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현석 기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자신을 둘러싼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득점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포르투갈은 17일(한국시간)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 제니차에 위치한 빌리노 폴레에서 열린 2024 유럽선수권대회(유로 2024) 예선 J조 8차전서 보스니아 헤르치고비나를 5-0으로 대파했다. 이미 본선행 티켓을 따냈던 포르투갈은 2경기를 남겨두고 조 1위 진출을 확정 지었다.
이날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한 호날두는 이른 시점에 멀티골을 기록하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호날두는 전반 5분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상대 수비의 핸드볼 파울로 얻어낸 페널티킥을 키커로 나선 호날두가 성공시켰다. 전반 20분에는 2-0 리드를 만드는 2번째 골을 터뜨렸다. 포르투갈이 빠르게 역습을 전개했고, 호날두가 이를 마무리했다.
포르투갈은 전반 25분 브루누 페르난데스, 전반 32분 주앙 칸셀루, 전반 41분 주앙 펠릭스의 골을 묶어 전반에만 5골을 뽑아내 손쉬운 승리를 거뒀다. 일찌감치 승리가 결정되자 호날두는 66분까지 뛰고 디오구 조타와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호날두는 멀티골로 자신이 가진 기록도 다시 한번 경신했다. 지난 슬로바키아전에서도 2골을 넣었던 호날두는 2경기 연속 멀티골을 꽂아넣으면서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A매치 최다 득점 기록을 127골까지 늘렸다. 또한 A매치 최다 출전 기록도 1경기 더 늘어난 203경기가 됐다. 최다 득점 2위 알리 다에이(이란)의 109골과 최다 출전 2위 바데르 알무와타(쿠웨이트)의 196경기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이런 가운데 호날두가 이번 득점으로 그간 자신의 선발에 대한 여러 비판 의견을 잠재웠다는 평가도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옵투스 스포츠는 17일 "호날두는 포르투갈 대표팀에서의 미래에 대해 골로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하는 것을 좋아한다"라고 보도했다.
호날두는 그간 대표팀 선발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았다.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시작이었다. 호날두는 월드컵 무대에서 조별리그 1차전 가나와의 경기에서 페널티킥 득점을 성공시킨 이후 줄곧 침묵했다. 당시 포르투갈 대표팀을 이끌던 페르난두 산투스 감독은 조별리그 내내 호날두가 침묵하자, 16강에서 호날두를 빼고 차기 스트라이커로 꼽히는 곤살루 하무스를 투입하기도 했다.
이후 하무스가 선발로 나선 16강 스위스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자, 호날두의 선발에 대한 팬들의 의문이 등장했다. 포르투갈은 이후 8강에서 모로코에게 패했고, 호날두도 포르투갈의 탈락을 막지 못했다.
월드컵 이후 산투스 감독이 떠나며 호날두에 대한 평가는 더욱 갈리기 시작했다. 호날두를 선발로 제외한 산투스가 그와의 갈등으로 대표팀을 떠났다는 소식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포르투갈 대표팀에 새롭게 부임한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은 호날두를 신임했다. 마르티네스 감독은 부임 이후 치렀던 첫 번째 A매치인 3월 A매치 당시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적한 호날두를 대표팀에 선발했다.
마르티네스 감독은 당시 호날두를 선발한 이유에 대해 "호날두는 매우 헌신적인 선수다. 그는 팀에 경험을 가져올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선수이며, 나는 선수 나이를 보지 않는다"라며 믿음을 드러냈다.
3월에는 믿음에 부응했다. 그는 3월 A매치 리히텐슈타인과 룩셈부르크를 상대로 4골을 기록하며 대표팀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했다. 다만 6월과 9월에는 활약이 아쉬웠다. 그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예선을 치른 6월 A매치 두 경기에서 1골을 넣는데 그쳤으며, 9월 A먀치에서는 슬로바키아를 상대로 무득점하고 룩셈부르크전에는 결장했다. 호날두가 결장한 룩셈부르크전에서 포르투갈이 9-0 대승을 거두자 다시금 주전 기용에 대한 비판이 등장했다.
