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현석 기자) 김민재의 파트너로 예상됐던 마티아스 더리흐트가 교체 자원으로 분류되며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다만 투헬 감독은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독일 매체 '바바리안 풋볼'은 23일(한국시간) "더리흐트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출전 시간이 부족해 좌절감을 느꼈다"라고 보도했다.
더리흐트는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 출신으로 유벤투스를 거쳐 지난해 여름 뮌헨에 합류한 이후 세계적인 수비수로 평가받았다. 김민재가 뮌헨에 합류하기 직전부터 더리흐트는 김민재와 함께 뮌헨의 주전 센터백 조합을 이룰 것이라고 예상됐다. 지난 3월과 4월에 뮌헨 이달의 선수로 선정되면서 자타 공인 뮌헨 최고의 수비수로 등극했다.
반면 다욧 우파메카노는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아쉬운 활약과 시즌 도중 잦은 기복으로 벤치에서 경쟁할 것이라고 보였다.
하지만 시즌 개막 직후 상황이 달라졌다. 더리흐트는 부상으로 인해 프리시즌과 시즌 개막전 등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며 주전 자리에서 조금씩 밀려났고, 반면 우파메카노는 꾸준히 경기에 나서 김민재와 점차 나아진 협력 플레이를 보여줘 합격점을 받았다. 이후 투헬 감독은 더리흐트를 기존에 활용하는 센터백 포지션이 아닌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시키는 등 주전 센터백 조합에 대한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투헬 감독은 이번 시즌 뮌헨의 주전 센터백 조합을 '김민재-우파메카노'로 여기고 있는 게 확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즌 개막 후 뮌헨이 치른 리그 4경기와 챔피언스리그 1경기에서 김민재와 우파메카노 모두 선발로 나왔지만 더리흐트는 모두 교체로 나왔다. 올 시즌 리그 출전 시간도 38분에 불과하다.
투헬 감독은 지난 개막전 이후에도 수비진에 대해 언급하며 "김민재와 우파메카노는 브레멘전에서 매우 잘했다. 전체적인 수비와 컴팩트한 부분이 분명하게 나아졌다. 우리는 이러한 수비력을 기반으로 경기를 하고 싶다"라며 브레멘전 김민재와 우파메카노의 경기력을 칭찬했다.
이어 "더리흐트는 부상에서 방금 복귀했으며, 아직 경기력에서 약간의 부족함이 있다. 그가 매우 좋은 경기력으로 30분 동안 플레이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기량에 따라 바뀔 이유도 없다"라며 더리흐트가 30분 정도의 시간 동안 좋은 활약을 보여줬지만, 선발 명단에는 변화가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투헬 감독은 "전술적인 이유로는 상황이 바뀔 수 있다"라며 특별한 전술 변화가 아니라면 당분간 김민재와 우파메카노가 선발로 나설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더리흐트가 해당 상황에 좌절감을 느꼈다는 소식과 함께 투헬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발언까지 이어졌다.
바바리안 풋볼은 "더리흐트는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것이 시즌 초에는 부상 회복 중이었기에 이해할 수 있었지만, 다시 건강해졌음에도 여전히 선발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는 그에게 좌절감을 안겨주었다. 소식에 따르면 더리흐트는 자신의 상황에 대해 서서히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맨유와의 경기에서 단 1분도 출전하지 못한 후 더리흐트는 아무 말도 없이 경기장을 떠났고, 점점 기분이 나빠지고 있다"라며 더리흐트의 불만이 커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투헬 감독은 더리흐트의 상황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보도에 따르면 투헬은 이번 보훔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수비진에 대해 "센터백에는 자주 변화를 주지 않는다. 나는 매일 모든 선수와 이야기를 나눈다. 더리흐트는 100% 출전할 자격이 있다. 그는 좋은 컨디션이다. 개인적으로 현재 출전 시간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그는 팀 플레이어다. 매 순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더리흐트가 그렇게 준비를 하고 있으니 다 괜찮다"라며 더리흐트는 현재 팀을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결국 주전 수비수인 김민재와 우파메카노에게 부상이나 급격한 부진 등의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투헬 감독은 더리흐트를 꾸준히 교체 선수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더리흐트와 달리 김민재와 우파메카노는 매 경기 함께 출전할 때마다 좋은 호흡을 보여주며 올 시즌 주전 센터백 조합으로 충분히 나설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김민재는 지난 브레멘전과 아우크스부르크전에서 약간의 패스 실수와 수비 과정에서의 아쉬운 호흡으로 불안한 장면을 만들기도 했는데, 리그 3라운드 묀헨글라트바흐전부터 다시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레버쿠젠전에서 뮌헨이 2-2로 무승부를 거뒀음에도 팀이 세트피스로만 실점했기에 뮌헨 수비의 단단함을 유지했고, 비교적 우파메카노보다 후방에 위치해 조율과 수비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에서도 꾸준히 제 기량을 선보였다. 김민재는 보니페이스의 슈팅을 두 차례나 몸으로 막아냈으며, 상대가 순간적으로 노린 컷백 패스들도 민첩한 움직임으로 끊었다. 해당 경기에서 김민재는 패스 성공률 91%, 클리어링 3회, 슛 블록 2회, 태클 성공 2회로 수비와 경기 전반에 많은 영향력을 끼쳤다. 각종통계매체에서도 팀 내 상위권 평점을 기록할 만큼 뛰어난 활약이었다.
맨유전에서도 팀이 3실점했지만, 활약이 돋보였다. 이날 경기에서 패스 성공 97회, 클리어링 6회, 공 소유권 회복 7회, 공중 볼 경합 성공률 100% 등 수비에서 안정적인 기량으로 활약했는데, 다만 일부 장면에서 다른 선수들의 집중력이 흔들리며 맨유에 3골을 실점한 점은 아쉬움이 남을 부분이었다.
다면 평점에서는 확실히 수비진에서의 활약이 드러났다. 김민재는 축구통계매체 풋몹 기준 평점 6.7로 선발 출전한 4명의 수비수 중 가장 높은 평점을 기록했다. 축구통계매체 소파스코어 기준으로도 김민재는 6.8점으로 수비진에서는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더리흐트는 3실점에도 불구하고 후반 막판에도 출전하지 못하며 더욱 흔들린 입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투헬 감독의 김민재에 대한 신뢰도 엄청나다. 투헬은 김민재에 대해 분데스리가 공식 인터뷰를 통해 "나는 그를 사랑한다. 그는 너무 침착하고, 바르다. 그의 표정, 멘탈, 게임, 패스까지 너무 루즈하지도 않고, 높지 않으며, 특이하지도 않다. 이는 내가 빌드업에서 정확히 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 좋다"라며 김민재의 플레이에 대한 감탄을 쏟아내기도 했다.
우파메카노도 단단함과 더불어 안정적인 패스 등으로 뮌헨 수비진의 힘을 보태고 있다. 우파메카노는 빠른 주력과 적절한 태클 능력으로 상대의 돌파나 침투 패스 등을 안정적으로 끊어내는 모습을 매 경기 선보였다.
주전으로 자리 잡은 두 선수 때문에 세계적인 수비수 더리흐트가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진 가운데, 투헬 감독이 세 선수를 모두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AFP, 로이터/연합뉴스
이현석 기자 digh122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