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호 희망' 윤동희, 복수 다짐…"대만에 꼭 설욕하겠다 [항저우 인터뷰]

(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김지수 기자) 윤동희(롯데)가 한국 야구 참사의 현장 속에서 홀로 빛났다. 프로 데뷔 2년차에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가운데 맹타를 휘두르며 팬들에게 작은 위안을 안겼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일(한국시간) 중국 항저우의 사오싱 야구 스포츠 문화센터(Shaoxing Baseball & Softball Sports Centre-Baseball)에서 열리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조별리그 B조 2차전 대만과의 경기에서 0-4로 졌다.

한국은 전날 홍콩을 10-0 8회 콜드게임(Called Game)으로 꺾은 상승세를 대만전에서 이어가지 못했다. 오는 3일 12시(현지시간)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태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을 이기면 슈퍼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지만 향후 일정이 불리해졌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슈퍼 라운드는 A조와 B조 1~2위가 모여 경기를 치른 뒤 상위 2개팀이 금메달 결정전, 하위 2개팀이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다.



하지만 조별리그에서 맞붙었던 대만과는 슈퍼 라운드에서 재대결 없이 조별리그 패배가 그대로 승계돼 순위 결정 시 적용된다. 즉 대만은 1승, 한국은 1패를 안고 슈퍼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국은 A조 1위가 유력한 일본전을 반드시 이겨야만 금메달 결정전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류중일 감독은 이날 대만을 상대로 김혜성(2루수)-최지훈(중견수)-노시환(3루수)-강백호(지명타자)-문보경(1루수)-윤동희(우익수)-박성한(유격수)-김형준(포수)-김성윤(좌익수)으로 이어지는 타순을 내세웠다. 전날 홍콩전과 동일한 라인업으로 대만을 상대했지만 9회까지 단 1점도 얻지 못했다.

특히 대만 선발투수 린위민(Lin Yu-Min)에게 꽁꽁 묶였다. 린위민은 미국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산하 마이너리거 좌완 유망주다. 지난해 루키 리그와 싱글A를 거쳐 올 시즌에는 더블A 무대까지 승격했다. 올 시즌 더블A에서 11경기에 선발투수로 나와 61이닝 5승 2패 평균자책점 4.28의 성적을 거뒀다. 

제 몫을 해낸 건 6번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출전한 윤동희였다. 윤동희는 4타수 3안타로 이날 한국 타선에서 최지훈과 함께 멀티 히트로 체면을 세웠다. 



윤동희는 당초 지난 6월 KBO가 발표한 항저우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 24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대회 직전 KIA 투수 이의리가 손가락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기회를 얻었다.

류중일 감독은 지난달 28일 항저우 입국 직후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묻는 질문에 주저 없이 "윤동희가 괜찮은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기대가 컸다.

윤동희는 사령탑의 기대에 부응했다. 2회초 첫 타석부터 좋은 타격감을 보여줬다. 1사 후 린위민을 상대로 우측 펜스 상단을 직격하는 2루타를 때려냈다. 높게 제구 된 실투를 놓치지 않고 거침없이 방망이를 돌렸고 득점권 찬스를 만들어 냈다. 한국은 후속타자 박성한의 사구 출루 후 계속된 1사 1·2루에서 김형준과 김성윤이 내야 땅볼로 물러나면서 점수를 얻지 못했지만 린위민의 공에 서서히 타이밍을 맞추기 시작했다.

윤동희는 4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도 린위민을 괴롭혔다.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깨끗한 중전 안타를 때려내며 멀티 히트 경기를 기록했다. 9회초 마지막 타석에서도 1사 후 안타로 출루하면서 이날 사실상 유일하게 한국 타선에서 제 몫을 해냈다. 그러나 후속타 불발로 홈 플레이트를 밟지 못했고 한국은 0-4로 졌다.



윤동희는 경기 후 "국제 대회는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 그래서 더 집중하려고 했다. 3안타를 쳤지만 팀이 져서 너무 아쉽다"며 "대만 선발 투수의 경우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유형이라 한국 투수와 상대하는 느낌으로 했다. 마지막 투수는 공이 너무 빨라 공략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또 "대만에게 져서 너무 아쉽다. 다음에 만나게 되면 꼭 설욕하겠다"며 "우리 선수들 모두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선수들 모두 힘낼 수 있도록 응원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사진=중국 항저우, 김한준 기자/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