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힘겹게 가을야구 티켓을 거머쥔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2연패로 2023시즌을 마감했다.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하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6)의 시즌도 그렇게 막을 내렸다.
토론토는 5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타깃필드에서 열린 2023 미국프로야구(MLB)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 2차전에서 미네소타 트윈스에 0-2로 패배하면서 디비전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정규시즌 막바지까지 시애틀 매리너스, 텍사스 레인저스와 치열한 경쟁을 벌인 토론토는 1차전 1-3 패배에 이어 연이틀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이면서 미네소타를 넘지 못했다.
와일드카드 엔트리 탈락으로 팀 내에서의 입지가 좁아진 류현진은 더 이상 등판 기회를 얻지 못하고 2023시즌을 마감하게 됐다. 그렇게 토론토와 류현진의 4년 동행에 마침표가 찍혔다.
▲이적, 코로나19, 그럼에도 2점대 ERA
2013년 빅리그 무대에 진출한 류현진은 줄곧 LA 다저스 한 팀에서만 활약했다. 6년간 186경기에 등판해 1055⅓이닝 78승 48패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했고, 이적을 앞둔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9년에는 29경기 182⅔이닝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라는 놀라운 성적을 남기기도 했다.
그랬던 류현진이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2019년 12월 말 토론토와 4년 총액 8000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팀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인 선수가 토론토 유니폼을 입게 된 건 오승환(2018년 이후) 이후 류현진이 두 번째였다.
그러나 이적 첫해부터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바로 코로나19다. 2020년 초부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점차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메이저리그 개막이 연기됐다. 그해 3월에는 캐나다가 캐나다, 미국 시민권자를 제외한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하며 토론토 입장에서는 홈구장 로저스센터에서 경기를 개최하는 게 불가능했다. 결국 대체 홈구장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 토론토는 미국 뉴욕주 버팔로의 세일런 필드에서 홈경기를 치러야 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류현진의 위력은 여전했다. 그는 2020시즌 12경기 67이닝 5승 2패 평균자책점 5승 2패를 기록하며 토론토에서의 첫해를 마무리했다. 7월 말이 돼서야 정규시즌 첫 등판을 소화했지만, 2점대의 평균자책점으로 토론토의 기대에 부응했다.
▲여전히 건재함 과시한 류현진, 부상이 발목 잡았다
토론토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한 2021년, 류현진은 31경기 169이닝 14승 10패 평균자책점 4.37로 개인 한 시즌 최다 승수와 타이를 이뤘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팀들을 상대로 고전하기도 했지만, 꾸준히 승수를 쌓았다. 또한 8월부터는 임시 홈구장이 아닌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에 위치한 로저스센터에서 경기를 치르게 된 것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순항하던 류현진에게 위기가 찾아온 건 지난해였다. 시즌 초부터 부진을 면치 못한 데 이어 4월 중순 이후에는 팔뚝 부상으로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는 6월 2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경기 이후에도 몸 상태에 이상을 느꼈고, 결국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 수술)을 받게 됐다.
류현진에 대한 현지 매체의 전망은 어두운 편이었다. 일반적으로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는 선수들은 최소 1년 이상의 재활을 거쳐야 한다. 회복세에 따라서 더 긴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류현진의 경우 적지 않은 나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 류현진은 이겨냈다
류현진은 수술 이후 재활에 돌입했고,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나갔다. 목표는 7월 내로 마운드에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는 5월 말 첫 불펜 피칭을 실시하면서 컨디션을 점검한 뒤 6월 라이브 피칭, 7월 실전 등판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특히 재활 기간 동안 체중 감량에 힘썼다. 유산소 운동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병행하는가 하면, 야식도 줄이면서 선발투수로서의 몸 상태를 만드는 것에 노력을 기울였다. 류현진의 복귀가 임박할수록 시즌 중반 이후 계속 순위 경쟁을 펼친 팀의 기대치도 점점 높아졌다.
예정보다 일정이 조금 미뤄졌지만, 류현진은 8월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홈경기에서 빅리그 복귀전을 치렀다. 정확히 1년 2개월 만의 등판이었다. 이날 그의 성적은 5이닝 9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4실점.
▲복귀 이후 성과와 과제 모두 확인한 류현진
복귀전을 치른 뒤 정상적으로 로테이션을 소화한 류현진은 8월 14일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서 5이닝 2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비자책)을 기록하면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류현진이 승리투수가 된 건 지난해 5월 27일 LA 에인절스전 이후 444일 만이다. 21일 신시내티 레즈전, 27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까지 차곡차곡 승수를 쌓아갔고, 5경기 24이닝 3승 1패 평균자책점 2.25로 8월을 끝냈다.
류현진은 지난달에도 그 흐름을 이어나갔고, 꾸준히 5이닝을 던졌다. 13일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홈경기에서는 복귀 첫 퀄리티스타트로 이닝 소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9월 들어 승리와 인연을 맺진 못했지만, 자신의 역할을 다해줬다.
하지만 류현진은 9월 24일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4⅓이닝 7피안타(3피홈런) 3볼넷 2탈삼진 5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진 데 이어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1일 탬파베이전에서도 3이닝 7피안타 1탈삼진 2실점으로 조기강판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의 공략에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류현진의 단짝으로 불리기도 했던 주전 포수 대니 잰슨이 지난달 초 부상으로 이탈한 영향이 없진 않았다. 그의 부상 이후 류현진은 백업 포수 타일러 하이네만, 알레한드로 커크와 호흡을 맞춰야 했다. 그렇다고 해서 포수만을 탓할 수도 없었다.
8월 27일 클리블랜드전부터 4경기 연속 피홈런으로 장타 허용이 잦아지는가 하면, 상대의 공략에 류현진 특유의 날카로운 제구가 무뎌졌다. 원동력이 됐던 커브와 체인지업의 위력도 떨어졌다. 실망스러운 경기력에 팀의 신뢰를 받지 못한 류현진은 시즌 끝까지 팀과 함께할 수 없었다.
'4년 동행'의 마지막이 해피엔딩은 아니었다. 류현진도, 토론토도 아쉬울 따름이다. 미국 현지에서는 이적 가능성이 제기돼왔고, 성공적인 재활로 존재감을 뽐낸 류현진도 빅리그 경력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 욕심을 내볼 만하다. 다가오는 겨울, 그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사진=USA투데이스포츠, AP, AFP/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