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5-02-17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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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틈도 놓치지 않는다, 이것이 '리그 최고 포수'의 센스다

기사입력 2023.09.16 12:30



(엑스포츠뉴스 광주, 유준상 기자) 올 시즌 리그 전체에서 가장 많은 도루를 기록 중인 포수는 두산 베어스 양의지다. 105경기 동안 8번이나 베이스를 훔쳤고, 도루 성공률이 100%에 달한다. 뛸 때마다 무조건 도루를 만들었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포수가 도루를 많이 시도하지 않는 편이고,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주전 포수로 활약한 양의지도 단일 시즌 두 자릿수 도루를 경험해보지 못했다. 그랬던 그가 올핸 상대의 허를 찌르는 장면을 종종 연출했고, 데뷔 이후 가장 많은 도루를 생산했다.

단순히 도루만 하는 게 아니다. 작은 틈조차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돋보인다. 15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13차전에서도 그런 모습이 나타났다.



팀이 2-5로 끌려가던 5회초, 1사에서 타석에 들어선 양의지는 KIA 두 번째 투수 김재열을 상대로 좌전 안타로 출루했다. 이후 후속타자 김재환이 풀카운트까지 승부를 끌고 갔고, 김재열이 7구째를 던지는 순간 1루주자 양의지도 동시에 스타트를 끊었다.

주심을 맡은 구명환 심판위원은 볼로 판정했고, 자연스럽게 김재환은 볼넷으로 걸어나가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우측으로 향하는 타구가 많은 김재환의 타격 스타일을 고려해 KIA 야수진이 오른쪽으로 수비 위치를 옮기면서 왼쪽 내야가 텅 빈 상태였다.

김재환의 볼 판정에 관계없이 2루로 전력질주한 양의지는 3루가 비어있는 것을 확인했고, 주저하지 않고 3루로 달리기 시작했다. 뒤늦게 확인한 KIA 내야수들이 3루로 달려가려고 했지만, 양의지를 막을 수 없었다. 2루에서 3루로 간 것은 양의지의 시즌 8번째 도루로 기록됐다.



결과적으로 양의지의 주루 플레이 하나로 인해 1사 1·2루가 아닌 1사 1·3루에서 강승호가 타석에 들어섰고, 김재열로부터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3루타를 터트렸다. 여기에 허경민의 1타점 적시타까지 더해져 두 팀의 격차가 완전히 사라졌다. 상대를 압박한 것이 빅이닝으로 이어진 셈이 됐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KBO리그 역사상 첫 '리버스 내추럴 사이클링 히트(홈런-3루타-2루타-안타)'를 달성한 강승호였지만, 강승호의 기록과 팀의 8-6 역전승 모두 발판을 마련한 건 양의지의 빠른 판단이었다. 이날 그는 5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경기를 마쳤고, 4시간 넘는 혈투 속에서도 끝까지 포수 마스크를 썼다. 수년간 팬들이 양의지와의 재회를 기다렸던 이유를 양의지 본인이 증명해 보였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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