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유준상 기자) 시즌 중반까지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에이스'가 가을 날씨와 함께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가 팀의 6연승을 이끌었다.
LG는 2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와의 정규시즌 마지막 맞대결에서 2-1로 승리하면서 6연승을 질주, 76승2무47패(0.618)를 마크했다.
선발투수로 나와 92구를 던진 켈리는 6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무사사구 경기는 8월 31일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6이닝 7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1실점) 이후 정확히 3주 만이다.
1회초 오스틴 딘의 선제 투런포로 득점 지원을 받은 켈리는 1회말 추신수-기예르모 에레디아-최정으로 이어지는 타선을 삼자범퇴로 돌려세웠다. 2회말에는 안타 2개로 득점권 위기를 자초했으나 2사 2·3루에서 김민식에게 헛스윙 삼진을 솎아내며 위기에서 탈출했다.
상승세를 이어간 켈리는 3회말을 공 9개로 끝냈고, 4회말에는 2사 이후 박성한에게 안타를 내준 뒤 11구 승부 끝에 최주환의 우익수 뜬공으로 이닝을 매듭지었다. 5회말에는 경기 개시 이후 처음으로 선두타자 출루를 허용했지만, 김민식과 최항 두 타자를 공 1개로 뜬공 처리했다. 2사 1루 추신수의 타석에서는 1루주자 최지훈을 견제사로 잡았다.
승리투수 요건을 충족한 켈리는 6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라왔고, 추신수-에레디아-최정을 모두 범타로 막으면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이닝도 이닝이지만, 과정 면에서 크게 흠 잡을 게 없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경기 후 염경엽 LG 감독도 "켈리가 선발로서 에이스다운 피칭을 해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 후 켈리는 "우선 팀 승리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이맘때가 되면 팀이 이기기 위해서는 뭐든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나가서 2~3점을 줄 수도 있고 무실점을 할 수도 있지만 그런 걸 신경 쓰기보다는 그냥 내가 나가서 열심히 공을 던져서 팀이 이길 기회를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걸 해내서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히려 켈리는 자신의 활약보다 네 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해 1⅔이닝 무피안타 1사사구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수확한 백승현의 호투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멀티이닝을 던지면서 세이브를 했는데, 그 상황 자체가 매우 타이트했다. 자신의 역할을 잘해서 팀 동료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며 "경기 때마다 보면 다른 선수들이 나와서 그 경기의 주인공이 되곤 한다. 그 말은 우리 팀 선수들이 그만큼 야구를 잘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기분이 좋다"고 얘기했다.
직전 등판이었던 16일 홈경기 역시 상대가 SSG였지만, 당시 성적은 5⅓이닝 6피안타 2사사구 6탈삼진 4실점으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5일 만의 맞대결을 앞두고 준비한 게 따로 있었을까. 켈리는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못했지만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결과가 안 좋다고 해서 부정적인 걸 생각하기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보고 취할 걸 취하자고 생각했다"라며 "전혀 바꾼 건 없고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알기 때문에 그걸 믿고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게 잘하고 있는 비결이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특히 켈리는 최근 들어 몸쪽 제구가 잘 되고 있고 슬라이더가 원하는대로 들어가는 등 좋았을 때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는 "바꾼 건 없다. 그냥 스스로 믿고 야구를 하자고 생각했고, 감사하게도 코칭스태프와 프런트가 다 나를 믿어줬고 내가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믿음 덕분에 잘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이 팀에서 LG 트윈스의 일원으로 뛰고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때 방출 가능성까지 언급되기도 했던 켈리는 8월 5경기 28이닝 1승 1패 평균자책점 3.21, 9월 3경기 18⅓이닝 1승 평균자책점 1.96으로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가을야구를 준비하는 LG 입장에서도, 자존심을 회복한 켈리로서도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유독 켈리는 KBO리그 데뷔 첫해였던 2019년부터 매년 시즌 막바지, 또 가을야구에서 자신의 기량을 뽐내며 팀에 보탬이 됐다. 올해도 흐름이 비슷하다. 켈리는 "여름이 끝나서 기분이 좋은 것 같다. 가을이 되면 땀도 많이 안 흘리고 선선한 날씨에서 야구를 해서 기분이 좋다. 그 덕분에 잘하는 것 같다"라며 "좀전에 얘기한 것처럼 이맘때가 되면 개인적으로, 또 팀적으로도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줘서 남은 시즌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어느덧 KBO리그에서 5년 차가 된 켈리는 국내 선수들과 어울리는 것은 물론이고 새롭게 합류하는 외국인 선수들의 적응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경기장 안팎에서 팀에 큰 보탬이 되는 선수 중 한 명이 바로 그다.
다만 그런 켈리가 이루지 못한 게 있다면 바로 '우승'이다. 켈리는 "사실 지난해 전력을 보면 매우 좋은 팀 구성을 갖고 있었고, 지난해에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안타깝게도 이루지 못했다"라며 "올해도 보면 팀 구성원 하나하나가 정말 좋고, 신민재 등 많은 선수들이 성장을 이뤄냈다. 여러 조각들이 잘 맞춰지다 보니까 팀이 원하는 방향대로 잘 가고 있는 것 같다. 그 배경에는 이 모든 선수들의 활약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팀원들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사진=인천, 유준상 기자,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