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유준상 기자) 한 경기에 많은 게 걸린 만큼 선수단 전체가 느끼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결국 3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었다. KIA 타이거즈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더 희박해졌다.
KIA는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정규시즌 마지막 맞대결에서 1-3으로 패배하면서 3연승에 실패했다.
시즌 성적은 71승2무69패(0.507)가 됐고, 5위 두산과 6위 KIA의 격차는 3경기 차까지 벌어졌다. KIA가 14~15일 경기 없이 휴식을 취하는 사이 두산이 LG와의 2연전에서 1승만 추가해도 KIA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제로'가 된다.
이날 경기 전까지 141경기 71승2무68패로 두산을 2경기 차로 바짝 쫓던 KIA는 마지막 불씨를 살려보려고 했다. 비록 야수들의 줄부상에 타선의 무게감이 줄었고, 또 대체 선발 김건국을 내세워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KIA 입장에서는 다소 불리한 경기였다.
그럼에도 사령탑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경기 전 김종국 KIA 감독은 부상 변수들은 다 이겨내야 하지 않겠나. (그런 것들을) 이겨내면서 지금까지 왔다. 선수들이 지금까지 잘해줬다. 엔트리에 있는 선수들 중에서도 잔부상이 있는 선수가 많은데, 한마음 한뜻으로 계속 이기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김 감독은 "늘 오늘이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하고 왔다. 내일이 없고, 오늘만 이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투수, 야수 파트 모두 내일이 없다는 생각으로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하고 선수 전원을 가동하려고 한다"며 "솔직히 부담은 두산이 더 있지 않나 생각하고, 우리는 그냥 마지막 경기라고만 생각한다. 두산은 내일도 있고 모레도 생각해야 하지만, 우리 팀은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예상보다 경기 초반의 흐름은 팽팽했다. 대체 선발 임무를 맡은 김건국이 1회말에 이어 2회말을 삼자범퇴로 매듭지으며 순항하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두산 선발 곽빈은 2이닝 연속 볼넷 허용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3회말 2사 이후 악몽이 시작됐다. 김건국은 풀카운트 승부 끝에 허경민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정수빈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고, 조수행의 내야안타 때 2루주자 허경민의 득점을 지켜봐야 했다. 이후 로하스에게는 2타점 2루타를 허용하며 빅이닝까지 헌납했다. 결국 KIA 벤치는 빠르게 투수교체 타이밍을 가져가면서 박준표를 호출했다.
여기에 타선은 4회초 이우성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따라붙으면서 빠르게 추격에 나섰다. 경기 중반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상대를 압박한 만큼 여전히 역전 가능성이 존재했다. 1~2점만 뽑으면 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었다.
선발투수가 일찌감치 교체되긴 했지만, 불펜투수들은 박준표-윤중현-김대유-임기영-장현식 순으로 올라와 무실점 릴레이를 펼치면서 제 몫을 다했다.
문제는 타선이었다. 5회초와 6회초를 삼자범퇴로 마감한 데 이어 7회초와 8회초에도 점수를 올리지 못했고, 9회초도 출루 없이 이닝을 마쳤다. 이날 KIA가 기록한 안타는 3개에 불과했다. 김도영, 김선빈, 소크라테스 브리토까지 각각 1개의 안타를 때린 것에 만족해야 했다. 볼넷 또는 몸에 맞는 볼을 포함해 멀티출루를 달성한 선수는 소크라테스 단 한 명뿐이었다.
아직 경우의 수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매우 낮다. 두산이 남은 4경기를 모두 패배하고 KIA가 NC전에서 2연승을 기록해야 두 팀의 성적이 73승2무69패로 같아지면 정규시즌 5위를 놓고 순위 결정전이 진행된다. 경기 장소는 상대전적에서 12승4패로 우위를 점한 두산의 홈구장인 잠실야구장이다.
다만 부상 선수들이 속출한 이후 KIA의 분위기가 다소 처진 점을 감안할 때 원하는 대로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잠실 원정 한 경기가 갖는 의미가 더 컸다. 이제 KIA는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그게 아니라면 포스트시즌 진출은 무산된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KIA 타이거즈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