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중국 진화, 나승우 기자) 아시안게임 첫 경기 9-0 대승에도 방심은 금물이다. 5년 전 대회에서 1차전 대승 후 2차전 패배로 위기를 겪어본 만큼, 이번 대회에서는 전심전력으로 2차전에 임해야 한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오는 21일(한국시간) 오후 8시 30분 중국 진화에 위치한 진화스포츠센터경기장에서 태국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을 치른다. 태국과 바레인이 1-1 무승부로 승점 1씩 나눠가졌고, 황선홍호는 전날 쿠웨이트를 무려 9골을 퍼붓는 맹공 끝에 9-0 대승을 거둬 조 1위로 올라섰다.
쿠웨이트전까지 황선홍호를 향한 의문이 끊이질 않았다. 지난해 23세 이하(U-23) 아시안컵에서 경직된 전술과 경기력으로 8강에서 일본에 0-3 완패를 당한 후 황선홍호가 과연 아시안게임에서도 성적을 낼 수 있을까 의심하는 이들이 늘었다.
아시안게임은 선수 생활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는 병역 문제가 걸린 대회다. 올림픽 메달 획득으로도 병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전 세계 강팀들이 참가하는 올림픽에 비해 한 수 아래로 평가 받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게 현실적으로 쉬운 목표다. 떄문에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한국 축구 미래를 위해서라도 금메달을 획득하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아시안컵 8강 일본전 패배 후 지난 6월 중국 원정 2연전까지 황선홍호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리는 팀 다운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던 선수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지도력과 전술적 방향에 대한 의문이 점점 늘었다.
많은 우려 속에 펼쳐진 쿠웨이트전에서 황선홍호는 대량 득점을 통해 그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전반 3분 만에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의 골로 앞서간 황선홍호는 전반에만 조영욱(김천 상무), 백승호(전북 현대), 정우영의 릴레이 골이 터지며 4-0으로 승기를 잡았다. 후반에도 정우영의 골을 시작으로 엄원상(울산 현대), 조영욱, 박재용(전북 현대), 안재준(부천)의 골을 더해 9-0 승리를 거뒀다.
16강 진출 경우의 수가 나온다는 걸 가정했을 때 다득점 승리는 분명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2차전을 여유롭게 치를 수 있다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2차전에서 패할 경우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처럼 탈락 위기까지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황의조(당시 감바 오사카), 황희찬(당시 잘츠부르크), 이승우(당시 엘라스 베로나) 등 초호화 공격진을 이끌고 대회에 임했던 대표팀은 조별리그 1차전 바레인전에서 황의조의 해트트릭으로 6-0 대승을 거뒀다.
하지만 2차전 말레이시아를 상대로는 1-2 충격패를 당했다. 손흥민, 황희찬, 황의조, 김민재 등이 선발로 출전했지만 2골을 먼저 내주며 끌려갔고, 후반 43분 황의조의 만회골로 간신히 영패를 모면했으나 3차전 결과에 따라 조별리그 탈락도 가능할 수 있었다.
결국 조별리그를 2위로 통과하면서 16강 이란전, 8강 우즈베키스탄전 등 한국과 금메달 놓고 다툴 것으로 보이는 팀들을 일찌감치 만나 혈투를 벌여야 했다.
이번 대표팀도 9-0 승리에 취해 있다가 태국전에 일격을 맞을 수 있다. 황선홍 감독이 가장 경계하고 있는 것도 자만심이다. 황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감을 갖되 다 잊으라고 하고 싶다.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준비와 각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쿠웨이트가 과거 아시안게임 메달을 따는 등 화려했던 영광 대신 전력이 대거 약화된 상태로 이번 대회에 온 것도 유념해야 한다. 태국이나 바레인이 쿠웨이트보다 더 실력이 나을 수 있다.
5년 전 교훈을 바탕으로 집중력 유지에 몰두하고 있는 황선홍호가 태국전에서 대회 2연승을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중국 진화, 김한준 기자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