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정규시즌만 해도 탄탄한 전력을 자랑했던 LA 다저스가 위기에 몰렸다. 다저스의 가을야구가 3경기 만에 막을 내리게 될까.
다저스는 8일과 1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5판3선승제) 1~2차전에서 2-11, 2-4로 패배했다.
다저스는 100승62패(0.617)로 정규시즌을 마감하면서 11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고,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정규시즌 마감을 일주일 이상 남겨두고 지구 우승을 확정했기 때문에 포스트시즌을 준비할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오히려 긴 공백기가 독이 됐을까, 다저스는 첫 경기부터 애리조나에 일격을 당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특히 1차전 선발로 나선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무너진 게 뼈아팠다.
커쇼는 누가 뭐래도 리그와 팀을 대표하는 에이스다. 올해 정규시즌에서도 24경기 131⅔이닝 13승 5패 평균자책점 2.46을 기록하면서 팀의 지구 우승에 기여한 바가 컸다. 그런 커쇼가 지금까지 극복하지 못한 게 있다면, 바로 '가을야구 징크스'다.
2008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넘게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커쇼는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 통산 38경기 194이닝 13승 12패 평균자책점 4.22를 기록했다. 화려한 정규시즌 커리어에 비해 포스트시즌에서는 다소 부진한 편이었다. 지난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도 한 차례 선발로 나왔고, 5이닝 6피안타(1피홈런) 6탈삼진 3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에는 다른 결과를 냈으면 하는 마음이 컸지만, 다저스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커쇼는 1회초 리드오프 케텔 마르테에게 2루타를 맞으면서 불안하게 출발했다. 다이빙캐치를 시도한 중견수 제임스 아웃맨이 포구에 실패하면서 경기 시작과 함께 득점권 위기를 자초했다. 무사 2루에서 코빈 캐롤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하면서 2루주자 마르테의 득점을 지켜봐야만 했다.
토미 팸과의 승부에서 볼카운트 0-2에서 3구째 슬라이더에 안타를 허용하면서 다시 한 번 득점권 위기를 자초했고, 후속타자 크리스티안 워커에게 1타점 2루타를 맞았다. 여기에 가브리엘 모레노에게는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3점포까지 헌납했다. 아웃카운트 한 개 없이 상대에게 5점을 줬다.
루어데스 구리엘 주니어의 땅볼로 힘겹게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은 커쇼는 알렉 토마스의 볼넷에 이어 에반 롱고리아에게 좌중간을 가르는 1타점 2루타를 맞았다. 늘어나는 실점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던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결국 마운드로 향했고, 불펜에서 몸을 풀던 에밋 쉬핸이 구원 등판했다.
⅓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6실점을 기록한 커쇼는 고개를 숙인 채로 더그아웃으로 이동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4.22였던 커쇼의 포스트시즌 통산 평균자책점은 4.49로 상승했다.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많은 팬들은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선발투수뿐만 아니라 타선도 부진했다. 8회말 2타점 3루타를 터트린 윌 스미스가 팀 내에서 유일하게 멀티히트 활약을 펼쳤으나 맥스 먼시와 J.D. 마르티네스 등 대부분의 주축 타자들이 침묵으로 일관했다.
하루 쉰 다저스는 2차전에서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1회초부터 삐걱거렸다. 선발투수 바비 밀러가 테이블세터 캐롤과 마르테에게 각각 볼넷과 안타를 내줬고, 팸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순식간에 무사 만루가 됐다. 결국 워커의 희생플라이를 포함해 한 이닝에만 3점을 줬다. 두 팀의 격차는 3점 차까지 벌어졌다.
1회초를 겨우 끝낸 밀러는 2회를 넘기지 못했다. 롱고리아의 안타와 캐롤의 볼넷으로 추가 실점 위기를 맞이했고, 결국 다저스 벤치는 2사 1·2루에서 브루스더 그라테롤을 호출했다. 이날 밀러의 최종 성적은 1⅔이닝 4피안타 2볼넷 1탈삼진 3실점.
타선의 흐름은 1차전과 다를 게 없었다. 4회말 마르티네스의 솔로포와 6회말 키케 에르난데스의 1타점 적시타로 애리조나를 압박했지만, 다저스가 뽑은 점수는 그게 전부였다. 결국 더 이상 격차를 좁히지 못한 채 2연패라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투·타 동반 부진에 홈에서 1경기도 잡지 못한 다저스는 이제 애리조나 원정에서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한다. 당장 12일에 진행되는 3차전에서 애리조나에 패배하게 된다면 2023시즌을 끝내야 한다. 팬들도, 선수들도 원치 않는 시나리오다.
3차전 선발 맞대결은 다저스 랜스 린, 애리조나 브랜든 포트다. 2011년 빅리그 무대에 데뷔한 '베테랑' 린은 올 시즌 32경기 183⅔이닝 13승 11패 평균자책점 5.73을 기록했다. 통산 포스트시즌 성적은 27경기 58이닝 5승 5패 평균자책점 5.28이다.
올 시즌이 빅리그 첫 해인 애리조나 선발 포트는 정규시즌 19경기에 등판해 96이닝 3승 9패 평균자책점 5.72를 기록했다. 지난 4일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 1차전에서 선발 마운드에 올랐던 포트는 2⅔이닝 7피안타(1피홈런) 1볼넷 4탈삼진 3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챔피언십시리즈에 오를 수 있는 방법은 이제 단 한 가지다. 2패 뒤 3연승, 이른바 '리버스 스윕'이다. 가장 최근에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 리버스 스윕을 달성한 팀은 2017년 뉴욕 양키스로, 당시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1~2차전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에 내준 뒤 3~5차전을 내리 잡으면서 극적으로 챔피언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다만 올해 다저스와 조금 다른 게 있다면 이땐 3차전과 4차전이 양키스의 홈경기로 치러졌다는 점이다.
다저스는 3차전을 승리할 경우 4차전에서 다시 한 번 커쇼를 선발로 내세운다. 팀도 팀이지만, 명예회복을 원하는 커쇼도 시리즈가 3차전에서 끝나지 않길 바란다. '명문 구단' 다저스가 2017년 양키스처럼 3차전에서 대반격의 서막을 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AFP, UPI, AP/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