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중국 진화, 나승우 기자) 5년 전 황의조처럼 황선홍호에 해결사가 등장했다. 정우영이 아시안게임 1차전 쿠웨이트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3연속 금메달 사냥의 신호탄을 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19일(한국시간) 중국 진화에 위치한 진화스포츠센터경기장에서 열린 쿠웨이트와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E조 1차전서 정우영의 해트트릭과 조영욱, 백승호, 엄원상, 안재준의 릴레이골로 시원한 9-0 대승을 거뒀다. 앞서 열린 태국-바레인전이 1-1 무승부로 끝나면서 대표팀이 E조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이날 쿠웨이트가 백5로 나서며 쉽게 득점을 기록하지 못할 것으로 보였지만 정우영의 활약 덕에 기분 좋은 스일를 거두고 2차전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4-4-2 포메이션의 왼쪽 날개로 출전한 정우영은 아시안게임 1호골과 멀티골을 동시에 쏘아올리면서 최근 소속팀에서 보여주던 활약을 대표팀에서도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정우영은 전반 3분 만에 선제골을 뽑아냈다. 황재원의 오버래핑에 이은 크로스로 한국의 공격이 시작됐고, 왼쪽 측면에 서 있던 정우영이 원투패스를 주고 받은 후 공이 수비 몸에 맞고 굴절되자 오른발 발리슛으로 밀어넣었다. 정우영은 이 골로 이번 대회 대표팀의 1호골 주인공이 됐다.
이후에도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줬다. 수차례 측면 돌파를 이용해 공간을 만들어냈다. 레프트백으로 출전한 박규현과도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박규현은 공격 시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 측면 숫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도왔다. 박규현이 올라오면 정우영이 침투 움직임을 가져가거나 안쪽으로 파고들면서 다양한 공격 루트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정우영의 골 행진은 멈출 줄 몰랐다. 전반 19분 조영욱의 한 점 더 달아나는 골, 전반 44분 백승호의 환상적인 프리킥 쐐기골이 터진 후 정우영이 멀티골까지 완성했다. 전반 45분 박스 왼쪽에 서있던 정우영은 침투 패스를 받아 골문 구석으로 정확하게 찔러넣었다.
오히려 대량 득점이 터지면서 상대 플레이가 거칠어졌고, 정우영이 상대 옐로 카드를 만들어냈다. 정우영의 활약으로 대표팀은 쿠웨이트를 전반에만 4골 차로 따돌리고 편안한 경기를 펼쳤다.
후반전에도 득점 행진이 이어졌다. 정우영은 후반전에도 3분 만에 득점에 성공, 내친김에 해트트릭까지 달성했다. 박스 오른쪽에서 엄원상이 올린 크로스를 논스톱 슛으로 연결했고, 골키퍼가 이를 쳐내자 재차 밀어넣었다.
후반 23분까지 경기장을 누빈 정우영은 홍현석과 교체돼 경기를 마쳤고, 대표팀은 후반 7분 엄원상과 후반 29분 조영욱, 후반 추가시간 안재준의 골까지 묶어 9-0 대승을 거뒀다. 빠듯한 향후 일정을 조금 더 편안하게 임할 수 있는 귀중한 승리였다.
이날 쿠웨이트전에 앞서 같은 조 바레인과 태국 경기가 1-1 무승부로 끝나 1차전 승리가 더 중요해진 상황이었다. 에이스 이강인이 없는 상황에서 편안하게 남은 경기를 임하기 위해서는 승리하더라도 대량득점이 나올 필요가 있었다.
대표팀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1차전 바레인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해 6-0 승리를 이끈 황의조 같은 해결사가 등장하기를 기대했다. 그리고 정우영이 등장했다. 정우영은 5년 전 황의조처럼 1차전서 해트트릭을 폭발시키며 9-0 승리에 앞장섰다. 역대 최약체 공격진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만든 만점 활약이었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바탕이 됐다. 이번 시즌 새 소속팀 슈투트가르트에서 순조롭게 적응 중이다. 지난 시즌까지 독일 분데스리가 프라이부르크에서 뛰었던 정우영은 슈투트가르트로 이적해 옷을 갈아입었다. 프라이부르크 마지막 시즌에는 후보로 밀려났지만 슈투트가르트에서는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하고 있다.
2018년 독일 바이에른 뮌헨으로 건너가 꾸준히 성장한 정우영은 1군에 정착하지 못하고 2019년 프라이부르크로 이적했다. 6개월 동안 뮌헨 B팀으로 임대돼 활약한 뒤 20220/21시즌부터 프라이부르크 1군에서 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준주전 선수로 활약했다. 공격진 어느 위치에서든 뛸 수 있는 멀티 플레이 능력을 살려 2020/21시즌 리그 26경기에 출전해 4골을 기록했다. 주로 후반 교체 자원으로 활약했음에도 순도 높은 활약을 펼쳤고, 2021/22시즌 주전으로 도약했다.
리그 32경기에서 5골 2도움을 기록한 정우영은 점차 입지를 늘려가는 듯 했다. 하지만 2022/23시즌을 앞두고 일본 미드필더 도안 리쓰가 합류한 후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시즌 초반까지 꾸준히 출전 기회를 가져갔던 정우영은 후반기에는 후보로 전락했다. 10분도 채 뛰지 못하고 경기를 마치는 경우가 많았다. 줄어든 기회 속에 26경기에서 1골 2도움으로 공격 포인트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슈투트가르트에서 자신감을 회복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되기 직전에는 친정팀 프라이부르크를 상대로 이적 후 첫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보훔과의 리그 개막전, 라이프치히와의 2라운드 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뛰었던 정우영은 프라이부르크전에서도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63분을 뛰었다. 도움 한 개를 올리면서 팀의 5-0 대승을 이끌었다.
4라운드 마인츠전은 아시안게임 대표팀 소집으로 불참했으나 이달 초 창원에서 열린 전지훈련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 기대감을 높였다. 그리고 1차전 쿠웨이트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새로운 해결사로 떠올랐다.
대표팀은 오는 21일 오후 8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태국과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휴식일이 하루 밖에 없는 빠듯한 일정 속에 로테이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우영은 일찍 경기를 끝마치며 태국전 출전 가능성을 높였다. 물 오른 골 결정력을 보여준 정우영이 태국전에서도 이와 같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쏠린다.
사진=중국 진화, 김한준 기자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