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공항, 유준상 기자) 한국 수영의 '황금세대'로 불리는 황선우(20)와 김우민(22·이상 강원도청)만 빛난 게 아니다. 단거리 종목에서 나란히 '깜짝 금메달'로 모두를 놀라게 만든 지유찬(21·대구광역시청)과 백인철(23·부산광역시중구청)도 귀국하는 순간 큰 주목을 받았다.
이정훈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수영 경영 대표팀은 30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10개 등 총 22개의 메달을 수확하며 역대 아시안게임 최고 성적을 작성했다. 종전 아시안게임 최고 성적이었던 2006 도하 아시안게임(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1개)을 뛰어넘는 성과를 일궈냈다.
3관왕에 오른 김우민과 금·은·동메달을 각각 2개씩 수확인 황선우가 한국 수영의 높아진 위상을 확인했다면, 각각 남자 자유형 50m와 남자 접영 50m에서 정상에 오른 지유찬과 백인철은 기대치를 뛰어넘는 결과로 땀의 결실을 맺었다.
지유찬은 대회 이틀 째인 25일 남자 자유형 50m 결승에서 21초72를 기록, 예선에서 자신이 기록했던 아시안게임 신기록(21초84)를 다시 경신하고 우승했다. 특히 스타트부터 격차를 크게 벌리면서 상대 선수들의 추격 의지를 확실하게 꺾었다.
백인철은 28일 사고를 쳤다. 남자 접영 50m 결승에서 23초29의 기록으로 아시안게임 신기록 및 한국 신기록을 수립한 그는 텅 천 웨이(싱가포르)를 비롯해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특히 예선(23초39)에서 수립한 아시안게임 신기록을 결승에서 더 앞당기며 지유찬과 도플갱어 활약을 펼쳤다. 자유형 50m 예선에서 스윔 오프 끝에 결승행이 좌절됐으나 그 아쉬움을 달랜 셈이 됐다.
입국장에서 취재진을 만난 백인철은 "아시안게임이 1년 미뤄지면서 살짝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 1년간 더 오래 준비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서 기쁘다"라며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서 부족한 부분을 좀 더 배워가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백인철은 "아시안게임 단거리에서 금메달이 2개나 나오는 게 흔치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지유찬 선수와 함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확실한 목표로 설정하고 훈련에 힘했고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서로 확신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황선우, 이호준(22·대구광역시청), 김지훈(23·대전시체육회)과 함께 남자 계영 400m 결승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은메달을 합작하기도 했던 지유찬은 "이렇게 좋은 성적으로 대회를 마무리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이렇게 좋은 팀원들과 호흡을 맞춰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라며 "(황)선우가 팀을 잘 이끌어서 같이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에서 팀이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자유형 50m 금메달에 대해) 깜짝 금메달이라기보다는 팬들이 믿고 응원해 주셔서 자신감이 생겨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라며 "지금까지도 수영을 너무 좋아하고 즐기고 있었는데, 수영을 더 좋아하고 즐기면서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2살 차이인 두 선수는 평소에도 많은 얘기를 주고받는다. 50m가 주종목인 단거리 전문 선수여서 피드백을 주고 받는 게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지유찬은 "그날 경기가 있어서 직접 보진 못하고 영상으로만 봤는데, 같이 훈련한 형이 이렇게 좋은 결과가 있어서 나도 살짝 울컥했던 것 같다"라며 "훈련할 때 서로 부족한 점도 봐주고 잘하는 점은 알려주면서 훈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돌아봤다.
백인철은 "개인적으로 부족한 부분에서 (지)유찬이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그래서 지유찬 선수를 보면서 많이 배우는 부분도 있고 피드백을 받는 부분도 있어서 서로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실업팀 입단 이후 빛을 보기 시작한 백인철은 "자신의 잠재력을 알아가는 과정이 오래 걸릴 수 있겠지만, 그 잠재력을 터트릴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둔다면 누구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어린 후배들에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아시안게임으로 성과를 이뤄낸 수영대표팀은 이제 내년 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와 7월 파리 올림픽을 정조준한다. 아시안게임에서의 결과에 만족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지유찬은 "단점인 '레이스'를 보완해서 레이스도 장점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한국 수영이) 세계에서 어디까지 통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점점 격차를 줄여나가면 세계 무대에서도 장거리가 통할 수 있는 그날까지 열심히 달려가겠다"라며 "일단 다음 목표는 아시아 신기록과 더불어 내년 2월에 있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결승에 진출하고 싶다. 파리 올림픽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인천공항, 고아라 기자,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