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중국 진화, 나승우 기자) 황선홍호의 아시안게임 16강전 상대는 키르기스스탄으로 결정됐다.
키르기스스탄은 24일(한국시간) 오후 5시 중국 진화에 위치한 진화스포츠센터경기장에서 대만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F조 3차전을 펼쳐 4-1 대역전승을 거뒀다. 대만이 전반 33분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1-0으로 리드를 잡았으나 전반 종료 직전 동점골을 뽑아낸 키르기스스탄은 후반에만 3골을 몰아치면서 4-1로 승리를 거뒀다.
같은 시간 북한과 인도네시아의 경기가 1-0으로 끝나면서 경기 전까지 최하위를 달렸던 키르기스스탄이 다득점에서 앞서 극적으로 조 2위 진출을 확정지었다.
대만은 3-6-1로 나섰다. 치우유훙이 골문을 지켰고 황쯔밍, 왕이유, 팡리펭이 백3를 섰다. 투샤오치에, 린밍웨이, 우옌슈, 유야오싱, 웬치하오, 친웬옌이 중원을 이뤘다. 첸포리앙이 원톱으로 나서 득점을 노렸다.
키르기스스탄은 5-3-2로 맞섰다. 아르템 프리아드킨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 아딜렛 누를란, 에랄만 아킬베코프, 바이아만 쿠마르바이, 누르볼 바크티베코프, 아슬란 베크베르디노프가 수비를 구성했다. 아딜렛 카니베코프, 이라킴베크, 누르마트, 에르나스 아빌로프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으며 아타이 일리치베크, 막삿 알리굴로프가 투톱으로 출전했다.
같은 시간 인근 저장사범대 동경기장에서는 북한과 인도네시아의 경기가 열렸다. 킥 오프 전까지 F조 1위가 북한, 2위가 인도네시아, 3위가 대만인 상황에서 세 팀 모두 조 2위를 차지할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었다. F조 2위는 16강에서 황선홍호와 만난다. F조 최종전 결과를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였다.
북한은 3-4-3으로 나섰다. 강주혁이 골문을 지켰고 장국철, 김경석, 김유성이 수비를 맡았다. 리일성, 강국철, 백정성, 김국범이 중원을 구성했으며 김범혁, 리조국, 김국진이 최전방 3톱으로 출전했다.
이에 맞서는 인도네시아는 4-4-2를 내세웠다. 골키퍼에 에르난도 수타랴디, 수비에 안디 누그로호, 리즈키 라마드하니, 로비 다르비스, 알페안드라 산토사가 출전했다. 도니 파뭉카스, 라치마트 이리안토, 무함마드 무슬리후딘, 샤리안 아비만유가 중원을 구성했다. 최전방엔 마울라나 비크리, 라나이 루마키엑이 출전해 득점을 노렸다.
대만의 선축으로 시작된 경기에서 키르기스스탄이 우세한 경기를 가져갔다. 결정적 기회를 여러차례 만들며 대만 골문을 위협했다. 전반 16분에는 득점에 가까운 장면이 나왔으나 골키퍼 차징이 선언되면서 기회를 놓쳤다. 전반 23분에는 키르기스스탄 공격수 일리치베크가 절묘한 헤더로 골문을 겨냥했으나 옆그물을 때렸다.
하지만 대만 관중들은 경기 내내 '타이페이! 짜요!'를 외치며 열띤 응원을 펼쳤다. 북과 응원봉을 이용해 압도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만약 대만이 F조 2위로 올라올 경우 16강전은 8강 중국전을 대비해 완벽한 모의고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이 관중들의 뜨거운 함성에 답했다. 전반 33분 페널티킥 선제골이 터졌다. 왼쪽 하프스페이스를 빠르게 돌파하다 키르기스스탄 수비 발에 걸려 넘어져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키커로 나선 첸포리앙이 성공시켜 먼저 앞서나갔다. 득점이 터지자 대만 관중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졌다.
전반 40분 북한과 인도네시아 경기에서 북한 김유성의 선제골이 터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대만의 조 2위 16강 진출이 굳어지는 순간이었다.
전반 추가시간 키르기스스탄의 동점골이 터졌다. 아빌로프가 대만의 골망을 열어젖혔다. 대만 관중들은 짧게 탄식을 내질렀다. 이 때까지만 해도 순위 변동은 없었다.
만약 이대로 경기가 끝났다면 황선홍호의 16강전 상대는 대만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키르기스스탄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후반 10분 역전골이 터졌다. '타이페이 짜요!'를 외치던 대만 관중들은 순식간에 침묵에 빠졌다. 대만 수비수의 자책골 장면이 전광판을 통해 흘러나오자 아쉬움에 가득 찬 탄식이 쏟아졌다.
