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광주, 유준상 기자) 2020시즌 이후 최주환(SSG 랜더스)의 FA(자유계약) 보상선수로 팀을 옮긴 강승호는 팀을 옮기고 나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다. 2021년 113경기 301타수 72안타 타율 0.239 7홈런 37타점에 이어 지난해 134경기 444타수 117안타 타율 0.264 10홈런 62타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 시즌의 경우 데뷔 첫 100안타와 두 자릿수 홈런으로 커리어 하이를 달성하긴 했으나 어딘가 모르게 아쉬움이 남았다.
놀라운 점은 강승호가 2022시즌 연봉 고과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순위가 9위까지 떨어질 정도로 팀은 처참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고, 주축 선수들은 대거 부진하면서 개인 성적을 챙기지 못했다. 그 사이에서 홀로 분전한 강승호는 빛을 보지 못했다.
올 시즌 역시 험난한 여정의 연속이었다. 4월 한 달간 84타수 23안타 타율 0.274 1홈런 7타점을 기록한 강승호는 5월 12경기 20타수 2안타 타율 0.100 2타점으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5월 22일 1군 엔트리 말소 이후 6월 초에 돌아온 강승호는 반등의 조짐을 보이는 듯했으나 페이스를 완전히 끌어올리지 못했다. 지난달에는 73타수 14안타 타율 0.192 8타점으로 또 부진에 허덕였다.
그랬던 강승호가 이달 들어 완전히 달라졌다. 9월 11경기 동안 33타수 14안타 타율 0.424 1홈런 8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최근 일주일 사이에만 멀티히트를 세 차례나 달성하는가 하면, 15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생애 처음이자 KBO리그 역대 30번째 사이클링 히트까지 기록했다. 홈런-3루타-2루타-안타 순으로 이어지는 '리버스 내추럴 사이클링 히트'는 KBO리그 역사상 올해 강승호가 처음이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16일 KIA와의 시즌 14차전이 우천으로 취소된 이후 "40년 역사상 30번밖에 기록되지 않은 것이다. 대단하다"고 운을 뗀 뒤 "첫 타석부터 좋은 타구를 쳤고, 좋아지고 있긴 하구나 싶다. 충분히 능력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15일 경기를 기점으로 앞으로 더 좋은 타격을 했으면 좋겠다. 어제(15일)는 '감상을 했다"고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시즌 초반 부진이 길어지자 강승호 못지않게 사령탑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이 감독은 "초반에 많은 부침이 있었다. 공격, 수비에서 제 몫을 하지 못해서 빠지는 경우도 많았고, 2군도 다녀왔다. 사실 지난해 연봉 고과 1위였는데, 캠프 때부터 구상했던 그림은 그런 게 아니었다. 부진하다 보니 강승호도 힘들었지만, 코칭스태프도 타순을 짜는 데 힘들었다. 서로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코칭스태프의 속을 썩였던 강승호가 이제는 신뢰를 한몸에 받는 타자가 됐다. 14일 잠실 SSG 랜더스전에서는 팀이 0-2로 끌려가던 9회말 무사 1·2루에서 김재환 대신 이유찬이 대타로 나와 번트를 댔고, 서진용의 이후 1사 2·3루에서 강승호가 유격수 땅볼을 치면서 3루주자 김태근이 홈으로 들어왔다. 그만큼 현재의 컨디션만 놓고 보면 수년간 장타를 생산했던 김재환보다 강승호에 대한 팀의 믿음이 더 크다는 의미다.
지금의 상승세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었으면 하는 게 코칭스태프의 바람이다. 이승엽 감독은 "시즌 마지막에 팀이 중요한 시기에 15일 경기처럼 강승호의 좋은 활약이 우리 팀에게는 승리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라며 "앞으로 이런 활약을 한다면 다른 선수들도 타선에서 힘을 내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강승호를 응원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두산 베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