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조은혜 기자) LG 트윈스 임찬규가 개인 최다승과 팀의 우승으로 정규시즌을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완연한 '토종 에이스'의 모습. 임찬규는 정규시즌에 했던 그 방식 그대로, 이제는 한국시리즈 마운드 위의 자신의 모습을 그린다.
임찬규는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해 5⅔이닝 4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쾌투를 펼쳤다. 팀은 5-2 역전승을 거뒀고, 임찬규는 시즌 14승을 올리며 개인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을 다시 썼다.
경기를 마친 임찬규에게 '토종에이스로서 마지막 경기를 잘 책임진 소감이 어땠냐' 묻자 그는 "나는 에이스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팀원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성적이 났지, 스스로 에이스의 역할을 했다고 느끼는 경기는 몇 경기 안 된다. 올해 조금 잘한 거기 때문에 에이스라는 생각은 절 대 안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2년, 3년 더 이런 성적, 그 이상을 거둬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크다"면서 "작년에 팀을 위해 희생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팀을 위해서 시즌을 준비했더니 좋은 결과가 있는 것 같아서 앞으로 시즌 준비하는데 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얘기했다.
이날 5⅔이닝을 소화하고 시즌 14승을 달성한 임찬규는 규정이닝과 토종 선발 다승 1위를 모두 달성했다. 목표였던 규정이닝을 달성한 임찬규 "긍정적인 요소든, 부정적인 요소든 마운드에서 생각이 많아진다라는 건 무조건 안 좋은 것 같더라.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그런 결과를 가지고 목표를 자꾸 잡다 보면 자꾸 쫓겼다. 그래서 그냥 공 하나하나 내가 원하는 대로 던지기 위해서 준비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그 준비가 바로 이미지 트레이닝, 그것도 구체적이고 섬세한 이미지 트레이닝이었다. 임찬규는 "마운드에서 집중할 수 있도록 경기 나가기 전까지 매일 연습을 했다. 나의 경우 이미지 트레이닝을 되게 세밀하게 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잔디 색깔부터 잠실야구장의 냄새, 만약에 두산이면 이승엽 감독님까지. 만루에 스리볼 되는 이런 최악의 상황까지 그려놓는다. 상상하는 건 팔이 아프지 않으니까. 상황별로 다 생각을 하고 단순화하는 작업을 하면서 이런 안 좋은 생각들을 지우는 연습을 하고 연구를 했다"고 말했다.
염경엽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난 후 임찬규를 향해 "시즌 초반 팀이 어려울 때 선발로서 기둥이 되어준 점을 다시 한 번 칭찬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이번 시즌을 돌아볼 때 항상 임찬규에게 고마움을 전했던 염 감독이었다.
반대로 임찬규도 염경엽 감독의 도움으로 시즌을 훌륭하게 마칠 수 있었다고 전한다. 임찬규는 "5월이 가장 '키 포인트'였다. 감독님이 '네가 135km/h가 나와도 믿고 100개를 던지게 할 테니, 너의 책임 이닝은 5이닝 이상, 책임 개수는 90~100구 이상이다'라고 하셨다. 지금까지 야구하면서 처음 듣는 얘기였다"고 돌아봤다.
임찬규는 "그런 투구수와 최소 이닝을 부여하셨기 때문에 새로운 야구가 되지 않았나 한다. 내가 어떻게 던져도 감독님이 믿고 맡기시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 더 힘을 빼고 던질 수 있는 시기가 됐던 것 같다. 조금 다른 깨달음을 얻었다"고 털어놨다.
정규시즌을 웃으며 마무리한 LG는 이제 본격적인 포스트시즌 모드에 돌입한다. 경기 후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를 들어본 임찬규는 "많이 무겁더라"라며 웃었다. 그는 "구단에서 배려를 해 주셔서 투수조장이라고 같이 들어보라고 했는데, 구단에게도 감사하고 팀원들에게도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다음 목표는 통합우승이다. 이제 '한국시리즈 선발투수'가 될 임찬규는 "정규시즌 우승도 대단한 거지만 마지막까지 남았기 때문에 아직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될 것 같다. 이것도 많은 이미지 트레이닝이 필요할 것 같다. 날씨까지도 생각을 해서 준비를 해야 될 것 같다. 또 욕심을 부리다 보면 과도한 힘을 쓰게 되기 때문에, 조금 더 힘을 빼고 던지는 준비를 해야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는 "똑같은 18.44m에서 던지는 공인데 이게 한국시리즈라고, 퓨처스리그라고 다른 생각들이 입혀지면 정말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더라. 물론 아직 한국시리즈를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거리에서 공을 던지는 거고, 또 같은 선수를 상대하는 거다. 그냥 최대한, 감독님이 내려오라고 할 때까지 내용 신경 안 쓰고 전력 투구하는 게 가장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사진=잠실, 김한준 기자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