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나승우 기자) 지면 곧 탈락이다. 황선홍호가 토너먼트에 돌입하면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향한 발걸음을 본격적으로 내디뎠다. 1골 싸움을 강조해도 모자람 없는 토너먼트에서 수비진 무실점이 더욱 중요해졌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27일(한국시간) 오후 8시 30분 중국 진화에 위치한 진화스포츠센터경기장에서 키르기스스탄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16강전을 치른다.
대표팀은 직전 대회였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키르기스스탄을 만났다. 조별리그에서 1승1패를 기록해 탈락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대표팀은 3차전에서 키르기스스탄과 격돌해 손흥민의 결승골로 1-0 승리, 16강에 오른 좋은 기억이 있다.
키르기스스탄은 이번 대회에서 강한 피지컬과 빠르면서도 선굵은 축구를 보여주며 F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1, 2차전서 북한과 인도네시아에게 2연패를 당해 F조 꼴찌에 머물러 있었지만 최종전에서 대만에 4-1 대승을 거둬 순위를 뒤집었다. 북한이 3승으로 1위를 확정하고 키르기스스탄, 대만, 인도네시아가 1승2패씩 기록한 가운데, 최종전 전까지 2위를 달렸던 인도네시아를 다득점에서 앞서 2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결코 얕볼 수 없는 상대다.
황선홍 감독은 조별리그 3차전이 끝난 후 토너먼트에 돌입을 앞둔 것에 대해 '1골 싸움'을 강조했다. 황 감독은 "축구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게 한 골 승부다. 매 경기 대승이 나올 수는 없지만 이 1골 승부를 가져가는 팀이 강팀의 조건이라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어려운 경기가 나올 텐데 이런 승부를 해낼 수 있는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1골 싸움인 만큼 누가 먼저 선제골을 넣느냐가 중요하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누가 더 단단한 수비를 앞세워 무실점으로 틀어막느냐 또한 중요하다.
이번 대회 대표팀은 조별리그 3경기를 치르는 동안 16득점 무실점을 달성했다. 공수 양면 완벽했다. 상대에게 기회를 아예 내주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뛰어난 집중력으로 상대 공격을 차단했다. 지금까지는 흠잡을 데가 없다. 이 기세를 이어간다면 토너먼트에서도 경기를 좀 더 쉽게 풀어갈 수 있다.
다만 수비에서는 단 한 번의 실수를 조심해야 한다. 한국은 아시안게임에서 상대의 1~2차례 역습에 무너져 탈락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황 감독이 선수로 뛰었던 1994년 히로시마 대회다. 당시 단 한 번의 실수로 실점해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4강에서 패한 기억이 있다.
히로시마 대회에서 대표팀은 조별리그 첫 경기 네팔전 황 감독의 8골을 앞세워 11-0 대승을 거뒀다. 2차전에서도 오만을 2-1로 꺾은 대표팀은 3차전 쿠웨이트에게 0-1로 패했지만 8강 진출에 성공했다.
8강 한일전에서는 황선홍의 멀티골로 3-2 승리를 거뒀다. 기세를 몰아 준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과 만났으나 하석주의 슈팅이 골대를 때리고 나오는 등 대회 내내 보여준 공격력이 빛을 발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골키퍼 차상광의 치명적인 실수가 실점으로 연결됐다. 상대 공격수 아자맛 압두라이모프가 하프 라인 부근에서 때린 중거리 슛을 가랑이 사이로 흘려보내는 일명 '알까기' 실수를 저질러 실점했고, 이는 결승골이 돼 대표팀이 0-1로 패했다. 1골 싸움에서 한 번의 실수로 수비가 무너진 대가는 토너먼트 탈락이었다.
황선홍호는 이 때의 기억을 되새겨 키르기스스탄전에 임해야 한다. 마침 당시 경기를 뛴 황선홍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고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그 중요성을 잘 알 것이다. 박진섭, 이한범, 이재익, 설영우, 박규현, 최준, 황재원 등 수비진을 비롯해 안정감 있는 선방을 보여준 이광연 등에게 아낌 없는 조언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별리그 때부터 강조해 온 평정심 유지를 이번에도 상기시켜야 한다. 황선홍 감독은 1차전 쿠웨이트전 9-0 대승 이후 "자신감을 갖되 지난 일은 다 잊어야 한다.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큰 점수차로 이기는 건 좋은 일이지만 자칫 독이 될 수 있다"면서 "더 어려운 경기가 우리를 기다린다. 그런 경기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 그런 부분을 우리 선수들에게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고, 이후에도 선수들에게 정신력 무장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대표팀이 키르기스스탄전에서도 완벽한 수비력으로 무실점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중국 진화, 김한준 기자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