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KIA 타이거즈는 지난 8~10일 LG 트윈스와의 더블헤더 포함 4연전을 3승1패로 마무리할 때까지만 해도 좋은 흐름을 유지했다. 당시 팀 순위는 4위로, 2위 KT 위즈와의 격차는 2경기 차에 불과했다. 선수단 전체가 4위로 만족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력했다. 9연승 중단 이후 분위기를 잘 추스르는 듯했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면, 다른 팀들에 비해 일정이 다소 빡빡하다는 것이었다. 지난 12일부터 본격적인 잔여경기 일정이 시작되면서 월요일 이외에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날이 생겼고, 몇몇 팀은 사흘 이상의 휴식으로 숨을 고를 수도 있었다.
반면 잔여 경기 수가 가장 많이 남은 KIA는 그런 상황을 꿈도 꿀 수 없었다. 당장 11일 하루 휴식 이후 12일부터 곧바로 잔여경기를 치러야 했고, 때에 따라서 월요일 경기 혹은 더블헤더까지 소화해야 했다.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결국 체력적인 문제를 극복하는 게 관건이었다.
그러나 첫 경기부터 흐름이 꼬였다. KIA는 12일 대구 원정에서 삼성 라이온즈에 9-10으로 패배했고, 이날 주전 내야수 박찬호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과정에서 손가락 인대를 다치면서 선발로 나설 수 없게 됐다. 엔트리 말소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대주자 또는 대수비 출전만 가능한 만큼 활용폭이 좁아졌다.
이튿날에는 비가 말썽이었다. KIA는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3회초에만 3점을 헌납하며 1-3으로 끌려갔고, 경기 중반에는 폭우가 쏟아졌다. 정식 경기 성립 이후 6회 강우콜드 게임이 선언됐다. KIA로선 반격도 하지 못한 채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14일 롯데와의 최종전이 우천으로 취소되면서 하루 숨을 고른 KIA는 15일부터 중위권 경쟁을 함께 벌이고 있는 두산 베어스를 만났다. 맞대결 승리 시 1승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으나 그렇지 못할 경우 그 충격이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시리즈 첫 경기부터 패배한 KIA는 17일 3-8 패배, 18일 4-8 패배로 3연전을 모두 두산에 내주고 말았다. 게다가 19일 LG와의 홈경기에서는 3-4 패배와 더불어 주전 외야수 나성범이 주루 과정에서 부상을 당했고, 우측 햄스트링 손상 진단으로 시즌 아웃을 확정했다.
20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 취소 이후 대전으로 이동한 KIA는 21일 이의리와 마리오 산체스, 선발 자원을 두 명이나 활용했으나 돌아온 건 8-14 패배였다. 선발 중책을 맡은 이의리가 1⅓이닝 5실점(4자책)으로 부진했고, 부상을 털고 돌아온 산체스 역시 2⅔이닝 5실점으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KIA는 22일 KT 위즈와의 3연전 첫 경기에서 2-1로 진땀승을 거두면서 겨우 7연패 사슬을 끊었지만,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소집 전 마지막 경기를 소화한 최지민과 최원준이 자리를 비우게 됐다. 부상자가 하나둘 늘어나면서 고민이 깊어지던 시점에 추가로 공백을 떠안아야 했다.
시리즈 첫 경기를 잡은 KIA는 23~24일 연이틀 타선의 침묵 속에 또 연패에 빠졌고, 24일에는 베테랑 외야수 최형우가 1루로 전력질주하는 과정에서 KT 1루수 박병호와 충돌한 뒤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곧바로 병원으로 이동한 최형우는 검진 결과 왼쪽 쇄골 골절 소견을 받았다. 25일 재검진 결과가 나와야 복귀 시점과 부상 정도 등을 확인할 수 있지만, 골절인 점을 감안하면 남은 경기를 뛰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2주간 10경기를 치른 KIA의 성적은 1승9패. 그 사이 KIA는 시즌 성적 61승2무61패로 5할 승률 아래로 떨어질 위기에 봉착했고, 팀 순위도 6위까지 떨어졌다. 2주 전만 해도 2경기 차였던 2위 KT와의 거리는 8.5경기 차까지 크게 벌어졌다. 이제는 상위권 도약보다 포스트시즌 진출만을 바라봐야 한다.
그마저도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 KIA는 26~28일 창원 원정에서 NC 다이노스와 더블헤더를 포함한 4연전을 소화하고, 29일에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키움 히어로즈와 맞붙는다. 30일부터 이틀간 SSG 랜더스를 만나고, 다음달 3~5일에는 KT와 4연전(4일 더블헤더)을 갖는다. 6일 잠실 LG전까지 숨 돌릴 틈이 없다.
대부분의 선발투수들이 부진하고 있고 잘 버텨왔던 불펜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모양새다. 주전 야수들이 이탈한 타선은 위력을 잃었다. 희망적인 요소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정확히 20경기를 남겨둔 KIA는 어떤 엔딩을 맞이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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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