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공항, 권동환 기자) 한국에 돌아오긴 했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위르겐 클린스만이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다시 해외로 나갈 뜻을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한민국 대표팀 멤버들과 함께 14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영국에서 돌아왔다. 클린스만호는 9월 A매치 기간을 맞이해 영국에서 '웨일스-사우디아라비아' 2연전을 치르고 돌아왔다.
클린스만호는 지난 8일 영국 카디프시티에서 웨일스와 이달 첫 A매치를 치러 0-0으로 비겼다. 이어 13일엔 영국 북동부 뉴캐슬에 위치한 세인트 제임스 파크로 옮겨 중동 사우디아라비아와 격돌했고 스트라이커 조규성의 결승포를 잘 지켜 1-0으로 이기고 클린스만의 사령탑 취임 뒤 3무 2패 끝에 첫 승을 챙겼다.
취임 후 첫 승을 챙기고 돌아온 클린스만은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취재진 앞에 서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그는 가장 먼저 유럽에 남는다는 계획을 철회하고 한국에 오기로 결정했는지부터 설명해야 했다.
당초 클린스만은 A매치가 끝나고 한국에 올 생각이 업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클린스만이 오는 16일 오전 3시45분에 열리는 2023/2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4라운드 바이에른 뮌헨과 바이엘 레버쿠젠 간의 맞대결을 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클린스만은 이날 김민재를 관찰하겠다는 뜻을 알렸다.
뮌헨 경기를 직접 관람한 이후엔 유럽 구단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미팅을 하고, 10월 A매치 전에 유럽에서 체류하는 코칭스태프와 현지에서 분석을 진행한 뒤 한국으로 귀국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이 사실이 전해지마자 한국 축구 팬들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유럽파 점검이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한국 팬들은 전혀 납득하지 못했다. 김민재는 세계 최고의 수비수 중 한 명으로 뮌헨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는데다 불과 며칠 전 자신이 A매치 2연전에서 선발로 썼던 대표팀 붙박이 수비수를 다시 관찰한다는 방침에 팬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팬들이 격한 반응을 보인 건 지금까지 쌓여온 분노가 터진 것이다. 지난 2월부터 태극전사들을 지휘한 클린스만은 이후 한국보다 미국 등 해외에 거주하는 기간이 더 길어 '재택근무' 논란을 일으켰다. 영국 공영방송 BBC도 "클린스만이 한국 대표팀에 부임한 지난 6개월 동안 한국에 머문 기간은 67일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추산된다"라고 지적했다.
K리그를 관찰하는 건 차두리 코치에게 일임하고 클린스만은 유럽, 미국에서 대표팀 업무를 수행했다. 이 기간 동안 미국에서 근무하며 글로벌 스포츠매체 ESPN, 스페인 유력지 AS의 축구 프로그램 패널로 등장하면서 토트넘을 비롯한 프리미어리그 팀들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하고 해리 케인과 리오넬 메시의 동향을 평가했다. 일부 경기 승무패까지 내다보는 등 월드컵 16강에 오른 한국 대표팀 감독이라고 보기 힘든 행보를 보여 빈축을 샀다.
또 9월 A매치를 앞두고 지난 1일 프랑스 모나코에서 열린 2023/24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본선 조추첨 행사에 참석했고, 그전엔 현역 시절 친정팀인 프랑스 리그1 AS모나코에 방문해 인터뷰를 가지는 등 국가대표팀 감독이라고 믿기 힘든 행보를 보였다.
결국 협회가 이런 팬들의 반응을 클린스만한테 전했다. 그동안 한국 대표팀을 맡았던 사령탑들은 해외 A매치 일정이 끝나면 함께 귀국한다는 사례를 들면서, 클린스만은 당초 유럽에 남는다는 계획을 철회하고 지난 8월 초 이후 45일 만에 한국 땅을 밟았다.
한국에 돌아오기로 결정한 부분에 대해 클린스만은 "많은 분들이 나를 기다리신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오게 됐다. 협회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보통 해외 원정을 마치고 선수단이 귀국할 때 감독도 함께 귀국한다는 말을 듣고 다시 생각하게 됐다"라며 "이번 주에 바이에른 뮌헨과 레버쿠젠의 대결을 관전할 예정이었는데, 크게 일정을 바꾼다고 문제가 될 게 아니라 팀과 함께 이동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 들어오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 이번 주말에서 K리그 현장에서 여러분들을 만나게 될 거 같다. 내가 독일이나 미국에서 일을 할 때 해외에 갔다 왔을 때, 많은 분들이 환영해 주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에 새로운 부분도 있다"라며 "친선전 후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환영해 주는 건 새로운 경험이기에 일정에 변화를 주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일단 클린스만은 한국 팬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인 한국에 남아 K리그 선수들을 관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지속성으로, 클린스만이 얼마나 한국에 남아 업무를 수행할지가 팬들의 주된 관심사였다.
차후 일정을 묻는 질문에 클린스만은 "계속 왔다 갔다 할 일정이 있다. 외국에서 관전해야 할 경기가 있다"라며 또 해외로 나갈 계획이라고 알렸다. 다만 이는 11월부터 시작되는 실전을 대비하는 준비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오는 10월 13일과 17일에 친선전을 총 두 차례 가질 예정이다. 1차전 상대는 북아프리카 강호로 카타르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프랑스를 이겼던 튀니지이며, 2차전엔 지난 1월까지 박항서 감독이 이끌었던 베트남을 상대한다. 두 경기 모두 한국에서 열리며, 튀니지전 장소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이고, 베트남전은 수원월드컵경기장이다.
