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경이로운 시즌 속에서도 부상 악재를 넘지 못한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가 결국 2023시즌을 마무리했다.
에인절스 구단은 17일(이하 한국시간) 오타니를 10일 부상자 명단(IL)에 등재하면서 남은 시즌 동안 경기에 출전하지 않을 계획임을 밝혔다. 에인절스는 이날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전을 포함해 14경기를 남겨둔 상태다.
앞서 미국 현지 매체는 16일 오타니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경기가 끝난 뒤 자신의 라커룸을 정리했다고 전한 바 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신발을 비롯해 그의 장비가 모두 정리된 상태였다.
취재진 사이에서는 오타니가 일찌감치 시즌을 마무리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지만, 에인절스 구단은 "업데이트된 정보를 제공하겠다"라며 공식적인 언급을 피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오타니의 복귀 가능성을 열어뒀던 필 네빈 에인절스 감독은 17일 또는 18일 복귀가 가능하다고 내다보기도 했지만, 끝내 오타니의 복귀는 현실이 되지 못했다.
2018년 처음으로 빅리그 무대를 밟은 오타니는 데뷔 첫 시즌부터 20홈런을 쏘아 올리면서 투수로서 10경기를 선발로 나서는 등 투·타 겸업으로 화제를 모았다. 2년간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2021년부터 자신의 재능을 완전히 꽃피우기 시작하더니 단숨에 빅리그 톱 레벨의 선수로 거듭났다.
'오타니의 시대'가 왔다는 걸 알린 시기는 2021년이었다. 그해 그는 타자와 투수로서 각각 158경기 537타수 138안타 타율 0.257 46홈런 100타점 OPS 0.964, 투수로서 23경기 130⅓이닝 9승 2패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만화같은 일'을 현실로 만들기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타자와 투수로 각각 157경기 586타수 160안타 타율 0.273 34홈런 95타점 OPS 0.875, 28경기 166이닝 15승 9패 평균자책점 2.33이라는 성적을 남기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빅리그 무대에서 두 자릿수 홈런에 승수까지 달성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았다. 오타니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올핸 예년보다 빠르게 몸을 만든 오타니는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해 일본 대표팀에 힘을 보탰다. 당시 투·타 겸업을 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냈고, 결과적으로 일본을 우승으로 이끌면서 대회 MVP까지 차지했다. 2023 WBC는 자신의 가치를 한껏 더 끌어올린 무대였다.
우승의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오타니는 곧바로 소속팀 에인절스로 합류, 2023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체력 소모에 대한 주위의 걱정이 컸지만,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한 오타니는 4월에만 4승-7홈런을 기록하는 등 활약을 이어갔다. 5월 타율 0.243 8홈런 20타점으로 페이스가 주춤하는 듯했지만, 꾸준히 홈런을 생산한 덕분에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두 시즌 연속 10승-10홈런, 단일시즌 10승-40홈런을 기록하는 선수가 됐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시련이 찾아왔다. 숨 돌릴 틈 없이 시즌을 소화하던 오타니는 7월 손톱 부상과 손가락 물집으로 마운드 위에서 100%의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지난달 4일에는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경기 도중 손가락 경련을 호소하면서 4이닝만 던진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오타니의 건강에 '노란불'이 켜졌다.
결국 지난달 24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선발투수로 등판한 오타니는 1⅓이닝 투구 이후 몸 상태에 이상을 느끼면서 빠르게 교체됐다. 당시 구단은 '팔 피로'라고 했지만, 검진 결과 오른쪽 팔꿈치 내측측부인대(UCL) 파열 진단이 나왔다. '투수' 오타니의 2023시즌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이미 2018년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오타니는 수술 여부를 놓고 고심에 빠졌지만, 일단 그가 내린 결론은 '타자'로서 계속 남은 시즌을 소화하겠다는 것이었다. 오타니가 부상 이후 매 경기 라인업에 포함시켜달라고 요청했고, 네빈 감독은 그가 경기에 나서길 원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올 시즌 오타니는 이미 많은 걸 뽐냈다. 마운드에서 23경기 132이닝 10승 5패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했고, 타석에서 135경기 497타수 151안타 타율 0.304 44홈런 95타점 OPS 1.066으로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는 성적을 올렸다. 여전히 아메리칸리그 MVP(최우수선수상)에 가장 가까이 있는 선수가 바로 오타니다.
그러나 시즌을 끝까지 뛰길 원했던 오타니는 계속 경기를 뛰었으나 지난 5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타격 훈련을 하다가 옆구리 통증을 느꼈다. 결국 9월 4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이 오타니의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됐다.
시즌을 마감하기로 결정한 오타니는 이제 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팔꿈치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점점 다가오는 중이다. 그는 시즌 종료 이후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하는 만큼 에인절스가 아닌 다른 유니폼을 입고 2024시즌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MLB닷컴)은 "그가 수술을 받는다면 2024시즌에 투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다가오는 계약에 영향을 준다"라며 "여전히 기록적인 계약을 맺을 것으로 예상되고, 그의 에이전트인 네즈 발레로도 '오타니가 수술을 받더라도 2024년 개막전에서 안타를 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오타니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사진=AP, AFP, USA투데이스포츠/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