하지만 호날두는 10월 A매치에서 이러한 평가를 모두 뒤집는 데 성공했다. 옵투스 스포츠는 "호날두는 골로 사람들의 입으 다물게 하는 것을 좋아하고, 오늘도 그 일을 해냈다. 그는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전에사 두 골을 넣으며 1188경기에서 859골을 넣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그의 대표팀 미래가 끝났는지 추측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하무스에게 선발 자리를 밀려난 자신을 발견했다. 하지만 마르티네스가 감독을 맡고 그는 다시 최전방에 자리매김했다. 호주 대표팀 출시 마크 슈워처는 그가 환상적인 골잡이이며, 포르투갈의 빅 플레이어임을 인정했다"라며 호날두의 활약에 주목했다.
보도에 따르면 슈워처는 "그의 골 기록은 미친 수준이다. 그는 여전히 골을 넣고 있다. 사람들은 그의 경력 후반기를 폄하했지만, 그는 여전히 골을 넣고, 기여하고, 건강하다"라며 호날두의 활약을 칭찬했다.
라리가 전문가 필 키트로밀리데스도 "호날두는 자신을 세계 최고의 엘리트로 유지한다. 그는 사우디로 갔지만, 여전히 국제 대회에서 골을 넣고 있다. 그는 좋은 의미에서 괴물이다. 그런 역경과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은 말이 안 된다. 그는 국제대회에서 이렇게 많은 골을 넣어서는 안 되며 무려 6번째 유로 대회에 출전할 것이다. 그의 끊임없는 집중력은 다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라며 호날두의 꾸준함에 감탄했다.
매체는 호날두가 존재하는 포르투갈이 유로의 유력한 우승 후보일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옵투스 스포츠는 "그들의 선수단과 선발 11명을 보면 얼마나 좋은지 말도 안 되는 수준에 있다. 그리고 그들의 재능은 프랑스, 잉글랜드와 함께 이번 대회에서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가 될 것이다. 그 재능을 활용하고자 하는 감독도 있으니 특별한 팀이라고 생각한다"라며 호날두의 두 번째 유로 우승 가능성까지도 점쳤다.
호날두는 지난 2016년 프랑스에서 열린 유로 당시 우승에 성공했다. 당시 호날두는 3골 3도움을 기록하며 조국을 12년 만에 대회 결승전을 이끌었는데, 개최국 프랑스와의 결승전에서 부상을 입어 전반 24분 만에 교체됐다. 기대했던 결승전에서 부상으로 인해 일찍 퇴장하게 되자 호날두는 눈물까지 훔쳤는데, 포르투갈이 연장 후반 결승골을 터트리면서 호날두에게 우승 트로피를 선물했다.
최근 좋은 활약을 보여준 호날두가 내년 UEFA 유로 2024에서 다시 한번 조국에 우승 트로피를 안긴다면 그의 대표팀 활약에 대한 평가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한편 호날두는 이번 멀티골을 통해 2023년 최다 득점자 자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영국 공영방송 'BBC' 프로그램 'MOTD(Match of the Day)'는 17일 SNS을 통해 "호날두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 멀티골로 2023년 클럽과 대표팀 득점수에서 엘링 홀란을 압도했다"라고 보도했는데, 홀란드는 총 39골로 40골인 호날두보다 한 골이 부족했다.
호날두와 홀란 다음으로 2023년에 가장 많은 골을 터트린 선수는 이강인 팀 동료이자 PSG(파리 생제르맹)와 프랑스 축구대표팀 에이스 킬리안 음바페(35골)이다. 음바페는 지난 14일 네덜란드전에서 2골을 터트리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고, 프랑스가 오는 18일 스코틀랜드와 친선전을 치를 예정이라 출전 후 득점한다면, 호날두와 홀란과의 차이를 좁힐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호날두는 아직 대표팀 은퇴 생각이 없다고 알려졌기에, 호날두와의 격차를 완전히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영국 '미러'는 "호날두는 은퇴 계획을 중단하고, 다음 월드컵 출전을 위해 선수 생활 연장을 희망하고 있다"라며 "그는 40대까지 계속 뛰고 싶어 하며, 포르투갈 축구대표팀에서 다음 월드컵인 2026 북중미 월드컵에도 출전하겠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라고 호날두의 현역 연장 의지를 전한 바 있다.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을 포함해 월드컵만 무려 5번을 참가한 호날두는 전무후무한 6회 출전에 도전하기 위해 계속해서 현역 생활을 이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자신에 대한 논란을 꾸준한 득점을 통해 잠재운 호날두가 본인이 바라던 대로 2026년까지 대표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을지도 팬들의 큰 관심을 받을 전망이다.
사진=AP, AFP, EPA, 로이터/연합뉴스, BBC SPORT
이현석 기자 digh122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