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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아리랑 볼' 다음은 대만 '강속구'…타선 터져야 4연속 金 수월하다 [항저우 현장]

기사입력 2023.10.02 07:00



(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김지수 기자) 홍콩 투수들의 '아리랑 투구'에 고전했단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이 이번에는 대만의 '파워 피처'들을 넘어서야 한다. 2019 프리미어12에서 참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1일 중국 항저우의 사오싱 야구 스포츠 문화센터(Shaoxing Baseball & Softball Sports Centre-Baseball)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조별리그 B조 1차전 홍콩과 경기에서 10-0 8회 콜드게임으로 이겼다.

한국은 이날 투수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컨디션을 과시한 반면 공격력이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1회말 문보경의 1타점 적시타로 선취점을 얻어냈을 때만 하더라도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을 것처럼 보였지만 홍콩 투수들의 느린 공에 전체적으로 타이밍이 안 맞았다.

특히 2회말부터 등판한 대만 두 번째 투수 좌완 리 호치는 3회까지 한국 타선을 무실점으로 묶어냈다. 전광판에 찍힌 직구 스피드는 110km대 초반, 커브로 추정되는 변화구는 85~90km 사이에서 형성됐다.



한국 타자들은 배트 중심에 공을 맞히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3회말 최지훈의 기습 번트 안타, 노시환의 볼넷 출루 후에는 4번타자 강백호의 장타성 타구가 홍콩 우익수 호수비에 잡히는 불운까지 겹쳤다.

한국은 4회말 선두타자 윤동희, 박성한의 연속 안타로 주자를 모은 뒤 1사 만루에서 투수가 릉 카 호삼으로 바뀐 뒤에야 김혜성의 2타점 2루타로 3-0으로 점수 차를 벌릴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 타선은 5, 6, 7회 홍콩 마운드 공략에 실패하면서 승부를 8회까지 펼쳐야 했다. 게임 후반 등판한 홍콩 투수들의 구속이 130km대에 형성되면서 비교적 타이밍이 맞기 시작했다.

한국은 8회말 노시환의 1타점 적시타를 시작으로 문보경의 밀어내기 볼넷, 윤동희의 2타점 2루타, 상대 폭투, 박성한의 1타점 외야 희생 플라이, 김혜서의 적시타 등을 묶어 스코어를 10-0으로 만들었다. 7회 이후 10점 차 이상 벌어질 경우 콜드게임(Called Game)이 성립되는 규정에 따라 9회초 수비 없이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류중일 야구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타자들이 조금 긴장을 해서 그런 부분도 있고 홍콩 투수들의 공이 느려서 타이밍을 못 잡았다"며 "게임 후반 나온 투수들이 어느 정도 공이 빠르니까 이후에는 잘 쳤다"고 평가했다. 

이날 2번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출전해 5타수 3안타 2득점을 기록한 최지훈도 "핑계일 수도 있지만 초반에 나온 투수들은 다들 타이밍을 맞추기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2일 맞붙는 대만전은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 한국과 함께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종목 유력한 우승후보인 대만 마운드에는 140km 중후반 이상의 빠른 공을 뿌리는 투수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대만은 2006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17년 만에 아시안게임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이 이번 대회에 참가한 24명의 선수 중 2명(투수 박세웅, 외야수 최원준)를 제외하고 만 25세 이하 혹은 프로 5년차 미만 선수로만 최종 엔트리를 꾸린 것과 다르게 대만은 최정예 멤버들을 소집했다. 대만 프로야구(CPBL)는 물론 미국 마이너리그,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 중인 유망주들을 대거 불러들였다.



한국전 선발투수로는 좌완 린위민(Lin Yu-Min)이 유력하다. 2003년생인 린위민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산하 마이너리그팀에서 뛰고 있는 유망주 투수다. 지난해 루키 리그와 싱글A를 거쳐 올 시즌에는 더블A 무대까지 승격했다.

올 시즌 더블A에서는 11경기에 선발투수로 나와 61이닝 5승 2패 평균자책점 4.28의 성적을 거뒀다. 9이닝당 볼넷이 3.56개로 적은 편은 아니지만 61이닝 동안 64탈삼진을 기록한 부분이 눈에 띈다. 140km 중후반대 빠른공을 던지는 투수로 알려져 있다. 

한국이 대만전을 잡기 위해서는 결국 타선이 린위민을 위시한 대만의 강속구 투수들을 공략하는 게 관건이다. 역대 국제대회에서 대만에게 덜미를 잡히거나 고전했던 경기는 마운드 난조보다 방망이가 침묵한 게 더 컸다. 

가장 최근 맞대결이었던 2019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은 당시 김하성, 이정후, 박병호, 김현수, 양의지, 김재환 등 KBO리그 최고의 타자들이 총출동했지만 대만 선발투수 장이에게 6⅓이닝 3안타 무실점으로 봉쇄당하며 0-7 참패를 당했다. 장이는 최고구속 148km를 찍은 직구와 낙차 큰 포크볼의 조합으로 한국 타선을 농락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도 150km 초반대 강속구를 뿌리는 선발투수 궈쥔린에 막혀 경기 초반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한국은 당시 '약속의 8회'를 만들어 대만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기는 했지만 승리까지의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류중일 감독은 이 때문에 홍콩전 종료 후 "대만전 선발투수는 좌완(린위민)을 예상하고 있다. 홍콩 투수들보다 공이 빠르니까 잘 대비해야 한다"며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대만 타선을 상대할 류중일호의 선발투수는 곽빈, 문동주으로 압축된 상태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우완 정통파 파이어볼러 중 한 사람이 대만전 필승을 목표로 마운드에 오른다.

선수들도 대만전이 가지는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종목 본선은 총 8개국이 메달을 놓고 경쟁한다. 4개국 씩 2개조로 나뉘어 조별예선을 치른 뒤 각 조 1, 2위가 슈퍼 라운드에 진출한다.

슈퍼 라운드 1·2위는 금메달 결정전, 3·4위는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다. 다만 슈퍼 라운드에서는 조별리그에서 맞붙었던 팀과 재대결이 없다. 조별리그 승패가 그대로 슈퍼라운드 결과에 반영되기 때문에 한국은 2일 대만전을 반드시 승리해야만 결승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최지훈은 "대만전이 가장 중요한 경기다. 모든 선수들이 대만전만 생각하고 있다"며 "홍콩과의 게임 마지막에 좋았던 분위기를 잘 살려서 대만을 이기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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