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8일 막을 내리는 가운데, 한국 선수단은 절반의 성공으로 대회를 마치게 됐다.
수영과 펜싱을 시작으로 배드민턴과 야구, 축구에서 금메달 소속을 전하며 국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지만 목표엔 다소 못 미쳤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폐막일인 8일엔 가라테와 아티스틱스위밍 등에서 총 3개의 금메달이 가려지는데 한국은 가라테 여자 50kg급 정지영 한 명이 출전하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여서 7일 남자축구 금메달이 한국 선수단의 마지막 금메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8월24일 미디어데이에서 금메달 45~50개를 거둬 일본과 격차를 10개 이내로 줄인 종합 3위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다소 못 미쳤다. 한국선수단은 7일까지 금메달 42개, 은메달 59개, 동메달 89개로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의 금메달 49개보다 7개 줄어든 것은 물론 1982년 뉴델리 대회 금메달 28개 이후 41년 만에 역대 최소 금메달을 따냈다.
7일까지 일본이 금메달 51개를 기록했는데 8일 가라테와 아티스틱 스위밍에서 추가 금메달이 예상되기 때문에 일본과 10개 차로 좁히겠다는 대한체육회의 전망 만큼은 맞아떨어졌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선 개최국 중국의 돌풍이 워낙 거셌다. 중국은 자국에서 13년 만에 개최하는 아시안게임에서 스타 플레이어들을 총출동시키며 무더기 금메달은 물론 이번 대회 열기 확산에 힘을 썼다. 이번 대회 MVP에 선정된 장위페이(여자)와 친하이양(남자), 왕순, 판잔러 등이 대거 등장해 수영 경영 첫 날 금메달 7개를 전부 쓸어담은 것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 7일까지 사상 최초로 금메달 200개를 기록하며 이번 대회를 거의 중국전국체육대회에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들러리 서는 형태로 만들었다.
여기에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금메달 75개를 획득하며 한국을 24년 만에 제치고 종합 2위를 차지했던 일본이 이번엔 상당수 종목에서 1.5군 내지 2군을 투입하면서 힘을 빼 중국의 독주를 부추겼다. 일본은 아시안게임보다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겠다는 자세다. 실제로 일본 내에서도 항저우 아시안게임보다는 같은 기간 열린 럭비 월드컵에 더 큰 관심이 쏠렸다.
그런 가운데 한국은 메달을 기대했던 종목에서 적지 않게 고개를 숙여 3년 뒤 일본에서 열리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게 됐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큰 성과를 낸 종목은 각각 금메달 6개를 수확한 수영과 펜싱, 그리고 금메달 5개를 딴 태권도 등이 있다. 특히 수영은 금6 은6 동10을 획득하며 세계적인 수영 강국 일본(금5)을 누르는 쾌거를 일궈냈다.
일본이 수영에서만큼은 1진을 전부 파견한 터라 한국의 선전이 더욱 빛났다. 남자 계영 800m에서 아시안게임 사상 처음으로 단체전 금메달 따낸 것을 비롯해 남자 자유형 200m에서 황선우가 금빛 물살을 가르는 등 금2 은2 동2을 따내고, 김우민이 남자 자유형 400m와 800m를 석권해 계영 800m와 함께 3관왕에 올라선 것 등은 대회 초반 한국의 메달레이스에 큰 힘이 됐다. 남자 자유형 200m에서 이호준이 동메달을 따 황선우와 함께 한국 선수 2명이 시상대에 오른 것, 남자 계영 400m와 혼계영 400m에서 일본을 연달아 누르고 은메달 거머쥔 것도 큰 성과였다.
펜싱과 태권도는 아시아 넘어 세계적인 강호 답게 제 몫을 해줬다. 펜싱에선 12개 종목 중 절반인 6개 종목에서 금빛 낭보를 전해 2010년 광저우 대회부터 시작된 이 종목 4회 연속 종합 우승을 일궈냈다. 태권도는 품새 종목 강완진이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 주인공이 되는 등 금메달 5개를 수확하며 2년 전 도쿄 올림픽 노골드 수모를 씻었다.
대회 폐막 전날인 7일 남자 축구와 야구 등 양대 인기 스포츠 종목에서 금메달을 한 시간 간격으로 확정지은 것도 드라마 같았다.
하지만 적지 않은 종목에서 이제는 아시아 강자 자리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알렸다. 유도와 레슬링 등 격투기 종목과 사격, 실내 구기가 대표적이다. 유도에선 계속 금 소식이 없다가 여자 78kg 이상급 김하윤이 개인전 마지막 날에서야 우승 낭보를 전해 한국 유도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 레슬링에선 금메달은 물론 은메달도 하나 없이 동메달 2개만 따내 13년 만에 노골드 망신을 당했다. 사격에선 금메달 2개를 따내긴 했으나 올림픽에서 벌어지지 않는 러닝 타깃 단체전 종목이어서 소총·권총·트랩 개인전만 벌어지는 올림픽에서의 경쟁력이 시급하게 됐다.
이밖에 소프트테니스, 양궁 컴파운드, 실내 구기 종목에서도 거의 참패하면서 한국 선수단에 힘이 되질 못했다.
남자 배구가 대회 개막 전부터 파키스탄에 0-3으로 충격패, 메달권에서 일찌감치 멀어지더니 남자 농구도 1.5군으로 나온 일본에 조별리그에서 지는 등 7위에 그쳤다. 여자 배구도 베트남에 패하면서 17년 만에 노메달 수모를 겪었다. 아시아 최강 여자 핸드볼도 일본 1.5군에 10점 차로 충격패하면서 금메달을 놓쳤다.
소프트테니스에선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인 금메달 한 개를 따냈다. 양궁에서도 컴파운드에서 인도 돌풍에 밀려 노골드라는 예상밖 성적을 냈다.
이번 대회에선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다 인구 국가로 올라선 인도가 금메달 28개로 4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2014년 인천 대회 금11,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금16으로 연달아 8위에 오르던 인도는 이번 대회에서 육상, 사격, 양궁 강세를 앞세워 4위까지 치고 나섰다.
육상에선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남자 창던지기 영웅 니라이 초프라 등을 앞세워 금메달 6개를 획득했으며,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아브히나브 빈드라가 남자 10m 공기소총에서 우승한 뒤 실력이 부쩍 오른 사격에서는 금메달 7개를 따냈다. 양궁에선 기계식 활인 컴파운드에서 한국의 코를 납작하게 누르고 5개 종목을 전부 싹쓸히 하며 리커브에서 금4을 얻은 한국을 제치고 양궁 종목 종합 우승을 했다. 배드민턴, 승마. 테니스 등에서도 강하기 때문에 향후 스포츠 투자가 이뤄지면 한국과 일본을 위협하는 아시아 스포츠 다크호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국제 스포츠무대에 복귀한 북한은 금메달 11개를 획득하며 종합 10위를 확정지었다. 북한은 특히 2000년대 들어 세계적인 강자로 떠오른 역도에서 6개(여자부 5개, 남자부 1개)의 금메달을 쓸어담으며 오랜 공백 속에서도 실력이 녹슬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안창옥은 체조 여자 이단평행봉과 도마에서 우승해 2관왕이 됐다.
다만 선수들 기량과 다르게 한국 선수들과 경기를 마친 뒤 인사도 하지 않거나, 시상대에서 같이 촬영하지 않는 등 매너 면에선 성숙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적지 않게 받았다. 기자회견에서 선수나 감독이 아닌 관계자가 동석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임의로 거부하거나 회견장에 아예 나타나지 않는 모습들도 빈축을 샀다.
사진=중국 항저우, 김한준 기자 /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