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나승우 기자) 중국전 환상 프리킥 골로 황선홍호에 승리를 선물한 홍현석이 인생 톱3 안에 들어갈 정도로 멋진 골이었다고 만족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1일(한국시간) 중국 항저우에 위치한 황룽스포츠센터경기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서 2-0으로 이겼다. 전반전 홍현석의 프리킥 골로 앞서간 대표팀은 전반 막바지 송민규의 추가골을 묶어 완승을 거뒀다. 준결승에 진출한 대표팀은 중앙아시아 강호 우즈베키스탄과 결승 진출 여부를 다툰다.
경기에 앞서 중국 홈에서 열린다는 점, 거친 축구, 비디오 판독(VAR) 시스템이 없어 오심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우려가 나왔다. 이미 지난 30일 여자축구 한국-북한 경기에서 북한의 거친 플레이와 심판의 편파 판정이 더해져 대표팀이 1-4로 참패하는 결과가 나와 걱정이 더욱 컸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황선홍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회 내내 보여줬던 공격 축구로 중국을 잠재웠다. 이번 경기에서도 빠르게 득점이 터졌다. 전반 18분 벨기에 1부리그 KAA헨트에서 정상급 미드필더로 활약 중인 홍현석이 환상적인 왼발 프리킥 골을 꽂아넣었다. '짜요'를 외치던 중국 5만 관중의 함성을 잠재웠다.
홍현석은 중국 관중들에게 조용히하라는 듯 쉿 세리머니를 펼쳐 한국 축구팬들을 더욱 환호하게 만들었다. 중국은 이날 수비에 중심을 둔 포메이션으로 그럭저럭 버텼으나 홍현석의 칼날 같은 프리킥까지 막을 순 없었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홍현석의 환상적인 선제골이 나오면서 대표팀은 좀 더 쉽게 경기를 풀어갔다. 중국의 거친 견제에도 여유를 가지고 경기를 운영했다. 이는 곧 추가골의 발판이 됐다. 전반 35분 조영욱이 낮고 빠르게 올린 공을 골키퍼가 쳐내자 문전에서 대기하던 송민규가 가볍게 밀어넣어 2-0으로 달아났다. 송민규 역시 풍차 세리머니를 하면서 중국 관중들을 침묵하게 만들었다.
이후 중국은 따라잡기 위한 게 아니라 대표팀 선수들을 다치게 만드는 축구를 하려는 것처럼 거칠게 나왔다. 하지만 대표팀의 실력이 너무 뛰어났다. 중국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홈에서 무너졌다.
이번 경기 선발로 출전해 귀중한 프리킥 선제골을 터뜨린 홍현석은 소속팀 헨트에서의 활약을 A대표팀에 이어 아시안게임 대표팀까지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지난 시즌 헨트에 입단한 홍현석은 곧장 주전 미드필더 자리를 꿰찼다. 시즌 총 54경기에 출전해 9골 8도움을 올리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지난 6월엔 생애 첫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데뷔전까지 치렀다. 이번 시즌에도 개막전과 3라운드에서 각각 도움을 하나씩 올린 홍현석은 이달 초 A매치 브레이크 때 국가대표팀 합류 직전 명문 클럽 브뤼헤를 상대로 멀티골을 기록하며 시즌 1·2호골을 신고했다.
국가대표팀에 합류한 홍현석은 영국에서 열린 웨일스와의 A매치 평가전에 처음으로 선발 출전하는 영광을 누렸다. 비록 활약상은 기대 이하였지만 클린스만의 잘못된 포지션 기용이 원인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웨일스전을 마친 홍현석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해 대회를 준비했다.
그리고 태국과의 조별리그 2차전, 키르기스스탄과의 16강전에 이어 대회 3번째 골을 터뜨린 홍현석이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기분이 최고로 좋다. 원래 프리킥을 진짜 잘 안 차는데 오늘은 '이건 차야겠다' 싶어서 (백)승호 형한테 '내가 차겠다'고 말해서 차게 됐다"고 프리킥 키커로 나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 인생에서 넣은 골 중 톱3 안에 드는 것 같다"고 본인도 인정할 만한 프리킥 골이었다고 자찬했다.
관중석을 향해 조용히하라는 '쉿' 세리머니를 펼친 것에 대해서는 "도서관 같았다"고 말하면서 "살짝 준비한 것이었다. 이 팀이 너무 좋다. 그냥 다 같이 하고자 하는 것도 있고, 뭔가 똘똘 뭉치고 한 마음으로 해서 그런 분위기로 경기에 임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4강 상대는 우즈베키스탄이다. 홍현석은 "난 우즈베키스탄이 제일 강하다고 생각한다. 피지컬도 피지컬인데 볼도 다들 잘 찬다. 뭔가 유럽 스타일이랑 비슷한 것 같다"고 경계하면서도 "우리 할 거 하면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중국 항저우, 김한준 기자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