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주전 공격수들이 대부분 빠진 한국남자배구대표팀은 이번 월드리그에서 세계 강호들을 상대로 분전했다.
박기원 감독이 이끄는 한국남자배구대표팀은 '2011 월드리그'에서 3승 9패를 기록했다. 초반 3승 1패의 상승세를 지키지 못하고 내리 8연패를 당했다. 이 점은 아쉬웠지만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상태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한국은 차기 월드리그 잔류가 불투명했다. 이번 월드리그 출전국들 중, 최하위 2개 팀은 월드리그 예선을 치러야 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성적이 저조했던 팀은 12전 전패를 기록한 푸에르토리코(A조)와 1승 11패에 머문 일본(B조)이었다.
월드리그 규정에 따르면 이들 국가는 차기 2012 월드리그 본선 진출을 위한 예선전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예외가 됐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일본이 지진으로 인한 원전 유출로 원정경기만 치른 점을 감안해 차기 월드리그 본선 진출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한국과 프랑스 배구협회는 지난달 30일 이 문제를 항의하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FIVB는 "한번 결정한 일은 번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관철했다. 일본은 성적에 상관없이 원정 경기만 했다는 이유로 특혜를 받았다.
일본인들의 뜨거운 '배구 열기' FIVB 특혜로 이어져
일본은 전 세계에서 배구가 가장 인기 있는 나라 중 한 국가이다. 여자배구는 일본의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고교야구, 그리고 스모에 이어 '베스트5'에 진입할 정도로 국민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배구의 시청률은 매우 높았다. 특히,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한국과 일본이 맞붙은 여자배구 시청률은 최고치를 기록했다.
FIVB의 대부분 스폰서도 일본 기업이 잠식하고 있다. FIVB 공식 인구인 미카사는 일본 제품이다. 한국 여자대표선수 중 한 명은 "일본 선수들은 자신들이 만든 공인구를 국제대회에도 쓰기 때문에 볼 적응에 큰 문제를 겪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카사와 데상트, 그리고 아식스 등 일본 기업은 세계 각국 선수들의 유니폼과 운동화를 후원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국제대회도 일본에서 치러진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최종 예선전을 자국에서 개최한 일본은 남녀 팀 모두를 올림픽에 출전시켰다.
일본협회는 국가대표의 경기에 자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연예인들을 초청한다. 배구에 관심이 없는 이들도 연예인들로 인해 자연스럽게 배구에 관심을 갖게 하는 마케팅을 적용했다. 이러한 마케팅은 성공을 거뒀고 남녀 대표팀의 국제 경기는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남녀 대표팀 선수들은 일본과의 경기를 대부분 적지에서 치렀다. 자국 팬들의 엄청난 관심과 지원을 받은 일본은 한국을 불러들여 지속적으로 승리를 거두고 있다. 여자배구는 지난 8년간 일본 상대전적이 3승 23패로 열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1진에 패한 대부분의 시합은 적지인 일본에서 열렸다.
사실, 일본은 이번 월드리그 대회 본선 진출이 좌절된 상태였다. 지난해 일본은 안방에서 열린 월드리그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에서 한국에 2연패를 당해 본선 진출 티켓을 놓쳤다. 하지만, 본선 진출국인 네덜란드가 자국 사정으로 출전하지 못하는 기회가 왔다. 일본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번 대회 출전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철저한 실력'으로 극복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
올 시즌 가장 큰 국제대회인 월드컵도 오는 11월 일본에서 개최된다.
자국은 물론, FIVB의 지원까지 받고 있는 일본 배구는 여러 가지 특혜를 누리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배구 한일전은 적지인 일본에서 치러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이겨낼 유일한 대책은 오직 '실력'밖에 없다. 이번 월드리그에서 한국은 주전 선수 대부분이 빠졌지만 '스피드 배구'를 표방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국 남자배구는 지난해 월드리그 예선전에서 일본에 2연승을 거뒀다. 올해 일본의 월드리그 출전을 무산시켰지만 2연승의 수고는 효력을 잃고 말았다.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은 9월 말 이란 테헤란에서 열리는 아시아 선수권대회와 월드컵에서 일본을 만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준결승전에 패한 설욕을 이번 기회에 이룰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 = 한국남자배구대표팀, 한선수, 전광인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