그리고 한국으로 넘어와 클린스만호 유럽파에 소나기골을 얻어맞고 참패했다.
트루시에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일본 대표팀을 맡아 16강에 올려놓은 프랑스 출신 감독이다. 이후 카타르와 올랭피크 마르세유(프랑스) 등을 지휘하다가 올 초부터 박항서 전 감독에게 물려받아 베트남 국가대표팀과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지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3연전에서 현격한 실력 차를 드러내는 등 박 감독이 만들어놓은 베트남 축구의 근간을 흐트리는 모습이어서 롱런 여부를 알 수 없게 됐다.
트루시에 감독은 "오늘의 패배와 점수 차에 대해선 놀랍지 않았다"며 한국보다 실력이 크게 뒤진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수비적인 전술과 빠른 선수를 투입한 전술적인 시도는 충분히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베트남 선수들이 2~3골 정도는 넣을 수 있었을 거라고 본다"고 했다.
베트남은 전반 두 차례 일대일 찬스를 맞았으나 골결정력이 부족해 슛이 골문을 외면했다. 후반엔 프리킥이 한 차례 골망을 출렁였다. 트루시에 감독은 이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전반 20분경 역습 과정에서 단독 찬스를 맞았고 쯔엉 티엔 안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황희찬을 완벽하게 제치며 왼발 감아차기를 시도했으나 슛이 크로스바 오른쪽을 살짝 넘어가면서 동점골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골결정력이 있었다면 여지 없이 실점했을 만큼 좋은 찬스였다.
이어 0-2로 뒤지던 전반 29분엔 한국이 안이하게 볼 처리를 하다가 웅우옌 딘 박이 이를 가로채 위렵적인 오른발 슛을 쐈다. 앞서 쯔엉 티엔 안의 골찬스처럼 키커 결정력이 좋았다면 골이 될 수 있는 위기였다. 클린스만도 벤치에서 뛰쳐나와 수비수의 집중력 부족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베트남은 후반엔 프리킥 찬스에서 골대 맞히는 슛이 나와 땅을 쳤다.
베트남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에서 이라크, 필리핀, 인도네시아와 한 조에 속해 있다. 다음달 필리핀 원정을 떠나 첫 경기를 치른 뒤 이라크를 홈으로 불러들인다.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카타르 아시안컵에선 일본, 인도네시아, 이라크와 붙는다.
다음은 트루시에 감독과의 일문일답.
-경기 총평은.
"한국이라는 톱클래스 팀과 경기를 했다. 좋은 경기를 했지만 결과가 따라오지 않은 것에 대해선 아쉽게 생각한다. 경기를 통해 기대한 바는 우리가 현재 어떠한 수준인지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더 나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피지컬과 전술적인 격차가 컸다. 그건 물론 놀랍지 않다. 한국은 워낙 좋은 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계속 팀을 만들어가기 위해 과정을 밟는 중이다. 월드컵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오늘 결과가 큰 영향이 가지 않도록 선수들에게 잘 얘기할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마지막 20~30분엔 10명으로 싸우느라 힘들었다.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준 모습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오늘 결과에 대해서 어떤 점을 배웠나.
"패한 것과 스코어에 대해서는 전혀 놀랍지 않았다. 당연히 선수 개개인의 능력치와 경험으로 큰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10명의 선수로 뛰었기 때문에 아쉬운 결과를 초래한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수비적인 전술과 빠른 선수를 투입한 전술적인 시도는 충분히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베트남 선수들이 2~3골 정도는 넣을 수 있었을 거라고 본다. 베트남 선수들은 이런 환경에서 뛰는 게 자연스럽거나 익숙하지 않아 쉽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
-이번 경기를 통해 얻은 소득이 있다면.
"베트남 선수들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경험이다. 월드클래스와 하이 레벨 팀을 상대로 뛰는 건 엄청난 기회이자 경험이다. 4만명 앞에서 뛰는 것조차도 익숙하지 않았다. 미래에 도움이 될거라고 믿고 있다. 베트남이 시도하고 있는 모든 결과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명확해질 것이다. 월드컵에 대비해 더 강한 팀으로 거듭나겠다."
사진=수원월드컵경기장, 박지영 기자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