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안드레 오나나한테 'No.1' 골키퍼 자리를 주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난 다비드 데헤아가 아직까지 소속팀을 찾지 못하면서 현역 은퇴 기로에 섰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22일(한국시간) "다비드 데헤아는 메이저 클럽에서 'No.1' 골키퍼 제안을 받지 못하면 은퇴할 수도 있다"라고 보도했다.
2011년부터 맨유 골문을 지켜온 수호신 데헤아는 지난 6월 30일로 계약 기간이 만료돼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었다. 맨유에서 12년을 뛰는 동안 545경기에 나와 클린시트 190회를 기록한 데헤아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전 경기 출전해 무실점을 17번이나 기록하면서 골든 글러브를 수상했다.
데헤아는 맨유 구단 역사상 가장 많은 클린시트를 기록한 골키퍼로 등극하면서 레전드 반열에 올랐지만 2023/24시즌을 앞두고 재계약에 실패해 맨유와 작별하게 됐다.
맨유가 데헤아와 작별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데헤아는 방출되기 전까지 주급 37만 5000파운드(약 6억 2700만원)로 구단 내에서 가장 많은 급여를 수령 중인 선수였다.
맨유는 데헤아에게 재계약을 체결하는 조건으로 연봉을 대폭 삭감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끝내 결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헤아가 맨유를 떠나게 된 또 다른 이유로 팬들은 '안정성 부족'을 꼽았다. 데헤아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무실점 경기를 가장 많이 기록한 골키퍼이지만 패스나 선방에서 실수를 종종 범하면서 비판에 시달렸다.
후방 빌드업 도중 패스 미스를 범하면서 위기를 초래하거나 장점이던 선방 능력도 이전보다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축구 통계매체 'FBREF'에 따르면, 데헤아는 지난 시즌 선방률이 71.1%에 이르면서 프리미어리그에서 10번째로 높은 선방률을 기록했다.
데헤아가 맨유를 떠나게 만든 원인인 고액 연봉과 안정성 부족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클린시트 1위 골키퍼가 아직까지 소속팀을 찾지 못하게 만들었다. 여름 이적시장이 끝난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소속팀을 찾지 못하자 데헤아는 은퇴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가디언'은 "데헤아는 주요 클럽으로부터 주전 골키퍼 자리를 제안받지 못하면 은퇴할 수도 있다"라며 "그는 지금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부터 여러 차례 제의를 받았지만 거부했다. 데헤아에게 돈은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데헤아는 적절한 구단과 지금이 자신의 전성기라 생각하는 감독의 제안을 기대하며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라며 "오는 11월에 만 33세가 되는 데헤아는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두고 경쟁할 수 있는 클럽에서 뛰고 싶어 한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데헤아가 뛰고 싶어 할 만한 클럽들이 별다른 관심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데헤아는 은퇴 기로에 서게 됐다. 과거 데헤아를 강력하게 원했던 스페인 라리가 명문 레알 마드리드는 새 시즌을 앞두고 주전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가 십자인대 파열 부상으로 장기간 이탈하게 됐음에도, FA인 데헤아가 아닌 첼시로부터 케파 아리사발라가를 임대 영입하는 걸 택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유럽 빅클럽 중 데헤아에 관심을 보이는 구단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데헤아는 끝내 자존심을 굽히고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하거나 33세 다소 이른 나이에 현역 은퇴를 선언할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
한편, 정작 맨유가 데헤아를 내치고 데려온 카메룬 골키퍼 안드레 오나나가 최근 불안한 모습을 통해 데헤아보다 나은 선수인지 의구심이 들면서 데헤아와 결별하기로 한 에릭 턴 하흐 맨유 감독의 선택이 지적받았다.
데헤아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지난 여름 이탈리아 세리에A 명문 인터밀란에 4380만 파운드(약 720억원)를 주고 데려온 오나나는 개막 후 전경기 선발 출전했지만 6경기 동안 14실점을 하면서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개막전 울버햄프턴 원더러스전에서 1-0으로 승리한 이후, 리그 4경기에서 최소 2골을 내주면서 4경기 동안 10실점했다. 지난 21일 바이에른 뮌헨과의 2023/24시즌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도 4실점 하면서 3-4로 패했는데, 맨유가 3경기 연속(아스널전 1-3, 브라이턴전 1-3, 뮌헨전 3-4) 3실점 이상 한건 1978년 이후 약 45년 만에 처음이다.
물론 라파엘 바란, 루크 쇼, 아론 완비사카 등 수비 핵신 선수들이 대거 부상으로 빠져 있는 여파가 있지만, 오나나도 눈에 띄는 선방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면서 데헤아에 대한 그리움을 키우는데 일조했다.
일부 언론들은 맨유 선수들이 구단 레전드이자 많은 지지를 받고 있던 데헤아를 홀대한 것을 두고 화가 나 있는 상태라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영국 '더선'은 22일 "맨유 선수단은 턴 하흐 감독이 데헤아를 기념식도 없이 내보낸 점에 대해서 분노하고 있다"라며 "데헤아는 맨유 시절 동료들로부터 인기가 많았고, 지난 시즌엔 프리미어리그에서 클린시트 1위를 기록하며 골든 글러브를 수상했다"라며 데헤아가 오랜 헌신에 비해 너무 초라하게 떠난 여파가 팀 내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새로 골문을 맡은 오나나가 제 실력이 아니다 보니 팀 내에서 데헤아 그리워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는 얘기다. 특히 오나나는 턴 하흐 감독이 아약스 시절부터 함께했던 선수이기에 '편애 의혹'까지 불거졌기에, 오나나가 실력과 결과로 현 상황을 극복하는 것 외에는 남지 않게 됐다.
사진=AP, PA Wire, EPA, DPA/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