10월 A매치가 끝나면 이제 친선전이 아니라 실전에 돌입하게 된다. 먼저 11월부터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 3개국이 공동 개최하는 2026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에 돌입한다.
우선 11월 16일엔 홈에서 2차예선 C조 1차전을 치르는데 아직 상대국이 결정되지 않았다. 오는 10월 12일과 17일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열리는 괌-싱가포르 승자와 붙는다. 싱가포르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58위, 괌이 204위여서 싱가포르 전력이 객관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어 11월 21일엔 C조 2차전 중국 원정을 한다.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이 끝나면 2024년 1월에 클린스만의 가장 중요한 시험대로 부를 수 있는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카타르가 시작된다. 대회에서 한국은 요르단, 바레인, 말레이시아와 함께 E조에 편성됐으며, 한국의 목표는 64년 만에 아시안컵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중요한 일정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클린스만은 논란이 되고 있는 행보와 경기력 논란을 성적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터뷰에서 클린스만은 아시안컵을 '벤치마크(기준점)'라고 강조하면서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클린스만은 "아시안컵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우리의 '벤치마크(기준점)'는 아시안컵이다"라며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거라는 자신감도 있고, 기대를 많이 하고 있지만 그때까지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고 상대 주요 선수들을 분석할지가 관건이 될 거 같다. 그러면서 긍정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특히 11월부터 실전이라 중요하다. 이전까지 A매치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이 있겠지만 아시안컵 때 최고의 선수들을 꾸려서, 최상의 선수단으로 좋은 성적을 내게끔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아시안컵에 대해 자신 있어하는 이유로 클린스만은 자신의 풍부한 토너먼트 경험을 거론했다. 현역 시절 독일의 전설적인 공격수였던 클린스만은 1990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우승을 경험해 봤고, 지도자로 변신한 이후엔 2006 독일 월드컵 때 독일 대표팀을 대회 3위에 올리거나, 미국 대표팀을 이끌고 2013 골드컵 우승을 했다.
이를 근거로 클린스만은 "난 선수 시절이나 감독으로서 월드컵 등을 비롯해 토너먼트 경험이 많고, 토너먼트를 즐겨왔다"라며 "그래서 토너먼트에서 어떻게 팀을 준비시키고, 꾸려가야 하는지 경험을 갖고 있어 충분히 좋은 모습으로, 좋은 팀을 꾸리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라고 자심감을 드러냈다.
다만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로 "가장 중요한 건 선수들이 건강하게 아시안컵까지 가는 거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김민재는 물론이고,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도 햄스트링을 부상당해서 100% 컨디션이 아니었고, 이강인(PSG)도 지금 부상으로 빠져 있다"라며 "이 선수들이 건강하게 잘 준비를 갖춰 최상의 팀으로 카타르까지 갈 수 있다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선 팬들을 비롯해 주변에서 부정적인 여론과 반응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지 않으면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때 우승 후보로 여겨졌지만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독일 대표팀처럼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큰 대회가 끝나고 다음 대회까지 준비할 때 상당히 긍정적인 여론과 힘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성공할 수 있다"라며 "내부적으로 아무리 우리가 강하게 뭉치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져도 외부 요소나 많은 분들이 자꾸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면 팀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때 독일 대표팀이 아주 좋은 예인 거 같다. 독일은 월드컵에 가기 전부터 모든 것들이 부정적이었고, 결국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고 집에 가는 수모를 겪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클린스만은 "긍정적인 여론과 분위기 그리고 에너지를 선수들이 받아야 한다. 특히 국가대표는 국민의 팀이고, 국가를 대표하는 팀이기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같이 만들어 가는 건 큰 도움이 된다"라며 "행여나 성적이 안 나왔거나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을 때 그때 질타를 하고, 비난하고, 비판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비난 등 부정적인 여론은 자제해 줄 것으로 요구했다.
결국 클린스만이 말하는 건 월드컵 지역예선과 아시안컵에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의미이다. 성적을 통해 지금까지의 행실을 정당화하겠다는 뜻이지만 지금까지 클린스만 밑에서 치른 A매치 6경기를 본 팬들은 쉽게 신뢰가 가지 않았다.
특히 한국 최대 라이벌인 일본이 최근 A매치 4경기에서 18골을 터트리는 엄청난 화력으로 4연승을 달리고 있어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기에 클린스만의 목표인 아시안컵 우승을 가능한지 물음표가 붙었다. 심지어 일본은 지난 10일 독일 원정 경기에서 '전차 군단' 독일을 4-1로 완파해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또한 클린스만의 주장은 '결과만 좋으면 다 괜찮다'라는 생각에서 나왔기에 우승 트로피로 이해하기 힘든 행보를 정당화하려는 것으로 보여 탐탁치 않은 시선으로 보는 팬들도 많다. 결과를 낸다면 지금처럼 계속 해외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K리그 선수들 관찰을 비롯한 국내 업무는 코치들에게 맡기겠다는 의미이다.
결과를 얻지 못했을 경우, 클린스만이 자신의 행보를 반성해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도 미지수이다. 이미 '재택 근무' 논란 등은 클린스만이 과거 독일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을 때부터 거론됐던 고질적인 문제점이기에, 아시안컵 우승 실패가 클린스만을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클린스만이 현재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려면 일단 성적이 뒷받침돼야 한다. A매치 6경기 만에 첫 승을 챙긴 클린스만이 남은 기간 동안 적어도 그라운드 내에서 팬들이 만족할 만한 경기력과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인천공항, 김한준 기자, 대한축구협회 제공, AFC홈페이지 엑스포츠뉴스DB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