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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섭의 코파 기행] 개막전의 도시, '남미판 워싱턴' 라플라타

기사입력 2011.07.04 11:49 / 기사수정 2011.07.04 11:49

윤인섭 기자


[엑스포츠뉴스=라플라타, 윤인섭 기자] 장장 40시간에 걸친 비행기에서의 사투를 끝내고 아르헨티나에 도착한 게 지난 달 29일이었다.

이번 2011 코파 아메리카 대회는 결승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가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아닌 지방 도시에서 열린다. 개최국 아르헨티나와 볼리비아의 개막전, 관심을 모았던 브라질과 베네수엘라의 경기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의 주도 라플라타에서 열렸다. 주 이름은 수도와 같은 부에노스아이레스지만, 그 크기는 한반도의 두 배에 이른다.  

라플라타는 부에노스아이레스주의 주도로 아르헨티나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도시다. 비록 인구는 60만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1882년에 세워진 이 도시는 아르헨티나에서 특별한 주소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른 아르헨티나 도시들이 '산 마르틴', '미트레', '5월 9일' 등 아르헨티나의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 등에 거리 이름을 붙인 것과 달리 라플라타의 거리 이름은 미국식의 숫자 시스템이다. 도시 자체의 설계가 미국의 워싱턴 DC를 본떴기 때문이다.  

1884년에 건축된 라플라타의 카테드랄(주교가 거주하는 성당)이 유명하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 세계 6대 부국으로 번영을 달리던 당시 아르헨티나의 시대상을 보여주듯, 그 웅장함이 유럽 여느 도시의 카테드랄을 능가한다.  



오전 8시, 대회 프레스 카드를 얻기 위해 길을 나섰다. 라플라타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모레노 광장에서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출근 시간으로 한창 바쁠 서울과 달리, 오전 8시는 라플라타에서 아직 이른 아침이라 할 수 있다.




프레스 카드 발급에 시간이 소요돼 잠시 짬을 내 시내를 돌아봤다. 시내 중심가에서 북쪽으로 향하던 도중, 라플라타가 자랑하는 에스투디안테스의 클럽 본부를 발견했다.

에스투디안테스는 아르헨티나의 레전드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이 자신의 마지막 축구 인생을 불태우는 클럽으로 코파 리베르타도레스2009 대회와 지난 시즌 아르헨티나 전기리그 우승을 이끄는 등 현 시점에서 벨레스와 함께 아르헨티나의 '신 양강' 체제를 구축한 클럽이다. 또한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으로  1986년 멕시코월드컵 우승을 이끈 카를로스 빌라르도, 보카의 전설 마르틴 팔레르모 등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수많은 선수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지난 달 30일 에스투디안테스의 라이벌 힘나시아가 2부 리그로 강등이 확정된 터라 많은 경찰들이 삼엄한 경계로 에스투디안테스의 본부를 지키고 있다.



어렵사리 프레스 카드를 획득하고 개막전이 열리는 라플라타 시립 경기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라플라타 운영 본부의 말과 달리 8시간의 기다림 끝에 겨우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같은 처지인 콜롬비아 라디오 방송 기자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러나 콜롬비아에 대한 한 줌의 '립서비스'도 하지 못했다.  



아르헨티나는 개들의 천국이다. 거리의 개들도 마찬가지다. 이곳 사람들은 거리에서 살아가는 개들을 '뚜리스따(Turista. 여행자)라 부르는데, 라플라타 거리에서 '시에스타'를 즐기는 한 마리의 '개님'을 보니 그 표현이 영락없이 들어맞는다.

7월 4일 열린 브라질-베네수엘라전에서도 '뚜리스따'의 위용은 유감없이 드러났다. 경기 도중 그라운드에 난입한 '뚜리스따' 때문에 한동안 경기가 중단됐었다. 실상 삼엄한 경계 속에 경기장을 들어가는 축구팬들과 달리, '뚜리스따'는 자유롭게 철문 안을 드나들고 일광욕을 즐기며 경찰이 준 빵을 배불리 시식한다. 40년 전의 '히피 정신'이 바로 이들을 통해 구현되는 느낌이다.

[사진=라플라타 카테드랄, 모레노 광장, 에스투디안테스 본부, 인터뷰 중인 기자, 라플라타 거리의 개 ⓒ 윤인섭 기자] 

윤인섭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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