같은 시간 북한과 인도네시아의 경기는 여전히 북한의 1-0 리드가 이어졌다. 후반 15분을 기준으로 북한이 3전 전승, 승점 9로 조 1위, 인도네시아와 대만, 키르기스스탄이 1승2패로 승점 3 동률을 이뤘으나 인도네시아가 골득실 0, 대만이 -2, 키르기스스탄이 -2를 기록해 인도네시아의 조 2위 진출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갈 길 바쁜 대만은 후반 12분 키르기스스탄의 추가골에 무너졌다.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교체 투입된 톡토스노프가 그대로 발만 갖다댔다. 공은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키르기스스탄이 3-1로 점수를 벌리면서 대만이 조 4위로 떨어졌다. 오히려 키르기스스탄이 골득실 -1을 기록하며 조 2위를 넘보게 됐다.
키르기스스탄의 4번쨰 골이 터질 뻔했다. 대만의 수비가 완전히 무너지면서 키르기스스탄이 일대일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골키퍼가 완벽한 타이밍에 뛰쳐나와 공을 걷어냈고, 재차 이어진 슛은 골문을 벗어났다. 후반 23분에도 키르기스스탄의 슈팅 기회가 나왔다. 골키퍼 선방이 없었다면 여지 없이 실점할 뻔 했던 상황이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경기장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으나 소득은 없었다. 추가 득점을 위해 라인을 올리다 키르기스스탄에게 슈팅 기회를 계속 허용했다. 치우유훙 골키퍼의 선방쇼가 없었다면 더 큰 점수 차로 벌어질 수 있었다.
후반 28분까지 3-1 스코어가 이어진 가운데 북한과 인도네시아 경기도 1-0 승부가 계속됐다. 여전히 황선홍호의 16강 상대가 인도네시아였던 간운데 키르기스스탄이 한 골만 더 넣으면 조 2위가 되는 상황이었다. 인도네시아와 같이 골득실 0을 기록하지만 다득점에서 앞서 2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정규시간 10분을 남겨두고 키르기스스탄이 총공세에 나섰다. 후반 40분 다시 한 번 대만의 골문을 노렸다. 왼쪽 측면을 돌파한 키르기스스탄은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대만 수비 머리를 모두 지나치면서 마무리 슈팅까지 이어가봤지만 골문을 크게 벗어났다.
1분 뒤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낮고 빠른 크로스를 통해 대만을 공략했다. 공격수에게 연결되는 듯 했지만 대만 골키퍼가 뛰쳐나와 빠르게 끊어냈다.
추가시간 6분이 주어졌고 키르기스스탄의 4번째 득점이 터졌다. 같은 시간 북한과 인도네시아의 경기가 1-0, 북한의 승리로 끝나면서 키르기스스탄이 조 2위로 뛰어올랐다. 인도네시아와 골득실 0으로 같아졌으나 다득점에서 인도네시아가 2골, 키르기스스탄이 4골이 돼 키르기스스탄이 황선홍호의 상대가 됐다.
이로써 황선홍호는 16강전에서 키르기스스탄과 격돌하게 됐다. 앞서 황선홍호는 조별리그 1차전 쿠웨이트, 2차전 태국을 상대로 무려 13골을 넣는 막강 화력을 뽐내며 2연승으로 E조 1위를 기록, 16강 진출을 조기 확정했다.
1시간 반 뒤, 대만과 키르기스스탄 경기가 열린 곳에서 한국과 바레인의 조별리그 E조 최종전이 열린다.
황선홍호는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상황에서 에이스 이강인까지 합류하며 완전체가 됐다. 소속팀 파리 생제르맹(PSG)이 최근 부상에서 막 회복한 이강인의 차출 시기를 최대한 늦추면서 이강인은 태국전이 있었던 지난 21일에서야 항저우 땅을 밟았다.
황선홍 감독은 이번 바레인전에서 키르기스스탄과의 16강전을 대비해 다양한 실험을 할 에정이다. 지금까지 함께하지 못했던 이강인이 만약 출전하게 된다면 포메이션부터 세부적인 전술까지 바꿔서 테스트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은 지난 1, 2차전에서 4-4-2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이강인이 들어오면 4-2-3-1 포메이션으로 변환해 이강인을 가운데 공격형 미드필더로 놓고 프리롤을 부여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최전방 공격수가 조영욱이냐 키가 큰 안재준, 박재용이냐에 따라 플레이 스타일도 바뀐다. 조영욱이 선다면 보다 유기적인 스위칭과 패스, 침투 플레이를 가져가게 되며 안재준, 박재용이 선다면 이강인의 정교한 왼발 킥으로 둘의 높이를 이용할 수 있다.
아예 이강인을 측면으로 배치해 최전방 투톱을 지원하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다. 최근 2시즌간 소속팀에서 측면 자원으로 뛰면서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여줬던 이강인은 정우영, 엄원상과는 또다른 공격 루트를 제공할 수 있다.
황선홍호는 바레인을 잡고 3전 전승으로 16강에 가겠다는 각오다. 키르기스스탄과의 16강전은 27일 진화스포츠센터경기장에서 펼쳐진다.
사진=중국 진화, 나승우 기자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